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미래 하이브리드" 부산 여행은 이제 영도다
흰여울문화마을, 피란민 정착지서 문화 예술 옷 바꿔 입어
다누비열차 타고 태종대 한바퀴, 불변의 1위 인기 여행지
'깡깡이 예술마을' 메케한 쇠냄새 속 예술 오아시스 꽃피
"영도대교 건너지 마라. 영영 못 찾는다" 1970~80년대 영도에서 태어난 이들이 어릴 적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실제 영도에서 나고 자란 친구 한 명은 어릴 적 영도대교를 건너면 일본인 줄 알았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영도, AKA(일명) '영아일랜드'는 부산의 16개 구·군 중 유일한 섬이다. 부산에서도 독특한 지역정서와 유대가 있는 곳이다.
영도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봉래산. 396.2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오르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봉래산에는 '영도 할매' 전설이 있다. 평소에는 영도 주민을 지켜주지만, 주민이 영도를 떠나면 할매가 짓궂게 심술을 부려 부정한 일이 생긴다는 것. 때문에 영도 사람이 이사를 할 때 손 없는 날, 영도 할매가 낮에도 잠든날 등 택일하는데도 정성을 쏟는다.
영도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근대화 역사의 한 중간에 있다. 이제는 부산의 꼬장꼬장한 정체성을 볼 수 있는 것을 넘어서 과거, 현재, 미래를 한 궤에 놓고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여행 핫플로 변모했다.
먼저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은 지난달 19일 개관한 이후 줄곧 문전성시다. 이곳은 부산의 여러 자연과 문화 요소를 모티브로 한 '순환(CIRCLE)'을 주제로 작품 19개를 선보인다. 기존 아르떼뮤지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작품 16개가 등장해 전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3650명에 달하자, 부산시는 이곳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를 확대했다.
오직 미디어아트와 음악이 들어찬 널찍한 공간.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어느 각도로 사진을 찍어도 풍부한 색감이 담겨 SNS에는 이미 게시물이 넘쳐난다.
흰여울문화마을은 바다를 끼고 걸으며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문화, 예술을 맛볼 수 있다. 흰여울길은 예전에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려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 빠른 물살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해 걷다 보면 영화의 유명한 한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이곳은 2011년 12월, 공가와 폐가를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과거 피란민 정착지였지만, 이제는 부산의 정서가 담긴 예술 공방이 들어차 생기가 넘친다.
영도=태종대 공식은 불변이다. 넉넉지 않은 80년대, 신혼여행지로 많이 찾은 곳 중 하나인 태종대는 세월이 지나도 빼어난 해안 절경을 자랑한다. 구름 없는 맑은 날에는 약 56km 거리에 있는 일본 대마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태종대는 부산국가지질공원이다. 파도가 깎아내려 만든 파식대지(파도에 의한 침식 작용 등으로 해안가에 생긴 평탄한 지형), 해식애(해식과 풍화 작용에 의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 해안동굴, 암벽해안 등 살아있는 지구과학 교과서다. 면적은 무려 163만2809㎡. 요즘같이 폭염이 절정일 때는 태종대를 순회하는 '다누비열차'를 타면 태종대 곳곳을 빠짐없이 살펴볼 수 있다.
태종대 입구에는 연안을 도는 유람선도 운행 중이다. 새우깡 한 봉지만 있으면 영도 앞바다에 있는 갈매기를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유람선에서 내리면 영도 해녀가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태종대 인근에 있는 감지해변은 부산에서도 귀한 몽돌해변이다. 여름의 부산함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날씨에 따라 때로 쪽빛 색깔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수평선에 걸쳐 먼바다에 묘박해 있는 선박은 부산의 또다른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3㎞ 정도의 산책로 곳곳에는 야생초꽃밭이 조성돼 있다.
영도의 역사는 수리조선업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가 세워졌던 발상지다. '깡깡이 예술마을'은 메케한 냄새와 쇳소리가 문화예술로 탈바꿈한 곳이다. '깡깡'은 선박에 붙은 조개껍데기나 녹을 망치로 내리쳐서 나는 소리다.
곳곳에 1970~80년대 가옥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잿빛 산업의 현장에서 영롱한 색감을 입은 그라피티(낙서), 오브제가 서로 사맛디 아니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선박체험관은 부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인선이 예술을 옷을 입은 체험 공간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종합 해양전문 박물관인 '국립해양박물관'은 탁트인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해양생물, 해양역사, 해양문화, 해양산업 등을 살펴볼 수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년 방문객이 백만명에 이른다. 특히, 해양생태계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수족관, 해양관련 서적과 자료가 있는 도서관은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영도는 해안가를 따라 대규모 카페가 여러 곳 조성돼 있다. 특히 부산 출신의 전주연 바리스타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유명한 커피 브랜드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있다.
차량이 있거나 2층짜리 부산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한다면 360도 회전하는 부산항대교는 꼭 타야 한다. 낮에는 아득하게 멀리 보이는 바다 위를 나르는 듯한 느낌을 밤에는 별처럼 총총 박혀 있는 야경을 보며 무저갱(바닥이 없는 깊은 구덩이)에서 탈출하는 듯한 아찔함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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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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