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고비’를 완승으로 삭제한 세계 1위의 위엄···안세영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나왔다”[올림픽x인터뷰]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2)이 훨씬 편안해진 표정과 몸짓으로 인생의 목표,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나아간다.
안세영은 3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데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8강전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를 2-1(15-21 21-17 21-8)로 꺾었다.
역전승을 거뒀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2게임부터 안세영이 휘어잡기 시작해 3게임에서는 완전히 압도했다.
1게임을 내준 뒤 2게임부터는 안세영의 경기였다. 2게임 중반까지, 경기 전반에 앞서가며 힘을 쓴 야마구치를 경기 후반에는 안세영이 거의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다녔다.
완벽한 승리를 거둔 안세영은 “첫 게임 때는 바람 때문에 (공격이) 많이 빗나갔고 힘도 많이 들어가 상대 선수 스피드를 따라가느라 급했다. 2게임에는 바람이 많이 들어오는 걸 이용해서 몰아붙였고 3게임 때는 상대가 지친 게 보여서 과감하게 한 것이 잘 됐다”며 “연습한 걸 다 보여주고 싶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나왔다”고 경기 결과와 내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안세영이 꺾은 야마구치는 현재 세계랭킹 6위지만 안세영이 지난해 7월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서기 직전까지 1위를 오랫동안 지켰던 선수다. 지난해 부진해 랭킹이 내려갔지만 올림픽 시즌에 들어 살아났고 가장 최근 만났던 지난 3월 전영오픈 4강에서는 안세영을 2-1로 눌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역대 상대전적에서도 13승10패로 안세영을 앞서고 있는 강자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대진상 안세영이 결승까지 가는 길목에서 야마구치를 만나는 8강전을 가장 고비로 보기도 했다.
안세영은 “나도 (야마구치를 만나는 8강전을) 가장 걱정했다. 다음 경기 때도 당연히 힘들겠지만 누가 올라오든 최선을 다해서 나답게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인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받고 있다. 워낙 큰 기대에 앞서 예선을 치르면서는 “가끔은 숨막힐 정도로 부담이 크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상황적으로도 안세영에게 부담이 몰리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은 전날 혼합복식에서 김원호-정나은이 은메달을 획득하기는 했으나 기대했던 여자복식 2개조가 모두 8강에서 탈락하고, 혼합복식과 남자복식을 모두 뛴 서승재가 메달 없이 물러나 목표했던 금메달 2개 이상은 불가능해진 상태다. 현재 유일하게 여자단식의 안세영만이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8강전을 완벽하게 승리하면서 안세영은 한결 편안해진 듯 보인다.
승리와 함께 코트에 무릎을 꿇고 기쁨을 만끽한 뒤 관중석을 향해 함성을 들으며 또 특유의 강렬한 세리머니를 한 안세영은 “떨리는 마음은 계속 그대로인 것 같다. 그걸 설레는 마음으로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경기가 끝나면 움츠렸던 걸 다 표출하고 싶어서 (세리머니를) 그렇게 하고 다시 준비한다”며 “모두 내 대진이 안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냥 나답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후회 없이 다 하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4강전에서 세계랭킹 8위인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툰중은 16강전에서 한국의 김가은을 꺾고 8강에 올라 이날 인타논 랏차녹(태국·21위)을 2-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안세영은 툰중과 역대 7번 만나 7번 모두 승리했다.
목표인 금메달을 위해서는 이제 2승이 남았다. 안세영은 “2승이라 생각하면 너무 먼데, 한 게임씩 하다보면 내 꿈에 도달할 거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많이 응원해주세용~”이라고 웃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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