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웨이 아웃' 유재명, 운명 같은 시간들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전 운이 좋은 배우예요. 너무 건성 말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운이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살아왔어요." 20살에 연극을 접한 뒤 눈을 떠보니 이윽고 현재가 됐단다. 자신의 실력으로 일궈낸 자리를 두고, 몇 차례 간의 운명 같은 시간을 거쳤다며 겸손하게 자신을 '운이 좋은 배우'라고 칭했다. '노 웨이 아웃'을 통해 돌아온 배우 유재명의 이야기다.
지난 7월 31일 공개된 '노 웨이 아웃'은 희대의 흉악범이 출소하자 200억 원의 현상금을 건 공개살인청부가 벌어지는 가운데, 죽이려는 자와 살아남으려는 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대결을 그린 드라마다. 유재명은 극 중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의 역할을 맡았다.
극 중 김국호는 성범죄 도중 사람을 죽여 13년간 실형을 살다 온 인물이다. 그는 구체적이고 살벌한 연기로 보는 이로 하여금 생생한 끔찍함을 선사한다. 선뜻 맡기 힘든 이 역할에 응한 이유를 묻자 유재명은 "흔쾌히 결정했다. 저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제가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인데 직감적으로 알았다. 악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항상 좋은 역할만 할 수는 없지 않냐"라고 김국호에 임한 후기를 전했다. 그는 "검사장, 회장님을 거쳐 최전선에 와있다. 왜 최전선이냐면 김국호는 타고난 악마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 인물이 작품이 흘러가는 동안에는 정말 살고자 애를 쓴다. 출소하자마자 세상의 멸시와 사람들의 시선을 만난다. 그런 사람들의 눈빛에 이 작품이 끌렸었다"라고 덧붙였다.
교도관에게 친밀한 모습을 보이고, 반성을 하며 김국호는 모범수로 출소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멸시를 통해 봉인된 악마성이 나오게 되는 상황을 마주한다. 그런 김국호가 반성을 하는 장면도 나오는 터, 이것이 진심이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유재명은 "저는 진짜 반성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봉인이 풀리는 순간이 온다. 저는 정말 반성으로 넣었다. 그런데 진짜 반성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지?'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출구 없는 이 세상을 사는 개개인은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 보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국호가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실존했던 인물인듯한 표현력에서 온다. 유재명은 "조두순이라는 인물이 연상되는 캐릭터다. 제가 표현하는 김국호는 범죄자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자 하나의 상징이다. 이것이 현재의 시점이기도 하다. 사적제재라는 화두도 요즘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저희 드라마가 공개되고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 이 구조를 잘 설명해 주시면 어떨까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렇다'라고 용기 있게 표현했다고 말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그의 연기가 오랜 연극 생활로 다져져 온 것이냐는 물음에 유재명은 "모니터를 못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감독님들을 믿고 제걸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많이 해야 하는 게 맞지만 본능에 맡기는 것 같다. 좋은 각도를 찾기 위해서 스킬은 없는 배우인데, 스태프를 믿고 연기한다. 본능에 의지하고 본능에 충실하려는 배우인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전했다.
연기 로봇처럼 올곧은 소감을 전하던 유재명에게도 고민이 있었다고. 그는 "사실 출구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막막함이 있었다. 힘든 시간이었고 안타까웠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난관을 극복해 내는 것이 결코 쉽진 않았다. 그래서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유재명은 "모든 작품이라는 게 그렇다지만 유난히 이 작품은 그렇게 느껴진다. 조진웅 배우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작품이다. 말 그대로 '노 웨이 아웃' 같은 작품이었다고 다들 회상한다. 출구 없이 매일 반복되는 어려움들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현실을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평과 이전 작품 '삼식이 삼촌'의 부진에 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출구 없는 현재를 살아가는 현재의 이야기를 말한다. 스코어가 모든 걸 대신하진 않지만, 멋진 작품이 알려지는 게 마지막 행복이다. 최선을 다해 작품을 하고 용기를 내고 받아들이면서 하는 게 쉽진 않다. 우연히 두 작품이 동시에 오픈되지만 걱정이 따라오기도 한다"라며 개봉을 앞둔 '행복의 나라'까지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유재명은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실시간으로 많이 쏟아져 내려오는 상황 속, 저희 작품이 단순히 스펙터클하고 스릴 넘치는 범죄물로 남는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세상이 이런 구조이고 이 구조안에선 얼마나 많은 출구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지 알았으면 한다"라고 전하며 "그런 자부심이 있다. 많이 기대해 주시고 많이 반응해 주시면 좋겠다. 많이 사랑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작품 시청을 독려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STUDIO X+U]
노 웨이 아웃 | 유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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