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기록적 폭염이 바꿔놓은 일상 풍경
[앵커]
휴가철 맞아 해외여행 계획하고 계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더워도 너무 덥다'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이탈리아도 극심한 폭염이 계속되면서 관광객들이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조차 없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과거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에어컨은 필수품이 됐고, 온열 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손종윤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오전 10시 이탈리아 로마의 야외 기온 35도.
정오가 되자 40도까지 오르더니 오후 2시, 43도까지 치솟았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평소 사람들로 붐벼야 할 광장은 텅 비었고, 관광객들은 그늘을 찾기 바쁩니다.
거리에 설치된 음수대는 물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관광명소 트레비 분수에 손을 담그면 벌금 450유로, 우리 돈 67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극심한 무더위에 규정을 어기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부채와 모자를 팔러 나온 상인들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윤희 / 한국인 관광객 : 2009년에 이탈리아 로마로 신혼여행을 왔는데 그땐 이렇게 덥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더워서 여름 휴가로 더위를 피해서 이탈리아에 왔는데 너무 더워요. 땀이 줄줄 날 정도로 너무 더워서 당황했어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극심한 폭염에 이탈리아 보건부는 로마를 포함한 11개 대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현지 일간지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역에서 온열 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다섯 건 발생했는데, 사망자는 모두 68세 이상의 고령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클라우디오 델라 리베라 / 이탈리아 공군 기상센터 직원 : 온도가 매우 높아서 노인들이 숨쉬기 힘들어하고 호흡에 어려움을 겪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런 문제는 이탈리아의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지난해 이탈리아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10% 미만으로 에어컨이 없는 가정이 대부분인 실정.
여름에도 덥지 않고 습하지 않은 기후 덕에 에어컨이 사치품이자 환경파괴 주범으로 여겨졌던 탓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전례 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탈리아에서 에어컨은 필수품이 됐습니다.
지난 2012년 86만 5천 대였던 이탈리아의 연간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 2022년 192만 대로 배 이상 뛰었습니다.
[홍석민 / 이탈리아 거주 한인 : 이탈리아는 안 습했기 때문에 선풍기만 틀어도 견딜만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습해서 선풍기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에어컨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 이탈리아가 전기도 자주 끊기고 심지어 에어컨 보급률도 낮은 나라예요. 앞으로 어떻게 버텨가야 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이탈리아 기상 전문가들은 세계에 불어닥친 기후 위기로 인해 이탈리아 역시 폭염과 가뭄, 홍수 등 극심한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클라우디오 델라 리베라 / 공군 기상센터 직원 : 올해 이상기후, 그리고 이번 여름의 더위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기후 온난화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와 날씨가 크게 변하고 있어서, 이탈리아 전역에서도 무더위로 인해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상 기후 탓에 이탈리아도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YTN 월드 손종윤입니다.
YTN 손종윤 (parks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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