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웨이 아웃' 유재명, '인'이 박힌 연기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4. 8. 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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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웨이 아웃 유재명 / 사진=STUDIO X+U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캐릭터를 그대로 흡수해 체화한다. 본능적으로 작품 속 인물을 구현해 내는 '노 웨이 아웃' 유재명의 이야기다.

'노 웨이 아웃: 더 룰렛'(극본 이수진·연출 최국희, 이하 '노 웨이 아웃')은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유재명)의 목숨에 200억 원의 공개살인청부가 벌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출구 없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유재명은 극 중 형을 마치고 출소한 연쇄 성범죄자 김국호 역을 맡았다.

유재명은 극 중 형을 마치고 출소한 연쇄 성범죄자 김국호 역을 맡았다. 죗값을 다 치뤘지만 출소날 다시 자신의 목에 200억이란 현상금이 걸리자 생존에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유재명은 캐릭터에 대해 "부담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국민의 혐오를 불러일으킨 성범죄자 역할이다. 직업적 선택으로 (역할을) 선택했기에 후회와 부담감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악역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속한 사회 구조의 상징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작업,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받치는 기둥이 있다면 법이고 종교, 문화다. 죄를 짓고 죗값을 치르고 나온 인간이 자신의 목에 200억 현상금이 걸린다. 황당함으로 시작했다가 계속 살해의 위협을 받고 출구 없는 구조에 갇힌 인간이 생존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런 점에서 '노 웨이 아웃'은 그를 둘러싸면서 혼용되어있는 카오스의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 중 김국호는 실제 아동성범죄로 형을 살다 나온 조두순을 떠오르게 한다. 모티브 삼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유재명은 "실존 인물이 연상되는 구조였기에 누가 봐도 그 인물이 모티브라 할 것 같다. 하지만 배제한다기 보다는 상징을 표현하고 싶었다. 범죄자와 함께 공존하는 세상, 그 인물이 내가 사는 곳에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상징의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다수 격한 감정 연기를 소화해야 했던 유재명은 "매 순간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장면은 출소 후 봉고차 신이었다고. 유재명은 "김국호에게 제일 중요한 신이다. 13년 동안 갇혀있다가 밖에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을 듣고, 계란 세례를 받으며 봉고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질문하고, 목에 걸려있는 200억에 황당해하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백중식과 눈을 맞추며 기싸움을 한다. 이 과정에서 봉인해 놨던 내제적 악마성이 깨어나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의외로 신이 짧고 대사도 짧다. 매우 중요하기에 직감적인 영역으로 느낌을 찾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재명은 김국호로서의 감정 빌드업을 쌓아가며 다양한 인물들과의 얽히고설킨 관계성을 그려냈다. 그는 "악역이란 빌런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서로 얽혀있는 것은 익숙한 포맷이다. 하지만 '노 웨이 아웃'은 동시간대에서 에피소드별로 소개되고 그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구조를 띄고 있다. 그렇기에 인물들이 모든 영역의 주인공이다. 잘 놀았던 것 같다. 때문에 엔딩까지 가는 과정이 더 뜨거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노 웨이 아웃'에 임한 유재명이다. 고(故) 이선균에 대한 마음, 작품의 의미가 그대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유재명은 "에너지가 너무 크고 논란이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한 후의 감정은 안도감이다. 최고라고 말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안도감이 크다.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지 않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배우는 그게 숙명인 것 같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무수히 많은 어떤 이슈나 사건, 정치적, 범죄적이든 영상 콘텐츠들이 나올 때 길을 잃지 않고 자리를 잘 잡았으면 인정을 받았으면 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겨우 해낸 것 같다. 진한 감정일수록 디테일을 잡아가며, 기댈 곳이 없는 목숨을 내걸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것이 처절함 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스스로 성장한 작품인 것 같다. 한 단계 성장한 뜻깊은 작업이었던 같다"고 미소 지었다.


유재명은 '도적: 칼의 소리' '삼식이 삼촌' '노 웨이 아웃', 영화로도 '행복의 나라' '하얼빈' 등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연극판에서 배테랑으로 자리 잡은 그이지만, 매체로 넘어온 것은 불과 7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그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유재명은 "본격적으로 저라는 배우를 알린 후에 쭉 작품을 했다. 정말 계속 일을 하고 있었고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할까의 과도기인 것 같기도 하다. '노 웨이 아웃'과 '행복의 나라'가 그 스타트를 열어준 것 같다. 여전히 행복하고 감사하다. 더 책임감도 느껴지고 더 좋은 작업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유재명은 "연극할 때도 이렇게 살았던 것 같다. 나란 배우가 설 수 있는 곳이면 다 서려고 했던 것 같다. 작품의 좋은 점을 보려고 했고 같이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인이 박힌 것 같다. 운명 같다. 득실을 따지지 않고 이 작품에 매력이 있다면 흔쾌히 오케이 하고 수고로움을 나누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그 자체가 원동력, 그 자체가 행복한 일이 된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앞으로 유재명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은 무엇일까. 최근 10년 만에 유튜브 예능에 출연했던 유재명이다. 그는 "센스 있는 분들이 많이 하는데 저는 느리고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이 들어오면 하고 싶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또한 "딥하고 무거운 작품을 해왔으니 재밌는 작품을 해볼까란 생각은 있다"며 "다행히 불러주시는 작품들이 있고, 기대해 주실 만한 좋은 작품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유재명은 "'노 웨이 아웃'은 나의 욕망, 출구는 무엇일까라는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멋진 작품이라 생각한다. 대중문화 평론가분이 잘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다. 단순한 재미만 주지 않는 의미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많은 기대와 사랑 부탁드린다"고 얘기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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