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삐약이' 신유빈 잘 싸웠다! 천적 하야타와 대등 '아쉬운 4위'...20년만 탁구 단식 메달 무산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한국 여자 탁구 에이스 신유빈(20, 대한항공)이 통한의 한일전 패배로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기회를 놓쳤다.
3일(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하야타 히나(일본)에게 2-4(11-9, 11-13, 10-12, 7-11, 12-10, 7-11)로 졌다.
임종훈과 함께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은 여자 단식에서도 3위를 노렸다. 가능하다면 올림픽에서만 2개의 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할 기회를 엿봤다.
신유빈은 일본 탁구를 대표하는 하야타를 맞아 이변을 연연하지 못했다. 상대는 세계랭킹 5위로 8위의 신유빈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더 좋았다. 국제대회 이력 역시 2021 도하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식 금메달, 2023 더반 세계선수권대회 단식 동메달,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등으로 화려하다.
상대전적에서도 밀렸다. 신유빈은 지금까지 하야타와 4번을 만나 모두 졌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으나 경기 전 하야타의 손목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단체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신유빈과 3-4위전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일단 경기에 나선 하야타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에 대항해 신유빈도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며 하야타와 팽팽한 양상을 만들어 나갔다. 점차 하나타를 압박했다. 6점대에서 처음 역전에 성공한 뒤 연달아 긴 랠리에서 이겨 8-6으로 격차를 내기 시작했다. 10점 고지도 먼저 밟았다. 게임 포인트인 10점을 먼저 밟은 신유빈은 상대 리시브 실수를 통해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2게임 출발도 좋았다. 서브로 하야타를 흔들면서 불안한 리시브를 유도해 먼저 2점을 앞서나갔다. 하야타에게 계속 강한 공격을 넣으면서 4-1로 달아나기까지 했다. 다만 힘이 들어갔는지 연달아 실점하면서 5-6으로 뒤집힌 상황을 맞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차분하게 9-9를 만든 뒤 10-10 듀스에서 게임 포인트를 가져오는 끈기를 발휘했다. 신유빈의 공격에 속도가 붙었는데 다소 길면서 2게임을 허용했다.
비록 동점이 됐지만 신유빈은 자신감이 붙었다. 3게임에서도 하야타에 밀리지 않고 5점대까지 평행을 이룬 뒤 하나타의 공격 범실을 틈타 7-5로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신유빈이 먼저 10점대에 도달하자 하나타는 작전 타임을 걸었고, 효과를 봤다. 신유빈은 10점을 먼저 도달하고도 3점을 내리 허용해 게임 스코어가 뒤집혔다.
분수령이었던 4게임을 놓친 게 컸다. 잘 따라가던 신유빈은 5-7 상황에서 포핸드와 백핸드를 사용해 하나타의 맹공을 막았지만 점수를 내준 케 아쉬웠다. 이어진 랠리에서도 하나타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5-9까지 벌어져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5게임에서도 신유빈은 앞서나가며 선전했다. 다만 하나타에게 추격을 계속 허용했고, 또 다시 듀스 싸움이 벌어졌으나 이번에는 고비를 잘 넘겼다. 한 게임 따라붙었지만 신유빈은 6게임에서 급겹히 흔들렸고, 2-7로 일찌감치 승기를 넘겨주면서 1시간가량의 혈투를 패배로 마쳤다.
신유빈은 동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어도 충분히 인상적인 발자취를 남겨왔다. 8강전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13위)에게 4-3 진땀승을 거뒀다. 승리한 신유빈은 안도의 눈물을 수건으로 훔쳤다. 역전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히라노는 펑펑 울었다.
신유빈은 동메달을 향해 마음을 다잡았다. 4강을 패한 뒤 "상대 실력이 더 좋았다. 중간중간 그래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는데 상대가 워낙 강하게 버티다 보니 내가 범실을 했다"며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아직 다 끝나지 않았으니까 잘 쉬면서 머리도 비우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라고 동메달 결정전을 바라봤다.
신유빈은 "지금은 냉정해져야 할 것 같다"며 "한 경기 한 경기, 한 포인트 최선을 다했더니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이 너무 영광스럽고 남은 한 경기도 이 마음으로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올림픽 4강에 들면서 세계에서 가장 탁구를 잘치는 4명으로 꼽히게 됐다. 월드클래스라 불릴 만도 한데 신유빈은 "금메달은 따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겸손함을 보여줬다. 아쉽게도 동메달 문턱에서 좌절됐다. 그래도 세계 4위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4년 뒤 메달리스트에 도전할 국민 삐약이의 발판을 마련했다.
더불어 신유빈은 오는 5일부터 시작하는 여자 단체전에 일원으로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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