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해오는 R의 공포···주가 상승은 '일장춘몽'이었을까요 [선데이 머니카페]

이정훈 기자 2024. 8.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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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하 가시화···반등 아닌 경기 침체 신호
빅테크 주가 고점론···한미 증시 동조화 계속되나
"변동성 더 커질 것···경기방어주들 골라 담아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습니다. 투자자들이 그토록 고대하던 미국의 금리 인하 예고는 한순간에 경기 침체 신호로 탈바꿈했습니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가 엄습하자 국내 증시는 폭락하며 역대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지난 2일 코스피는 하루 동안 100포인트 넘게 빠지며 3년 11개월여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코스닥 역시 4% 넘게 빠지며 2022년 9월 26일 이후 676일 만에 최고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주가 반등을 꿈꾸며 미국 금리 인하만을 기다려 온 투자자들에게는 정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 아닐 수 없는데요.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지난 증시 상황을 되돌아보고 향후 전망과 투자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증시 흐름은 좋았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 9월 미국 기준 금리 인하를 가시화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국내 증시 대장주라 불리는 삼성전자(005930)가 엔비디아를 상대로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테스트를 통과 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오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리고 미 연준에서 예상한 대로 올 9월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시장은 환호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45.78포인트(1.68%) 오르며 상승세를 탔습니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15.97포인트(2.00%) 상승하며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습니다.

하루 만에 끝난 파티···AI 고점론까지 가세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1.49포인트(3.65%) 하락한 2676.19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금리 인하의 기쁨은 하루를 넘지 못했습니다. FOMC 이후 발표된 미국의 7월 경제 지표가 경기 침체를 암시했기 때문이죠. 1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월치인 48.5를 밑돌 뿐만 아니라 시장 기대치(48.8)를 하회하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PMI가 50을 넘지 못했다는 건 제조업 업황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ISM 제조업 PMI 하위지수인 고용지수가 전월 대비 5.9포인트 급락한 43.4를 기록하며 시장의 공포 심리를 더욱 자극했습니다. 이날 함께 발표된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경기 침체 공포 확산에 기여했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 9000건으로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제 지표 발표 이후 시장은 돌변했습니다. 과열된 시장이 진정된 수준을 넘어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은 서둘러 돈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 모두 각각 전날 대비 1.21%, 1.37%, 2.30% 하락했습니다. 올 들어 주가가 고공행진했던 ‘매그니피센트 세븐(M7)’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나친 걱정 정도로만 여겨지던 ‘인공지능(AI) 고점론’은 어느새 확신으로 뒤바뀌며 주가가 흔들렸습니다. 애플을 제외한 M7 주가 모두 연중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달 들어 미국 증시와 높은 상관 관계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도 당연히 하락장을 맞이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모두 쌍끌이 매도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 내렸습니다. 2일 하루에만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도합 2조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4일 간에 상승분 이상을 반납했습니다.

“본격적인 조정 국면 맞이···변동성 장세 이어질 것”
뉴욕증권거래소 풍경. AFP연합뉴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과 국내 증시 모두 당분간 변동성이 심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인데요. 2일(현지시간)에도 미국 증시 하락장은 이어졌습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S&P500지수, 나스닥 종합지수 모두 전장 대비 1.51%, 1.84%, 2.43% 떨어졌습니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실업률 역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4.3%를 기록한 것으로 나와 투자자들 사이 불안감은 더욱 확산됐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변동폭이 작은 종목들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는데요.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향후 증시는 박스권에 갇힌 채 큰 폭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은행, 필수 소비재, 헬스케어 등을 골라 담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이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증시는 큰 틀에서는 상승세를 유치한 채 변동폭만 더 커질 것”이라며 “지금 다른 업종들로 갈아타기보다는 반도체, 방산 등 기존 주도주를 주워 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곧 증시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가 과하게 유입된 상황으로 눌려있던 지수에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며 “가장 많이 내린 기술주가 제일 먼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미국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가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고 있고 이익 전망도 양호하다”고 말하며 주가 반등 기대를 키웠습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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