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분' 안세영 체력 미쳤다, 8강 한일전 역전승...야마구치에 2-1 승리 → 준결승 진출 '금 보인다'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무한 체력과 완벽한 수비력을 발휘하며 올림픽 준결승에 진출했다.
안세영은 3일(한국시간) 오후 3시 30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펼친 2024 파리 올림픽 8강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2-1(15-21, 21-17, 21-8)로 이겼다. 총 75분에 달하는 대혈투를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이겨내면서 4강 티켓을 확보했다.
야마구치는 현재 세계랭킹이 5위이긴 하나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지난해 7월 안세영이 랭킹 1위에 오르기 전까지 왕좌에 앉았던 강자다. 상대전적에서도 안세영이 10승 13패로 열세다. 물론 안세영이 전성기에 돌입한 뒤에는 최근 5승 2패로 앞서지만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는 관계다.
예상대로 안세영이 따라가는 양상이 그려졌다. 수비적으로 운영하는 안세영이라 야마구치의 공격을 막고 반격해야 하는데 초반에는 몸이 아직 달아오르지 않았는지 포인트를 내줬다. 1게임 초반에는 5-10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나왔다. 안세영도 코트 구석으로 향하는 야마구치의 셔틀콕을 받아내려 몸을 날릴 정도였다.
벌어지는 격차를 그냥 두지 않았다. 안세영은 야마구치를 10점에 묶어두고 9점까지 따라붙기도 했다. 다만 계속해서 야마구치에게 1~2점 차의 리드를 내줬다. 13-14, 14-15처럼 턱밑까지 따라갔지만 다시 벌어지는 그림도 나왔다.
끝내 첫 게임에서는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안세영은 14점에서 묶인 뒤 내리 실점하면서 게임포인트를 헌납, 기선을 내주고 말았다.
한시 바삐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안세영은 2게임 먼저 점수를 따내며 흐름을 바꾸려 했으나 이내 4-5로 역전을 허용했다. 그래도 첫 게임처럼 연이은 실점은 없었다. 다시 완벽한 수비와 함께 좌우 큰 폭으로 공격하는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이 발휘되면서 11점 인터벌을 먼저 잡는 데 성공했다.
안세영은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야마구치와 긴 랠리에서 네트플레이 기회가 나오자 연달아 성공하면서 15-10으로 달아났다. 17점까지 먼저 밟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점수차가 좁혀졌다. 야마구치가 안세영 못지않은 리시브를 해내면서 코트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벌어졌던 점수가 어느새 17-16까지 좁혀지면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다행히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고, 게임포인트를 가져온 뒤 강한 스매싱으로 21점을 찍었다.
어렵사리 1-1 균형을 맞춘 안세영은 3게임에서 자신의 강점을 100% 발휘했다. 코트 사방을 움직이며 받아내는 수비력과 긴 랠리에서도 구석구석 노리는 스트로크로 상대 체력을 확실하게 갉아먹었다. 야마구치는 3게임 들어 넘어지거나 풋워크가 멈추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안세영은 11점 인터벌을 먼저 잡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21점까지 찍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안세영은 결전지 파리에 도착하고 금메달을 당연하게 기대하는 부담감에 사로잡혀있다. 그래선지 첫 경기에서 조금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력한 수비와 체력을 바탕으로 실수 없는 플레이가 강점인데 의외로 범실이 잦아 꽤나 시간이 길어졌다.
그나마 조별예선 2차전에서 치쉐페이(프랑스)를 이기고 힘을 보충했다. 그제서야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고, 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조금 숨도 막힌다"라고 털어놨다.
가뜩이나 이번 대회 배드민턴에서 이변도 일찍 발생했다. 세계랭킹 3위 대만의 타이쯔잉이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만큼 올림픽에서는 당연한 것도 없고, 쉬운 상대도 없다.
1차전에서 평소답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 안세영 스스로 "첫 경기는 부끄러웠다"라고 할 정도였다. 부담을 이기기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차분하게 이겨나가는 걸 최우선으로 해 최종 금메달을 목표로 할 계획이었다.
확실히 8강부터 호적수들이 가득하다. 야마구치를 상대로 1시간이 넘는 혈투를 펼친 끝에 준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안세영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모두 정복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그랜드슬램이 가능하다.
한국 배드민턴은 2020 도쿄 올림픽까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종합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역대 올림픽 한 대회 최다 금메달은 2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남자복식 박주봉-김문수와 여자복식 황혜영-정소영이 우승했고,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도 혼합복식 김동문-길영아, 여자단식 방수현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해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5년 전 노메달 수모를 씻고 금메달 2개(여자단식·여자단체), 은메달 2개(남자복식·여자복식), 동메달 3개(여자복식·혼합복식)로 마무리하면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해냈다.
그러면서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을 필두로 이번 대회에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목표로 닻을 올렸다. 2012 런던 대회부터 3회 연속 '노골드'에 그치고 있는 아쉬움을 이번에는 털겠다는 의지다. 아직은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혼합복식 조가 은메달을 획득한 데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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