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의 날들] 조형기, 만취운전으로 여성 치고 시체유기…처벌은 '집행유예'?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31년 전인 1991년 8월 4일.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 7시 50분쯤.
방송인 조형기는 영화 촬영 일정을 마치고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방향의 42번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그는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날 날씨 또한 어두웠으며 비의 영향으로 노면까지 상당히 미끄러운 상태였다. 그런데도 조형기는 무려 시속 80㎞로 운전을 했고 결국 길을 지나가던 30대 여성을 차로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그러나 조형기는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되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해당 여성이 사망한 것을 확인하자 조형기는 사고 현장에서 약 10m 정도 떨어진 수풀에 여성의 시신을 유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형기는 도주까지 시도했으나 술에 잔뜩 취한 탓에 자신의 차에서 잠들었고 약 7시간 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무려 0.26%로 측정됐다. 이는 당시 면허취소 수준인 0.1%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며 지난 2019년 '윤창호법' 도입으로 더욱 강화된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인 0.08%와 비교하면 3배를 넘는 수치다.
더군다나 그가 잠에 든 이후 7시간이나 지난 후에야 측정된 수치인 것까지 고려한다면 사고 당시 그가 얼마나 인사불성의 만취 상태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경찰에 체포된 조형기는 이내 구속됐으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인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형사부는 유기, 치사, 음주 운전 등 혐의를 인정했으나 범행 당시 조형기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 감경 요소로 반영해 그에게 징역 3년만을 선고했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이어졌고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음주 운전으로 인한 범죄는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경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음주할 때 이미 음주 운전을 할 의사가 있었던 경우에, 그러한 위험의 발생을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것은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 등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조형기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조형기 측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그리고 항소심 선고 이후인 1992년 4월 28일. 조형기에 대한 공소 사실 중 하나인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피해자를 치사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검찰은 '특가법상 도주 차량 혐의' 대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및 시체 유기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으며 조형기는 서울지법, 서울고법, 법원행정처장, 서울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한 '전관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이어진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조형기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과 시체 유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조형기가 유족들과 합의한 점, 범행 후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실형을 면하게 했다.
자유의 몸이 된 조형기는 1993년 곧바로 방송으로 복귀했고 이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기, 예능 등에 출연하며 연예계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미디어가 발달했고 자연스레 조형기의 잔혹한 과거 행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결국 조형기에 대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고 지난 2017년 MBN '황금알'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방송계에서 퇴출당했다.
대중들에게서 잊힌 그는 지난 2020년 유튜브를 통해 복귀를 시도했으나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4개월 만에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한 미국 교민의 '조형기 목격담'이 전해지며 미국 이민설이 돌기도 했으나 지난해 4월 국내에 거주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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