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관왕‘ 김우진과 임시현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김우진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결승전. 임시현(21·한국체대)이 1세트 첫발에서 8점을 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걱정할 게 없었다. 임시현의 파트너는 현역 세계 최고의 궁사 김우진(32·청주시청)이기 때문. 동생의 8점을 오빠는 10점으로 만회해줬다. 임시현과 김우진의 환상적인 호흡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날 김우진과 임시현의 최대 고비는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찾아왔다. 2세트까지 4-0으로 넉넉히 앞서 낙승이 예상됐지만, 3,4세트를 내주며 4-4 동점이 됐다. 결국 승부는 슛오프에서 결정나게 됐다.
이때는 임시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임시현이 10점을 쏘며 김우진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줬고, 김우진도 곧바로 10점을 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엔 탄탄대로였다. 이탈리아, 인도와의 4강전에서 첫 세트를 내준 뒤 2,3,4세트를 내리 잡으며 6-2로 이겨 결승에 올랐고, 독일과의 결승은 4세트까지 갈 것도 없었다. 1~3세트를 모두 이기며 6-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지난달 28, 29일 열렸던 여자 단체전, 남자 단체전에서 올림픽 10연패,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해냈던 임시현과 김우진은 이번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시상식을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들어선 김우진과 임시현은 서로를 치켜세우며 공을 돌렸다. 김우진은 “임시현 선수가 많이 부담스러웠을텐데 잘해줬다. 오늘 금메달은 임시현 덕분에 딴 것 같다. 정말 고맙다”고 말하자 임시현도 “오빠가 훨씬 더 많이 부담감을 느꼈을 것 같가. 그런데도 너무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서 저도 이제 앞으로 목표가 더 생긴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날 고비는 대만과의 첫 경기였다. 김우진은 그때를 떠올리며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저희를 지켜보시던 많은 분들이 심장이 아프셨을 것 같은데, 저희도 심장이 아팠다”고 혀를 내둘렀다.
2관왕에 오른 김우진과 임시현의 목표는 아직 남았다. 3관왕 등극도 가능하다. 양궁뿐만 아니라 하계올림픽 역사상 3관왕은 2020 도쿄 올림픽의 안산(광주은행) 딱 한명만이 이뤄낸 영역이다. 김우진과 임시현을 비롯해 한국 선수 6명 모두가 개인전 16강까지 살아남았다. 준결승전부터 ‘집안싸움’이 펼쳐질 수 있다.
짓궂은 질문도 하나 나왔다. 남녀 최고 궁사인 김우진과 임시현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김우진은 웃으며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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