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믿기지 않는 양지인의 소원 “빨리 집밥을 먹고 싶어요”[올림픽x인터뷰]
자신의 목에 걸린 금메달을 매만지던 양지인(21·한국체대)은 기자와 만나 “목디스크에 걸리겠어요. 너무 무거운데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따낸 자신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뿌듯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양지인은 3일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25m 권총 결선에서 37점으로 개최국 프랑스의 카밀 예드제예스키와 동률을 이뤘으나 슛오프에 승리해 포디움 꼭대기에 섰다.
양지인이 이번 대회 사격의 세 번째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사격은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2012 런던 올림픽(금메달 3개·은메달 2개)과 동률이 됐다. 25m 권총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 역시 런던 올림픽의 김장미 이후 첫 사례가 됐다.
양지인은 먼저 예드제예스키와 슛오프 순간을 떠올렸다. 양지인은 결선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으나 라이벌이 하나 둘 사대에서 밀려나는 막바지 예드제예스키의 추격을 허용했다. 양지인은 “솔직히 너무 떨리는 순간이었다”면서 “그래도 해야죠.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든 훈련을 했는데, 무너지면 너무 아쉽죠.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라고 웃었다.
실제로 양지인은 이날 슛오프에서 ‘강심장’을 자랑했다. 실수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 순간에 5발 가운데 4발을 표적지에 맞췄다. 예드제예스키가 단 1점에 그친 것과 비교됐다. 양지인은 “솔직히 그 친구가 2발을 놓친 걸 옆에서 보고 있었어요. 선수용 모니터에 다 나오거든요. 속마음으로는 제발 1발만 더 놓쳐라고 생각했죠. 그 때까지는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니까요”라며 “다행히 제가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에 올리고 끝났죠”라고 말했다.
양지희는 자신이 버틸 수 있었던 비결로 동료들의 응원을 손꼽았다. 전날 저녁밥을 같이 먹으면서 ‘언니는 할 수 있어요’라고 북돋은 반효진(17·대구체고)과 오예진(19·IBK기업은행)이 이날 관중석에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양지희는 “이상하게 긴장되면 주변 소리가 잘 들여요. 동생들이 날 위해 열심히 응원해주는 구나. 그래서 더 잘 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예지 언니도 오늘 열심히 응원해줬어요”라고 말했다.
양지희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이 자신의 사격 인생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전했다. 첫 올림픽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는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서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도 있잖아요.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라고 다짐했다.
양지희는 금메달을 따낸 기쁨을 가족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샤토루에서 파리를 거쳐 귀국길에 올라 하루 빨리 집밥을 먹는 게 소원이다. 양지희는 “파리 구경도 하고 싶지만 한국에 빨리 가서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요. 날라다니는 쌀이 아닌 한국쌀!”이라며 “집밥을 먹고 싶습니다”고 외쳤다.
샤토루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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