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남편 회사 주식도 ‘재산분할’ 해주세요” 법원 판단은

이현승 기자 2024. 8.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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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모두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SK㈜ 주식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4일 “이혼 소송에서 기업 오너인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에 해당하는 현금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주식을 현물로 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국내 주식시장 확대에 따라 주식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이혼할 때 주가만큼 재산분할 받으려면… “내조 잘 했거나 회사에 기여했거나”

현재 법원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지배 주주의 주식은 이혼을 요구하는 배우자에게 현물로 주지 않고 주가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판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한 법조인은 “법원이 재산분할 판결로 기업 경영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가사 전문 변호사 등에 따르면, 자수성가형 창업자인 경우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게 아니라, 직접 창업을 했다면 창업 전후에 결혼한 배우자가 내조를 통해 회사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혼인 기간이 길고 자녀가 있는 경우, 배우자가 직접 회사 경영에 돈을 보태거나 직원으로 일한 경우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작년 수원고등법원은 기업가치 200억원대의 비상장 중소기업 창업자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재산분할 소송 항소심에서 “남편이 100% 보유한 회사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이 회사 대표는 결혼 후 회사를 창업한 뒤 아내와 20년 이상 결혼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녀를 2명 낳았다. 배우자는 남편을 내조하면서 회사 경리로도 일을 했다.

반면 부모에게 사업을 물려받은 2세·3세 기업인의 경우 회사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 수원고등법원은 국내 코스닥 상장사 창업주 2세의 배우자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판결했다. 회사가 창업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두 사람의 결혼 기간은 10년 미만이고 자녀도 없는 점 등을 법원이 판단 근거로 들었다. 또 아내가 특별히 회사 가치 증대에 기여하지도 않았다고도 봤다.

◇ 주식 ‘현물’ 분할 요구도... 법원, 경영 참가하지 않는 배우자엔 현금 지급 판결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소송에서 주식을 ‘현물’로 달라고 청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회사를 공동 창업한 아내 이모씨는 2022년 11월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주회사 지분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지주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권씨가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지분 가치는 최소 5조원에 이른다. 두 사람은 2001년 결혼한 뒤 2002년 회사를 같이 창업했다. 이씨는 창업 초기에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가 중간에 다른 회사에 넘겼다. 이후 이씨는 권씨를 내조하면서 자녀를 키웠다. 현재 법원에서 재산 감정을 하고 있다.

가사 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법적으로 남남이 되기 위한 이혼 소송 과정에서 주식을 현물로 받는 지분 분할을 요구하는 것은 주로 경영권에 관심이 있거나, 회사 가치 상승에 본인의 기여가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이 주식을 현물로 지급하라고 하는 결정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한다.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주식 분할을 청구하는 사람이 회사 경영에 현재 참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주식 현물 분할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했다. 한 대형로펌의 가사 전문 변호사는 “특히 비상장 주식은 시장에서 거래도 되지 않고, 지배주주가 배당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보유에 따른 추가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비상장 주식을 현물로 상대방에게 넘기라고 판결했다가 오히려 또 다른 분쟁 발단이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변호사는 “1심 법원이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아내의 수백억원 상당 비상장 주식을 경영자인 남편이 받고, 남편은 아내에게 현금을 주라고 판결했는데 남편이 현금이 없다며 주식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판결이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미해결 상황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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