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손흥민, 잘 막아낸 김민재…한국에서 벌어진 첫 맞대결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경기 전에 서로 마주치지 말자고 얘기하고 들어갔는데…. 마주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웃음)"
한국 팬 앞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해 다소 아쉬워한 손흥민(토트넘)과 관심이 부끄러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첫 맞대결 현장이었다.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가 열린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3천496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6시께, 상암벌은 이미 하얗고 붉은 점들이 모여 거대한 파도를 이뤘다.
전반적으로 토트넘의 흰색이 주를 이룬 가운데, 뮌헨을 응원하는 붉은 무리가 관중석 곳곳에 포진했다.
본부석을 기준으로 토트넘 쪽 벤치가 있는 오른쪽 골대 뒤 관중석은 흰색으로 가득 찼고, 왼쪽 골대 뒤 관중석엔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뮌헨 팬들이 운집했다.
손흥민의 토트넘 선수단과 김민재의 뮌헨 선수단이 입장하자 하늘을 찌를 듯한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 시작 전 걸그룹 뉴진스가 시축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리자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창' 손흥민과 '방패' 김민재의 사상 첫 맞대결에 모든 이목이 쏠렸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 김민재는 센터백으로 나선 만큼 둘이 맞서는 장면은 자주 나오진 않았다.
경기 시작부터 왼쪽 뒷공간을 침투하는 손흥민과 수비 커버를 위해 전력 질주한 김민재가 한 방향으로 모여들어 순간적으로 팬들의 기대감이 순간적으로 증폭됐지만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먼저 공을 처리하면서 팬들이 기대한 볼 다툼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 4분 뮌헨의 가브리엘 비도비치가 먼저 골망을 흔들자 토트넘 팬들의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었고, 뮌헨 팬들은 열광했다.
또 김민재가 적극적인 수비로 토트넘의 패스 길을 차단할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전반전은 뮌헨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펼쳐진 가운데, 기세가 오른 뮌헨 팬들은 팀 응원가를 부르며 흥을 표출했다.
그러자 토트넘 팬 역시 지지 않고 구호로 되받아치며 손흥민의 시원한 득점을 기대했다.
하프 타임에는 뉴진스가 히트곡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 등에 맞춰 축하 공연을 선보여 분위기를 달궜다.
후반전 김민재가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오면서, 손흥민과의 '캡틴' 대결도 완성됐다.
후반 시작 직후 손흥민과 김민재가 몇 차례 맞붙는 장면이 나왔다.
후반 3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자 김민재가 동료와 협력 수비로 막아냈다.
후반 6분에는 손흥민에게 향하는 뒷공간 패스를 김민재가 헤더로 끊어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결국 김민재가 후반 10분 에릭 다이어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오면서 손흥민과의 맞대결 마무리됐다.
팬들은 단단한 수비를 선보인 김민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김민재 역시 박수로 화답했다.
김민재가 나간 직후 뮌헨의 레온 고레츠카가 추가 골을 터뜨리자 뮌헨 팬들은 머리 위로 두건을 휘두르며 크게 환호했고, 토트넘 팬들 역시 아쉬움을 애써 감추며 멋진 골 장면에 손뼉을 쳤다.
전반전 별다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기 시작하자 손흥민의 골을 기다리는 팬들도 덩달아 흥분했다.
후반 15분 손흥민의 킬 패스를 받은 파페 사르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마무리하지 못하자 팬들의 아쉬움이 배가 됐다.
후반 21분 토트넘의 페드로 포로가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망을 흔들자 경기장 전체가 들썩였다.
환상적인 추격 골에 이번엔 토트넘 팬들이 머리 위에서 흰색 두건을 돌리며 흥을 표출했고, 뮌헨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경기장을 뒤덮던 환호와 함성과는 달리, 잠시 야유가 나온 순간도 있었다.
손흥민의 돌파를 막기 위해 뮌헨의 오른쪽 풀백 사샤 부이가 뒤에서 잡아끌자, 손흥민이 주심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전광판에 잡혔다.
토트넘이든 뮌헨이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은 잠시 잊은 듯한 6만여 관중은 한목소리로 부이를 향해 야유의 함성을 보냈다.
후반 30분 손흥민이 티모 베르너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가자 팬들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내며 손흥민의 다가올 시즌을 응원했다.
전광판에 잡힌 벤치의 손흥민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탓인지 아쉬운 표정을 지었고, 김민재는 자신이 카메라에 잡히자 부끄러운 듯 웃음 지었다.
양 팀은 경기 막판까지 서로의 골문을 노렸고, 공 하나하나에 팬들은 일희일비하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유럽 명문 클럽이 선보이는 경기를 즐겼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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