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항저우 이어 파리서도 3관왕…여자 양궁은 '임시현 천하'

▲ 밝은 표정의 임시현

임시현(한국체대)이 9개월 사이에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딴 금메달만 6개에 달합니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임시현은 목에 금메달 3개가 걸고 귀국했습니다.

임시현은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똑같이 금메달 3개를 목에 주렁주렁 겁니다.

'올림픽 양궁 3관왕'의 영광스러운 증표입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임시현은 지난해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1군으로 처음 선발되더니 최고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1년 연기돼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단체, 혼성단체전을 휩쓸며 37년 만의 양궁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받은 임시현의 경쟁력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은 딱 한 명뿐이었습니다.

혼성 단체전(혼성전)이 처음 도입된 게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이기 때문입니다.

도쿄 올림픽에서 안산(광주은행)이 처음으로 해냈습니다.

안산은 김제덕(예천군청)과 사상 첫 혼성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고 여자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하며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으로 우뚝 섰습니다.

안산의 배턴을 넘겨받은 임시현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전 우승으로 시동을 걸더니, 이달 2일에 김우진(청주시청)과 혼성전 금메달을 합작했습니다.

기세가 오른 임시현은 3일 개인전에서도 '세계 최강' 한국의 동료들을 차례로 꺾고 생애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습니다.

사실 임시현은 이번 대회 시작부터 3관왕을 달성할 것임을 '신기록'으로 예고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694점)을 작성하며 경쟁자들의 기를 죽였습니다.

단체전에서도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에이스'다운 실력으로 10점이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꽂았습니다.

아시안게임 3관왕을 달성했다면 자만하거나 몸 상태를 관리하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질 법도 합니다.

최고의 순간을 이어가지 못하고 왕좌에서 내려오는 선수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달리 독한 임시현의 '악바리 근성'이 끊임없이 스스로 최고를 갈망하도록 채찍질했다는 게 김문정 대표팀 코치의 분석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활을 잡은 임시현은 일찍부터 고향인 강원 강릉을 떠나 원주(북원여중), 서울(서울체고)에서 유학 생활을 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홀로서기를 경험한 임시현은 실력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키워왔지만, 쓸데없는 고집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또래 중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습니다.

시작부터 금메달 3개를 수집한 임시현은 '원조 신궁' 김수녕의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김수녕은 한국 양궁 최초의 다관왕입니다.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해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에 올랐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대회(이상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 1개씩을 수확해 총 4개의 금메달을 수집했습니다.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습니다.

2003년생인 임시현이 이 기량을 유지한다면 당장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김수녕의 기록을 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원 기자 buhwal@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