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철책 바로 앞 매설된 지뢰…평화 위협한 북한의 만행[뉴스속오늘]

채태병 기자 2024. 8.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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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북한 목함지뢰 매설 사건 당시 폭발 모습이 촬영된 TOD(열상감시장비) 영상. /사진=YTN 공식 유튜브 채널
2015년 8월 4일 오전 7시30분쯤 경기 파주시 군내면 방목리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났다. 대한민국 육군 제1보병사단 소속 8명이 수색 작전을 위해 추진 철책 통문을 열고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으로 진입할 때였다.

굉음 원인은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였다. 당시 통문을 첫 번째와 두 번째로 통과한 김정원 하사, 하재헌 하사가 목함지뢰를 밟아 폭발 피해를 봤다.

폭발 10여분 뒤 현장 인근의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나온 지원 병력이 도착해 환자를 이송해 갔다. 목함지뢰를 밟았던 김 하사와 하 하사는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국방부 "북한의 계획적 도발"
국방부는 두 하사의 치료 조치와 함께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국방부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팀과 함께 2015년 8월 6~7일 현장 조사를 벌였고, 같은 달 10일 브리핑을 열고 "이번 폭발 사고는 북한의 계획적 도발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8월 경기 서부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소속 하사 2명이 수색 작업 도중 목함지뢰 3발에 의해 크게 다쳐 국군수도병원에 옮겨져 치료받았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팀이 사고 현장에 방문해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2015.08.10. /사진=뉴스1, 국방부 공동취재진
당시 안영호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부단장은 "북한군이 MDL을 침범해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매설한 게 확실한 목함지뢰 3발에 의해 (우리 군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조사팀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폭발물 잔해 43점을 정밀 분석한 결과, 목함지뢰의 철제 부품이 녹 하나 없이 온전한 상태였다며 유실된 게 아닌 부대에서 보관·관리하던 것이라고 봤다.

안 부단장은 "비로 인한 유실 등으로 (사고) 지점에 목함지뢰가 유입됐을 가능성은 없다"며 "해당 지역은 남고북저 지형에 배수가 용이한 마사토 토양이었고, 유실됐던 것이라면 주변에 흙이나 수목 등 부산물이 쌓여 있어야 하나 그런 흔적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부러 아닌 이상에야 그 넓은 추진 철책에서, 하필 좁은 통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지뢰가 매설된 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며 "증거와 정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은 북한군의 의도적이고 불법적인 명백한 군사도발"이라고 덧붙였다.
뻔뻔한 북한 "청와대 모략극, 우기고 싶으면 동영상 제시해라"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지뢰 개봉 모습. /2013.07.12. /사진=뉴스1, 육군 6군단 제공
우리 군의 조사 결과 발표 나흘 후인 2015년 8월 14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목함지뢰 사건은) 괴뢰 군부와 청와대의 모략극"이라며 "그렇게 우겨대고 싶으면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 동영상을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북한 측은 "증거가 없다면 다신 '북의 도발'이란 말을 꺼내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MDL 남쪽 400m 지점에 있는 괴뢰 초소 앞에 우리가 지뢰를, 그것도 3발이나 매설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목함지뢰 사건 발생 후 우리 군은 대응 차원에서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는데, 북한은 이를 두고 "무모한 군사적 도발 행위 중"이라며 "우리와 맞설 용기가 있다면 전장에서 군사적 결판을 내보자"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의 적반하장 태도에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는 전통문을 보내 대응했다. 합참은 "책임을 회피하면서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이지 말라"며 "무모하게 또다시 도발을 자행할 경우 가차 없이 응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한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추지 않자 북한은 2015년 8월 20일 오후 포격 도발과 함께 "48시간 내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란 내용의 최후통첩을 전하기도 했다.
54시간 마라톤회담…서로 도발 행위 중단 합의
양측은 결국 고위 관계자들끼리 직접 만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같은 달 22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1차 회담이 진행됐고, 한국에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54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담판 끝에, 25일 새벽 서로를 도발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이 먼저 지뢰 폭발로 부상자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우리가 이를 수용해 회담을 끝낸 날 정오부터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키로 했다.

목함지뢰 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두 중사는 치료 후 일상으로 복귀했다. 김정원 하사는 육군에서 계속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3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부조직법 공포안 서명식'에 중사 계급장을 단 채 등장했다.

하재헌 하사는 예비역 중사로 전역 후 장애인 조정선수로 활동 중이다. 하재헌 선수는 2019년 10월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조정 남자 싱글스컬에서 5분 20초 12의 기록으로 우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정선수 하재헌이 2019년 10월17일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조정 남자 싱글스컬 PR1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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