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의 높은 조류 충돌 위험성이 간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 2024. 8.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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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⑨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25년 전에 조류와 그 서식지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주하였다.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부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공기, 특히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새들을 비롯하여 낙동강 하구와 그 주변의 엄청난 생물 다양성에 끌려서이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부산도 지난 20년 동안 크게 변했다. 거대한 신항이 건설되었고,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도로와 다리가 생겼고, 마을은 아파트단지의 콘크리트숲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몇 안 되는 조류 관련 데이터는 많은 종의 새들이 크게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2024년 12월부터 5년 안에 가덕도의 산 하나를 낙동강하구로 밀어버리고, 그 잔해 위로 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2022년에 발표한 바로는 '제2해안순환도로' 건설도 제안하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공항과 동부의 관광지를 바로 연결하고 울산까지 이어지는 75km 정도의 신설도로가 생겨나고, 그 도로는 대부분 바다 위를 지나게 된다.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렇게 잇따른 인프라의 타당성과 긴급성을 이해할 수 없다. 지난 20년간의 건설로 도시의 특성과 생물 다양성은 이미 감소했으며, 인구 감소 외에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23%에 달하는 부산의 초고령화도 막지 못한 연구 결과도 있다. 수십 년간의 인프라 개발과 가덕도신공항이라는 부산 국제공항 유치 약속과 막대한 홍보 비용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2030 엑스포를 개최해야 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설득하지 못했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개최권을 따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있어 2030년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식 웹사이트(https://riyadhexpo2030.sa/)에 설명된 대로, 2030년은 ‘유엔의 의제 2030과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집중되는 해’이다. 유엔의 모든 회원국이 동의한 SDGs는 환경, 사회, 경제라는 세 가지 기본 기둥에 기반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목표 기반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경제와 사회가 생존하고 번창하려면 건강한 환경이 절대적이다.

▲ 가덕도. ⓒ연합뉴스

부산시의 2030 엑스포 유치는 신기술 및 신공항을 비롯하여 인프라 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수십 년 된 낡은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시의 자연환경은 도시의 미래를 위한 기반으로서가 아닌 배경 경관으로 비쳤다. 부산의 접근 방식은 다른 후보 도시에 비해 정직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두 가지가 인간 복지에 미치는 심각성에 대해 잘못 파악한 것이다. SDGs와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관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여준 도시들보다 부산은 뒤처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지금 가덕도신공항 계획은 제주와 새만금의 신공항, 그리고 생물다양성 면에서 중요한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결함을 지닌 설계 과정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의 구태의연한 개발 모델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만금갯벌 매립과 그 이전의 4대강 사업처럼 이미 국내 환경은 물론 대외적인 우리나라의 환경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개발 모델이다.

가덕도 공항 설계 및 진행 과정에 있어 의아한 점이 있다. 우선, 가덕도 남쪽에 자리 잡을 부산의 신공항 부지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이유로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이전에 여러 차례 거절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부지가 다시 선정되었는데, 현재는 실패한 부산의 2030 엑스포 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큰 이유였다. 이 지역은 수백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생물다양성과 문화유산 면에서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를 극복하고 건설을 용이하게 하고자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그러고 나서 환경영향평가(또는 EIA)를 실시했다.

잘 설계된 환경영향평가라 함은 계획을 수립하는 초기 과정에 실시하되 제안된 개발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여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기 전에 의사 결정자가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것을 비롯하여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고 잠재적으로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발일수록 보다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가덕도신공항의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연구, 공표, 전문가 검토로 구성되어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로 인해 최종 보고서는 2030 엑스포 개최지 최종 투표 3개월 전인 2023년 8월에 발표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급히 서두르고 중단하지 않을 것이 명백해 보이는 과정을 거친다면 어떻게 국내 헌법이 명시한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잠재적으로 수조 달러를 걸고 성장하고 있는 '녹색 시장 혁명'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와 경쟁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

가덕도 환경영향평가는 '전략적 EIA'임을 자처하는데 다른 선진국에서는 공항 개발을 국가 정책의 틀에 넣고 신공항의 필요성 여부를 담은 대안에 대한 상세한 평가가 제공된다. 또한 전략적 EIA는 신설 도로와 같은 관련된 인프라의 누적된 영향평가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읽은 바로는 제2해안순환도로 안이 EIA 과정에서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대안에 대한 의미 있는 고려 사항이나 제2해안순환도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보인다. 대신, 공개된 EIA 보고서의 대부분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지침에 따라 수년 전에 공항 입지로 사전 선정되었던 바로 그 구역과 거기로부터 13km 떨어진 지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ICAO는 유엔 환경 보호 정책 및 관행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⑨전 세계 공항과 항공기의 안전과 지속가능성 보장에 주된 역할을 하는 유엔 특별 기구이다.

가덕도 EIA에 관해 필자가 검토한 것은 주로 조류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되었다. 조류에 관련된 것으로의 공항 EIA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슈에 주안점을 둔다. 첫 번째는 공항 건설과 운영이 조류와 그 개체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다. 두 번째는 항공기에 대한 조류 충돌 위험성이다. 가덕도 EIA 보고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놓쳤다.

공항 건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생물다양성을 지원하는 산림 및 해양 서식지의 손실과 황폐화를 초래하고,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소수의 생물종을 파괴할 것이다. 공항 운영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올해 초, 포르투갈의 리스본 신국제공항 건설 계획이 취소된 바 있다. 이착륙 접근 시 저공비행 항공기로 인한 소음 증가가 철새에게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곳은 국내법으로 보호하는 낙동강 하구에서 7㎞ 이내,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제적으로도 물새에게 중요한 거제 해안에서 약 10㎞ 이내이다. 항공기로 인한 소음 증가는 두 지역의 물새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가덕도 EIA는 2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증가된 소음 수준이 물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류 충돌과 관련한 ICAO의 특정 지침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일 수도 있다. 조류 충돌은 조류의 죽음, 항공기 손상, 때로는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하며 이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항공기 문제이다. 조류 충돌의 위험과 심각성을 줄이기 위해 ICAO는 모든 국제공항에 야생동물 위험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ICAO에 따르면 모든 야생동물 위험관리계획은 연중 실시되는 조류 및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항공기와 관련된 조류의 행동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특히 활주로 근처와 접근 및 이륙 시 항공기가 사용하는 지역의 조류 무리의 크기와 비행 높이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다. 대부분의 조류 충돌사고는 항공기가 이·착륙 시 활주로에서 13km 구간의 거리에서 비행할 때의 높이인 지상 약 610m 이하에서 발생된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가덕도 환경영향평가용 조류 조사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단 62일 동안만 진행되었다. 그 조사는 1년 내내 하지 않았다. 게다가 활주로 예정지 인근이나 항공기 접근 및 이륙 시 아래에 있는 지역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현장 조사 외에도 조류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서 특수 레이더를 EIA 절차의 일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덕도 EIA에는 레이더 조사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대략 50마리의 새를 포획하고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이동을 추적했지만 공항 예정지 근처 또는 항공기의 이·착륙을 위한 접근 시 사용되는 비행경로를 이용한 새는 이들 중에는 없었다. 오히려 약 5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가덕도신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조류 충돌위험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조사 결과는 거의 또는 전혀 가치가 없다. 따라서 이런 데이터를 EIA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것은 오히려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나 정부기관의 자금 지원 없이 실시한 우리의 자체 조사도 한계가 있었다. 가덕도에서 11일간에 걸쳐 카운트를 수행한 결과, 총 11,000마리에 달하는 새가 대항마을의 활주로 예정지 일부 상공을 1분에 2~3마리씩 비행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많은 수의 맹금류를 포함하여 이 새들의 상당수는 조류 충돌 가능성이 있는 높이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번 자체 조사에서 많은 수의 맹금류를 비롯한 이동 조류를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가덕도와 인근 지역의 물리적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류 종은 바다 위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데, 가덕도는 한반도와 일본을 잇는 최단거리 해협에 인접해 있다. 즉, 가덕도는 많은 종들이 이용하는 주요 이동 경로 상에 있다. 또한 역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어 남향 이동하는 새들이 삼각형의 남쪽 4분의 1분기점에 집중된다. 게다가 전 세계 맹금류는 이동 중에 언덕 능선을 따라 이동하고 해안 근처에서 큰 무리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의 맹금류는 무겁고 몸집이 크기 때문에 바다 위를 날아오르기 전에 높이를 얻고자 언덕 봉우리 주변에서 흔히 생기는 열과 상승 기류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항마을의 활주로 예정지 양쪽의 높은 언덕 봉우리가 있음으로 해서 맹금류와 다른 비행 조류들이 바다를 향해 남쪽으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높이를 올릴 수 있으며, 일본에서 도착한 후 처음으로 높이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안전 위험도는 충돌 확률과 일으킨 피해의 심각도를 곱한 값으로 ICAO에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새들과 새들이 큰 무리일수록 항공기 손상 정도와 비행 성능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더 높아진다. 가덕도 상공에서 때때로 한 번에 한 시간씩 저공비행하는 맹금류 무리의 존재는 항공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위험이 상당할 것임을 시사한다.

야생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ICAO가 승인한 야생동물 위험관리계획은 유인 요소 제거를 비롯한 지역 서식지 파괴, 퇴치장치의 설치 및 최악의 경우에는 활주로 근처에 서식하는 조류의 사살까지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덕도의 경우처럼 지역의 지형에 맞춰 정해진 장거리 이동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맹금류와 기타 조류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공항 건설이 조류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활주로 타맥에서 나오는 반사열은 일본과 한반도를 오가는 이동 중에 치솟아 날아오르는 맹금류에게는 유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조류 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이 드러나는 EIA 보고서에 제시된 내용은 조류 충돌의 위험과 그 심각성이 매우 과소평가되어 나타났다. 이 심각한 사안이 EIA의 공식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 제대로 제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부산 시민과 전 국민 대부분이 신공항과 관련된 많은 환경적, 사회적 사안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EIA 보고서에 제시된 잘못된 정보(제주와 새만금신공항에 대한 EIA 보고서의 잘못된 정보처럼)를 옳은 정보와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축하 받을 일이다. 이번 법정 사례를 계기로 부산시가 2030년과 그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부산은 필자의 삶터이다. 그리고 부산은 국제 무대에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자연과 문화적 자산을 이미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도시와 국가가 낡은 개발 모델을 거부해야 하고 계획 수립에 있어 국제적인 모범 사례를 채택하고 SDGs를 완전히 받아 들여야 한다. 되돌릴 수 없기 전에.

[나일 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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