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조영제 과민반응 사망' 신부전 환자 유족 손배 일부 승소

변재훈 기자 2024. 8.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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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알레르기 예상 어려워 의료진 과실 단정할 수 없다"
'지적 장애' 환자, 의사결정 능력 의심 정황에도 설명 소홀
"보호자에도 위험성 설명해 자기결정권 실질 보장했어야"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신장 이식 수술 사전 검사 과정에서 투여한 조영제 과민 반응으로 숨진 신부전증 환자의 유족이 병원 측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법원은 조영제로 인한 과민 반응을 예상하기 어려워 의료진 과실은 크지 않다면서도, 지적 장애가 있던 환자 당사자에게 의료행위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 못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 부장판사)는 중증 신부전증 투병 중 숨진 A씨 유족이 전남대학교병원과 소속 의료진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과 의료진 1명이 공동으로 유족 5명에게 A씨가 받아야 할 위자료의 상속분에 따라 총 1499만9997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다른 청구는 각기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지적 장애 3급인 A씨는 2019년 8월 전남대병원에서 '만성사구체신염에 의한 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전남대병원에서 동정맥루 수술과 인조혈관 삽입술, 혈전 제거술을 차례로 받았다.

그러나 다른 병원에서 투석 도중 동정맥루가 다시 막히자, 2020년 5월9일 전남대병원에서 혈전 제거·혈관 확장 수술을 받았다.

사흘 뒤 의료진은 향후 A씨가 신장 이식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사전 검사로서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CT) 검사를 의뢰했다. 같은 날 CT검사를 마친 A씨는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한 달여 지나 '패혈성 쇼크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유족들은 "만성 신장 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A씨에게 조영제로 인한 과민 반응(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혈관 제거술 등을 받고 회복 중인 A씨에게 과민 반응이 예상 가능한 조영제를 쓴 CT검사를 진행했다"며 진료 과실을 주장했다.

또 "의료진이 A씨나 보호자에게 조영제 사용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검사 30분 전 동의는 진료 행위를 받을 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을 때였다"면서 "지적 장애 3급이고 자신의 진료 여부도 기억 못할 정도로 의사 능력이 없는 A씨에 대한 동의는 효력이 없다.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A씨의 치료비, 일실수입(사망에 따라 잃게 된 장래 수입),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 등 명목으로 총 6억2500여 만원을 병원 측과 의료진에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영제를 사용한 CT검사와 관련해 의료진 주의 의무 위반 등 진료 과실 자체는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사인은 감정 회신 결과 등에 비춰 조영제로 인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돼 일어난 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같은 병원에서 조영제를 사용한 CT검사를 두 차례 받으면서 부작용이 있었다는 기록은 발견할 수 없다. 검사 동의서에도 알레르기 관련 질환 유무를 물었지만 '없다'고 답해 의료진으로서는 알레르기로 인한 부작용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당시 수술 예후와 A씨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점, 신장 이식 수술 사전 검사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진료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문제가 된 CT검사에 앞서 의료진의 동의·설명 의무는 충분치 않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검사 동의서 양식에는 일반적으로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서만 적혀 있을 뿐, 중증 신장질환자에 대한 조영제 투여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위험성은 명시돼 있지 않다. CT검사를 의뢰한 의사는 설명 의무 이행 조치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A씨는 검사 동의서 작성 당시 지난 10년 사이 두 번 조영제 사용 CT검사 이력이 있는데도 '없다' 하거나, 신장 질환이 아닌 '심장병'이 있다고 답했다"면서 "의료진이 충분히 주의했다면 A씨의 답변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A씨가 자기결정권을 실제 행사할 판단 능력이 있는 지 의심할 사정이 있는데도 추가 확인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의료 행위의 위험성을 인식·평가하고 자신이 의사 결정할 능력이 없는 환자라면 그 보호자 등에게도 제대로 설명해 실질적인 자기 결정권을 보장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설명 의무 위반 정도가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 의무 위반과 같다 보기는 어렵다. CT검사의 경위와 결과, 설명 의무 위반 정도,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을 경우 검사 동의 가능성 등을 참작할 때 A씨에게 지급할 위자료액은 15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인 유족에 대해서는 "진료계약 당사자나 자기결정권 행사 주체가 아닌 환자 가족에 불과하다. 고유의 위자료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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