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자신의 키보다 큰 배낭을 메고 바득바득 캠핑에 나서는 이유
누구나 모자람을 가지고 있을테죠. 간혹 나르시즘이 강한 이들은 부정할테지만 조물주는 결점 없는 사람을 원치 않으셨을 겁니다. 일단 서로 완벽하다면 참 재미없는 삶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무슨 일이든 예상한대로 딱딱 맞을테니까요. 또 서로 사랑하는 마음도 덜할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건 나눠야 끈끈해지는 게 사람 사이인데 1㎜의 오차도 없다면 메마른 감정만 남겠죠.
여러 가지 일로 힘듦이 쌓여만 가던 어느 날, 캠핑을 만나 몸과 마음이 마법처럼 재생되는 경험을 받았다는 한 기자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더 솔직한 표현을 하고 싶어 여행 중에도 꾸준히 일기를 썼고, 그 글을 모아 글쓰기에 도전한 사람도 있습니다. 여책저책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빈자리를 어루만져 준 그들만의 ‘여행’을 따라가 봅니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박찬은 | 얼론북
저자의 직업은 주간지 시티라이프 기자. 그 전에는 패션지 에디터였다. 수십 통의 전화를 취재원에게 돌리길 여러 번. 촬영을 위해 동물원의 뱀까지 섭외하는 극한직업을 살았다. 그러다 캠핑을 우연히 접하게 됐고, 이후 별이 알알이 박힌 밤하늘을 눈앞에 두고 기사 마감을 하기 이르렀다.
캠핑 초보 시절 오리털 침낭이 난로에 홀랑 타버리기도 했고, 해변 캠핑에서 토네이도급 강풍을 만나 생고생을 하기도 했다. 모닥불 앞에서 맥주를 마시며, 새하얀 눈밭에서 커피를 내렸다. 캠핑을 마치고 짐을 다시 꾸릴 때, 저자는 일상에서 미처 찾지 못했던 반짝이는 것들을 함께 배낭에 담았다. 그러곤 다시 주말이 오면 어디론가 차를 몰고 떠나 모닥불 앞에서 불멍을 하고 요리를 해 캔맥주를 마신다.
이 책을 좀 더 흥미롭게 읽고 싶다면 책의 앞 뒤를 잘 살펴야 한다. 캠핑 입문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캠핑 용어를 프롤로그에 이어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꼭 가볼만 한 캠핑장 25곳을 별점과 함께 책 말미에 부록 형태로 실었다. 여기에 보너스 같은 정보가 하나 더. 바로 캠핑할 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술의 망라다. 전자책 ‘나의 음주술책’을 펴내며 애주가 면모를 보여 준 저자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캠핑에 어울리는 술 13가지를 엄선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으면서도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다른 일을 또 해야 하는데’ 하는 불안한 마음을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캠핑’은 문진처럼 지긋이 눌러주었다. 부술 줄만 알지 자기만의 어떤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악담에 신경 쓰느라 내 정원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는 것을 캠핑을 하며 깨달았다.
수상쩍은 플래시의 주인공은 낮에 바지락을 준 아주머니였다. “여자 혼자 아무래도 걱정된다”라며 “괜찮으면 비어 있는 딸 방에 와서 자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여자 혼자 하는 캠핑을 말리는 그녀를 겨우 보낸 후 다시 침낭에 누웠다. 그리고 이방인을 위해 알타리 총각무를 다시 챙겨다 주는 선의와 밤의 해변까지 다시 걸어와 타인의 안녕을 살피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선의를 받고 어느 훗날 나 역시 다른 여정에서 만난 이를 살펴주라는 뜻이겠지. 이어달리기하듯 나도 이 선함의 선물을 이어가야지.
리틀블라썸 | 디디컴퍼니
그래서 저자는 떠나기로 결정했다. 모든 압박과 슬픔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고, 그에게 간섭하지 않는 곳을 찾았다. 그곳이라면 오로지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사실 시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다는 말이 떠나기 전부터 맴돌았다. 하지만 어쩐지 잘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예상은 맞았다. 여행하며 겪은 모든 경험들이, 봄날의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같은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 자연 풍경, 홀로된 시간으로써 회복되는 과정을 책으로 담았다.
나를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 여행지에서 기록한 일기를 모아 글쓰기에 도전했다는 저자는 “여행은 더 이상 동경이 아니다. 여행은 나라는 책장 사이에 용기라는 가름끈을 꽂아 내리는 순간”이라고 많은 이들의 여행을 응원했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자연은 각자가 가진 강렬한 존재함으로 저마다의 빛을 내고 있었다. 아름다웠고, 경이로웠다. 어둔 밤 반짝반짝 빛을 내며, 제 역할을 하는 작은 반딧불이를 바라보며, 한껏 지쳐있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계속 마음속으로 말했다. 한국에 돌아가서 마주하는 현실에서 힘을 빼도 괜찮다고. 남들의 속도에 맞추려 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 경험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마주하는 현실에서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대자연 앞에서 내가 그동안 살았던 삶의 울타리가 얼마나 좁았는지를 알게 되고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온갖 걱정들을 훌훌 털어버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사실은, 걱정하는 것보다 큰 것이 아니라고 온 세상이 말해주고 있었다. 여행을 통해 몰랐던 것을 신비롭게 알게 되고, 생각의 지평이 하나둘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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