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 넘은 고속도로… G10 성장, 지역 통합, 한류 확산의 원동력됐다

김민정 기자 2024. 8.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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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 기반된 고속도로… 56년 만에 5000㎞ 돌파
산업단지 조성에 결정적 역할… 경제활동 기반으로 ‘우뚝’
50년간 지역 간 이동 시간 45% 단축… ‘지역통합’에 기여
한류 문화 형성 ‘K-콘텐츠’ 확산 중심에도 고속도로가 있다

충북 청주시에서 제천시를 잇는 충청내륙화고속도로의 청주 청원-증평 도안 구간이 지난달 25일 개통했다. 충청내륙화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이 개통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공사로 청주~음성 간 통행 시간이 15분 단축된다.

4일 한국도로 공사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고속도로의 총길이가 5000㎞를 돌파했다. 고속도로 개통은 한국의 경제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인구가 모인 주요 도시를 연결해 경제·사회·문화를 연결하고, 고속도로를 따라 주요 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전국 모든 도시를 반나절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고, 이러한 교통 인프라는 ‘새벽 배송·당일배송’으로 대표되는 물류 혁신으로 이어졌다.

고속도로 총길이가 5000㎞를 넘어선 건 지난 2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천∼조안 구간이 개통하면서다. 1968년 경인·경부 고속도로 개통 이후 56년 만에 이룬 성과다.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잠원IC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가 밀려드는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 韓 경제 발전사 축소한 고속도로 史

우리나라 1호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는 1968년 준공됐다. 서울 영등포에서 인천 가좌인터체인지까지 23.5㎞에 이르는 왕복 4차선 도로를 순수 국내 기술로 지은 것이다. 경인고속도로는 차로 1시간 가까이 걸리던 영등포-가좌 구간을 20분 내로 단축했다. 국내 수송혁명의 첫걸음이었다.

이어 경부고속도로가 1970년에 개통했다. 서울과 부산이 직통으로 연결되면서 경제 발전에 필요한 인력과 물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한국 경제 발전의 시발점이란 평가를 받는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고속도로 인근 공업단지와 소비처인 대도시, 그리고 수출항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졌다. 한국이 ‘수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첫 단추였던 것이다.

지금도 국내 고속도로망은 산업단지 조성과 물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는 산업단지 전체 57개 중 47개, 항만 전체 42개 중 23개를 연계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신설되면서 국가산단과 고속도로 입구인 ‘인접 나들목(IC)’까지의 접근성도 개선됐다. 항만과 IC의 접근거리는 2011년 평균 19.56㎞에서 2021년 평균 16.05㎞로 감소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고속도로 건설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165조6000억원에 달한다. 78만7000명의 고용유발효과는 덤이다.

앞으로 조성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 국가산단에서도 고속도로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과 부산으로 물류를 이송한다. 수도권 각지로는 용인-서울 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통해 연결된다.

국내 물류 혁신도 고속도로 확장이 견인했다. 전국을 반나절에 연결하는 교통망은 쿠팡, 마켓컬리 등 빠른 배송을 앞세운 신산업 태동의 계기가 됐다. 택배업체의 ‘당일·익일 배송’이 가능해진 것도 고속도로 덕분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전국 곳곳의 물류센터는 모두 고속도로와 인접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며 “고속도로를 기반으로 한 물류 허브 구축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만나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역사가 담긴 모습들. /한국도로공사 제공

◇ 올림픽·월드컵 유치 가능케 한 고속도로

고속도로는 지역 간 사회·문화 교류의 통로 역할도 했다. 과거 지역갈등이 심했던 영남과 호남은 남해고속도로가 개통하며 인적교류가 늘었고, 갈등이 완화됐다. 목포-광양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부산-목포 간 교류도 늘었다.

과거 ‘88올림픽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개통됐던 광주대구고속도로는 전남과 경북을 이었다. 2009년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가 의료산업 공동 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에서 착안해 고속도로의 이름을 ‘달빛고속도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에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 광주에선 이 길로 의료지원을 보내고,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수용했다.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지난 50여 년간 지역 간 평균 이동 시간은 45% 단축됐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지역 간 평균 이동 시간은 1970년 307분에서 1980년 277분, 2000년 214분에서 2023년 167분으로 절반가량 줄어 들었다. 30분 이내 고속도로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는 98.6%, 지역은 74.7%에 달한다. 고속도로망이 전국에 촘촘히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속도로 확장은 스포츠, 공연, 관광 활성화 효과도 냈다.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개최가 어려운 이벤트였다.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 전시회 등 서울 수도권에 몰렸던 문화예술 공연이 전국 순회공연으로 확산한 것도 잘 구축된 도로망 덕분이다. 고속도로를 통해 문화 향유 기회가 넓어지고, 이러한 문화적 바탕이 한류 문화 성숙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등산, 낚시, 사진, 자전거라이딩, 도보 투어 또는 마라톤까지 전국을 무대로 하는 다양한 취미활동이 성행할 수 있던 것도 도로의 영향이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지역축제가 만들어지고 지역 관광지 리모델링,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도로의 여객 수송 분담률은 84.3%에 달한다.

고속도로망 확충에 따른 주요 국립공원부터 인접 IC까지의 접근성 향상으로 국립공원 등을 이용하는 국민도 크게 늘었다. 주요 국립공원으로부터 인접 IC까지의 접근거리는 2011년 평균 25.2㎞에서 2021년 평균 16.8㎞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의료·문화·교육·행정 등의 주요 시설 연계성 강화와 접근성 개선에 따라 지역 주민의 복지와 의료 수준도 크게 상향됐다. 거리가 멀더라도 중병을 앓는 경우 고속도로를 이용해 상급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1일 생활권’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고속도로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함께 다시 한번 위대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외시장 수주 확대와 복합 환승센터 등 새롭게 선보일 고속도로 인프라 구축으로 대한민국의 도로교통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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