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와 외면 그리고 금메달, 양지인의 금빛 멘탈 관리법[올림픽x스토리]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CNTS사격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25ｍ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격대표 양지인이 메달을 물고 있다. 샤토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IN

금메달이 걸린 슛오프. 결선에서 선두를 내달리다가 막바지 동점을 내준 양지인(21·한국체대)은 떨리는 마음에도 사선은 놓치지 않았다. “지금 무너지면 내 노력도 사라지는 거야”라고 스스로 다독인 그는 슛오프에서 5발 중 4발을 표적지에 맞추고 그제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양지인은 3일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25ｍ 권총 결선에서 37점으로 개최국 프랑스의 카밀 예드제예스키와 동률을 이뤘으나 슛오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지인은 예드제예스키와 슛오프에서 ‘강심장’을 인정 받았다. 막판 동점을 허용해 흔들릴 법한 순간에 거꾸로 상대를 압도했다. 예드제예스키가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었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다.

그러나 양지인은 자신이 강심장이라는 주변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양지인은 “솔직히 오늘 경기를 앞두고 속이 너무 안 좋았어요.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대회를 시작했다니까요”라고 말한 뒤 동점 허용 순간에 대해 “솔직히 너무 떨리는 순간이었어요. 이게 올림픽이구나 싶더라니까요”라고 말했다.

타고난 강심장이 아니라는 양지인은 자신이 포디움 꼭대기에 올라갈 때까지 버틴 비결을 루틴에서 찾았다. 양지인은 자신을 떨리게 만드는 것들을 하나 하나 적는 게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두서없는 낙서에 가깝지만 그에게는 효과적인 멘털 관리법이다. 양지인은 “어젯밤에도 머릿속에 들어있는 걸 다 적었죠. ‘떨린다. 내일 어떡하지’ 이런 것들을 다 적다보면 똑같이 떨리기는 하는데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대를 벗어날 때까지는 자신의 성적을 외면하는 것도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난 2일 본선에선 결선 진출이 확정될 때까지 “내 점수도, 순위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양지인은 “사실 올림픽 선발전을 할 때도 순위를 아예 안 봤어요. 그런 걸 찾아보면 부담이 되잖아요. 경기만 집중하는 게 제 멘탈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랬던 양지인도 결선 슛오프에선 상대의 점수를 힐끗 바라봤다. “저도 모르게 모니터에 떠 있는 상대 표적지를 보고 있었어요. 상대가 첫 2발을 놓쳤을 때 1발만 더 놓치라고 빌었어요. 그러면 제가 금메달이니”라고 빙긋 웃은 그는 “태극기가 올라가니 기분이 싹 정리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낙서와 외면도 해결하지 못했던 그의 만병통치약은 금메달이었는지도 모른다.

양지인은 목에 걸린 금메달을 매만지더니 “목디스크에 걸리겠어요. 너무 무거운데요”라고 웃으며 “파리 구경도 하고 싶지만 한국에 빨리 가서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요. 날라다니는 쌀이 아닌 한국쌀!”이라며 “집밥을 먹고 싶습니다”고 외쳤다.

샤토루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