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동메달 놓쳤지만, 고개 숙이지 않은 전훈영 "후회 없다, 후련하다"[올림픽]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후회 없어요. 후련해요."
'맏언니' 전훈영(인천시청)은 아쉽지 않았다. 전훈영은 3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프랑스의 리사 바벨린에 4대6(27-28 29-27 26-28 29-26 27-28)으로 패했다.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생애 첫 올림픽에서 개인전 메달 까지 노렸던 전훈영은 다잡았던 동메달을 놓쳤다.
전훈영은 앞서 64강에서 영국의 페니 힐리를 6대2(27-28 28-26 28-25)로, 32강에서 독일의 샤를린 슈바르츠에 7대1(28-25 29-29 28-25 27-26 30-26)로 승리했다. 16강전에서는 다소 고전했다. 레이첸잉(대만)에 6대4(27-28, 28-26, 28-25, 25-29, 28-25)로 역전승했다. 8강전에서는 튀르키예의 엘리프 고키르를 6대2(28-26 28-29 28-25 28-26)로 제압했다.
4강은 코리안더비였다. 임시현과 맞붙었다. 하지만 아쉽게 4대6(28-28 29-26 27-27 26-29 27-29)으로 역전패를 했다.
동메달 결정전, 1세트 첫 발을 10점으로 출발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후 9-8점에 머물렀다. 프랑스가 9-9점을 쏘며 27-28로 세트를 내줬다. 2세트, 다시 흐름을 찾았다. 첫 발을 10점에 쐈다. 두번째 발을 9점에 �굔�. 프랑스가 9-9점을 쏜 가운데, 마지막 발을 10점에 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세트 29-27. 세트 점수 2-2 동점. 3세트도 스타트는 10점이었다. 두 선수는 나란히 10-8점을 쐈다. 마지막은 8점. 프랑스는 10점이었다. 26-28. 다시 리드를 뺏겼다.
벼랑 끝 4세트. 전훈영은 9점으로 출발했다. 프랑스가 8점으로 흔들렸다. 두번째 발을 10점으로 장식하며 흐름을 탔다. 마지막 발까지 10점. 29점으로 26점의 프랑스를 앞섰다. 마지막 5세트에서 승부가 갈렸다. 전훈영의 첫 발은 9점이었다. 프랑스도 9점. 전훈영의 두번째 발은 8점, 프랑스는 9점, 전훈영은 마지막 발을 10점으로 장식하며 27점으로 마무리했다. 프랑스가 마지막 발을 10점으로 쏘며 결국 패했다.
전훈영은 단체전의 '씬스틸러'였다. 활을 빠르게 쏘는 전훈영은 1번 주자였다. 대만과의 8강전, 도통 영점이 맞지 않았다. 그는 초반 5발을 8-8-7-8-8점을 쏘는데 그쳤다. 9점 이상이 없었다. 전훈영이 흔들리면서 대표팀도 고전했다. 6대2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은 불안했다. 큰 경기 경험 부족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전훈영은 네덜란드와의 4강전부터 달라졌다. '감' 잡은 정훈영은 4차례 10점을 쏘면서 선전을 거듭했다. 첫 번째 주자로서, 맏언니로서 이끌었다. 절체절명의 슛오프에서도 9점을 쏘면서 기세를 잡아냈다.
결승은 더욱 강렬했다. 무려 5차례나 10점을 쐈다. 사실상의 '하드캐리'였다.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진 슛오프. 역시 첫 주자로 나서면서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하는 10점을 명중시켰다. 시작은 불안했지만, 끝은 완벽했다. 시상식 하트 세리머니도 그의 작품이었다.
단체전의 주역으로 떠오른 전훈영은 개인전에서도 메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첫 올림픽은 분명 성공이었다.
전훈영은 "4강까지 올라와서 시현이랑 경기도 재밌게 했다. 3, 4위전 아쉽지만 운명이라 생각한다"며 "올림픽 준비하는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 후회 없다. 후련한 마음이 가장 크다"고 했다. 임시현과의 4강전에 대해서는 "매경기 다 똑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시현이와 경기였기에 더 부담이 없었다. 평소 하던대로 했다"고 했다.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여자 양궁은 참가한 모든 메달을 싹쓸이했다. '맏언니'로 마음고생을 한 전훈영이었다. 그는 "3명 다 열심히 준비하고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금메달 3개라는 성과를 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팀으로는 큰 영광이 있었다. 부담되고 힘들었는데 목표를 이뤘기에 기분 좋고 잘한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양궁의 선전 비결에 대해서는 "한국 양궁 대표가 되기가 굉장히 어렵다. 평가전, 선발전이 꽤 길다. 6개월 동안 계속 잘해야 붙을 수 있다. 선발전이 어렵고, 선수들도 한끗 차이여서 누가 나와도 잘할 수 밖에 없다. 잘하는만큼 연습량이 많다. 그게 큰 힘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을만큼 그간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잘쏘면 대표를 계속 하고 싶지만 이런 메인 대회는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힘들어서, 물론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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