경기 2시간 전 어깨 탈구 …포기하지 않은 여서정은 후련함의 미소를 지었다[파리올림픽]
늘 가까이서 딸을 지켜본 아버지도 처음 보는 실수였다. 여서정(22·제천시청)은 3일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체조 여자 도마 결선 1·2차 시기에서 모두 착지 실수를 저질렀다. 여서정은 이날 1·2차 시기에서 공중회전 후 도마를 정면으로 보고 착지하는 연기를 펼쳤는데, 두 번 모두 착지 후 몸이 앞쪽으로 쏠렸다. 2차 시기 땐 손으로 매트를 짚었다. 1996 애틀랜타 도마 은메달리스트이자, 여서정의 아버지인 여홍철 KBS 해설위원은 딸의 연기를 중계하며 “여서정 선수가 저렇게 실수한 건 처음 봅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여서정은 3년 전 도쿄 대회 도마 결선에서 3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 체조 최초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선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했다. 그러나 연이은 착지 실수로 수행 점수가 크게 깎여 1·2차 시기 평균 13.416점, 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금메달은 15.300점을 얻은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미국)가 차지했다. 안창옥(북한)은 14.216점으로 4위에 올랐다. 사실 여서정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경기 2시간 전 연습 과정에서 어깨가 탈구됐다. 가뜩이나 뒤꿈치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까지 불편했다. 예선에서 14.183점 전체 4위로 결선에 오른 터라, 경기 전 부상이 더 아쉽게 다가왔다.
여서정은 그러나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결선 무대에 올랐다. 최고의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부상 때문에 기권하면 더 큰 아쉬움을 남길 것 같았다. 여서정은 그렇게 파리 올림픽을 ‘완주’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여서정은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미소를 잃진 않았다. 여서정은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크게 다치지 않고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어깨 부상에 대해선 “오후 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연습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오른쪽 어깨가 탈구됐다”며 “예선까진 잘했고, 기권하면 더 아쉬울 것 같아 어떻게든 시합을 뛰고 싶었다”고 경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파리 올림픽은 여서정에게 부담이 큰 대회였다. 36년 만에 출전한 단체전에서 대표팀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이끌어야 했고, 개인적으론 도마 2회 연속 메달이 걸려있는 대회였다. 여서정은 “기대를 많이 하셨을 텐데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옆에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신 감독님, 코치님,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다. 그냥 모든 게 감사한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여서정의 다음 목표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그는 “몸 관리를 좀 더 열심히 하며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잡고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마 결선을 끝으로 올림픽 여정을 마친 여서정은 “그냥 좀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얼굴엔 후련함의 미소가 번졌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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