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깜짝 강세에…5대 은행 엔화 예금 지난달 감소세 전환
은행권 "지난달에만 7% 넘게 올라…단기 추가 상승 여력 크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원화 대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가운데, 올해 내내 늘었던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지난달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선을 넘어서자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엔화 예금을 늘렸던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현재 엔화 환율이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수 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엔화 뛰자 엔화 예금 7개월 만에 감소 전환…원→엔 환전도 늘어
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1조2천111억엔으로 집계됐다.
6월 말(1조2천929억엔) 대비 818억엔 줄었는데, 5대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2월(641억엔 감소) 이후 처음이다.
5대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말 5천978억엔까지 줄었다가 엔화 가치 하락과 맞물려 꾸준히 증가해 같은 해 9월에는 1조엔을 넘어섰다.
올해에도 계속 늘어나던 엔화 예금 잔액은 7월 들어 엔화 가치가 급격히 반등하면서 감소세로 전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급등하면서 기존 엔화 예금 보유자들의 수익 실현 거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7∼8월에는 차익을 목표로 한 엔화 예금 해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 상승에 엔화를 원화로 바꾸는 환전 규모도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엔화 매수(엔화→원화) 건수는 7만2천289건, 매수액은 약 128억엔으로 집계됐다.
건수 기준으로는 지난 3월(8만4천952건) 이후, 매수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149억엔) 이후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휴가철 환전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차익 실현 목적의 매수실적도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지난 2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30원대에 근접했다.
원/엔 재정환율(하나은행 대고객 고시 환율·최종회차 기준)은 지난 2일 기준 100엔당 929.22원을 기록, 지난해 6월 8일(934.84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엔/달러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 역시 지난달 초 3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달러당 162엔선까지 상승했으나 한 달 만에 140엔대로 떨어졌다.
미일 통화정책 엇갈리며 엔화 상승…"단기 추가 매수 매력은 크지 않아"
최근 엔화 가치가 '슈퍼 엔저'에서 벗어나 급격히 반등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 격차가 축소된 영향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에 미국 장기금리가 하락한 반면, 일본은행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일본 장기금리는 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정책금리를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0.1%에서 0.25% 정도로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반면 같은 날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5.25∼5.50%로 동결하고,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가 더 강세를 나타낼 수 있지만, 최근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등 단기 정책 변수는 환율에 충분히 반영돼있다고 분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장기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며 "일본 장기금리 역시 엔저가 심화하지 않거나 일본은행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다면 미국 장기금리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계속 좁혀지기보다 현 수준에서 등락할 것임을 의미한다"며 "엔/달러 환율은 올해 4분기 140∼145엔이 적정 수준이라고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박성현 NH농협금융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도 "미일 양국의 통화정책이 변곡점을 맞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엔/달러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하락 폭을 가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인데, 현재 시장의 기대(연내 3∼4회)는 다소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책당국 또한 140엔대에서는 하방을 관리할 것으로 보여 동 레벨에서 엔화에 대한 추격매수 매력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서윤 하나은행 Club1 PB센터지점 Gold PB 부장 역시 "엔화는 최근 단기간 7% 이상의 급격한 상승이 있었다"며 "신규 자금은 향후 미일 금리 정책변동 이슈를 체크하면서 기술적 조정이 있을 때 매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시사 등 매파적 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고려하면 현 위치에서 조금씩 엔을 사모으면서 내년 이후 추가적인 엔화 가치 상승에 대비 투자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서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국내 주식 매입 확대에도 해외주식 청산 규모가 크지 않았고 작년부터 일본 생보사 미국채 매수세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등 우려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이로 인한 엔화의 급격한 강세는 발동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이 급격한 금리인하를 하지 않으면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급격히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위험자산 조정의 주요 배경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는 명확하지 않다"며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어느 위험자산에 투자됐는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hk999@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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