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은행금리…예금 0.2%p 떨어져도 대출은 시장 거슬러 상승

신호경 2024. 8. 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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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5일부터 2년만의 대대적 예금금리 인하…신한은행도 2일 인하 단행
은행채 0.14%p↓에도 대출금리 0.19%p↑…"당국압박에 은행 예대마진 커져"
금리 올려도 잡히지 않는 주담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원 넘게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수차례 높였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 등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대출 수요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 2024.7.28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기자 =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은행권의 여신(대출)·수신(예금) 금리 체계가 뒤엉키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거의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예금 금리를 낮추면서도, 대출 금리의 경우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금리를 거슬러 오히려 끊임없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등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 전망과 함께 앞으로 당분간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결국 국내 은행권의 예대 차익(대출금리-예금금리)만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 수신(예금) 금리 인하 공지 [KB국민은행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KB·신한 잇따라 예금금리 최대 0.2%p↓…"시장금리 반영"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상당수 수신(예금)상품 금리를 일제히 최대 0.2%포인트(p) 인하한다.

'국민수퍼 정기예금'의 고정금리는 현재 계약기간(1개월∼3년)과 이자 지급방식(만기·월이자)에 따라 1.90∼2.90% 수준이다. 하지만 5일부터는 6개월 이상 계약 상품의 금리가 최대 0.2%p 떨어지면서 전체 금리 수준이 1.90∼2.70%로 조정된다.

단위기간 금리 연동형 상품 금리 역시 최대 0.15%p 낮아져 연동(회전) 단위기간별로 1.85∼2.40%인 금리 범위가 1.85∼2.25%로 바뀐다.

일반 정기예금의 금리는 계약기간(1개월∼3년)에 따라 0.15∼0.20%p 떨어지고, 회전형 장기정기예금의 금리도 2.55%에서 2.35%로 0.20%p 하향 조정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예금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상품별 금리 조정은 수시로 이뤄지지만, 이렇게 일괄적으로 대다수 예금 상품의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2022년 10월 기준금리가 0.50%p 인상됐을 때 15가지 거치식예금과 23가지 수신상품 금리를 일괄 인상한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이미 2일부터 수신상품의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0%p 일제히 낮췄다.

정기예금(신한S드림정기예금·쏠편한정기예금 등)의 경우 상품별로 0.05∼0.20%p 내려 모든 상품의 금리가 2.95%로 같아졌고, 적립식예금(신한연금저축황적금·신한S드림적금 등)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각 0.10∼0.20%p, 0.05%p 떨어졌다.

신한ISA정기예금의 경우 16일부터 3.00%에서 2.95%로 0.05%p 낮아질 예정이다.

신한은행 수신(예금) 금리 인하 공지 [신한은행 홈페이지 캡쳐.재판매 및 DB 금지]

2%대 대출금리, 한달 보름만에 사라져…가계대출 잡으려 20일만에 4차례 인상도

하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흐름과 반대로 오히려 더 오르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030∼5.204% 수준이다. 약 열흘 전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해 하단이 0.190%p 높아졌다.

이에 따라 6월 중순께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0%를 기록하며 약 3년 만에 도래한 '2%대 금리 시대'도 한달 보름여 만에 막을 내렸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030∼6.548%)의 하단도 0.070%p 올랐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45%에서 3.204%로 0.141%p 떨어지고,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520%로 유지된 사실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은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등에 최근 한 달간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 추가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p씩 높였고 29일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3%p 인상한 데 이어 오는 7일부터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p 추가로 올린다. 약 20일 만에 네 차례나 대출 금리를 높이는 셈이다.

KB국민은행도 이달 2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0.3%p 또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3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 0.13%p, 0.2%p 올리고 29일부터 갈아타기(대환)·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까지 제한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충분히 꺾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7천383억원으로, 6월 말(708조5천723억원)과 비교해 한 달 사이 7조1천660억원이나 더 불었다. 2021년 4월(+9조2천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이런 가계대출, 시장금리 추이로 미뤄 거꾸로 가는 예금·대출금리와 은행 예대마진 확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경기 둔화 이슈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 얘기까지 나오는 만큼, 앞으로 미국 국고채 금리 등은 더 떨어지고 국내 은행채 등 시장금리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은행들은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낮추겠지만, 대출금리의 경우 가계대출 급증을 고려할 때 쉽게 낮추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예대마진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당국 등의 요청으로 가계대출을 줄여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예금을 통해 자금을 굳이 많이 조달할 유인도 그만큼 약해졌다"며 "이런 상황도 예금 금리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shk999@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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