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 러-우크라이나 전쟁…"미 대선이 향방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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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전황을 짚어보고 미국 대선 결과가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해 봤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전쟁 초반처럼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보다는 양측이 소모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따라서 전황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기 어렵고 전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소모전을 향후 우크라이나가 지속할 수 있는가 혹은 반격을 시도할 수 있는가 여부는 순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전쟁이 지루한 소모전 양상을 빚는 가운데 한쪽에선 평화 협상을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국을 방문한 드리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대화·협상하기를 원하고 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면서 추가적인 설명을 기다리겠다고 반응했다.
다만 실제 협상 타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러시아가 승기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의 협상은 곧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5분의 1에 달하는 러시아 점령지를 인정하고 나토 가입도 포기한다는 조건을 수용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협상 과정에서 점령지역 인정 외에도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대러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만으로 끝날 수 없다. 협상은 곧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것이 될 텐데 이는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한 세력권을 인정한다는 굴욕적인 패배를 의미한다. 장기간 엄청난 전면전을 치르고도 결국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글로벌 패권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도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한 상태에서 전쟁이 끝난다면 규칙기반의 국제질서가 사실상 무너지는 것이다. 이는 18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형성된 주권국가의 개념을 무시한 사례인 동시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력히 유지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현상 변경 세력이 부상하면서 진영 간 대립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여론을 고려할 때 즉각 휴전이나 종전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입장에서, 미국 압박에 못 이겨 협상을 수용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협상의 모든 책임을 지는 형태로 종전 또는 휴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원을 중단하겠다 공언하고 있지만 취임 즉시 실행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협상 조건도 제대로 조율이 안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장에 나오도록 최대한 압박을 하고 막후에서 어느 정도 협상 조건을 조율한 뒤 지원 중단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새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후보의 국가안보보좌관은 필립 고든으로 베테랑 외교전문가이자 유럽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해리스 정부는 유럽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유지되거나 강화된다면 전쟁은 협상보다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장기전에 빠질 수 있다.
김동규 시사문예지 파도 편집장은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전쟁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서로 정치적인 명분을 챙기면서 어떻게 전쟁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협상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종전 이후에 서로 적대국이 돼 마치 남북 관계처럼 대치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전쟁을 끝낼 리더십도 부족하기 때문에 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소모전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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