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늘은 김민종을 내리고 테디 리네르를 세상에 보냈는가
“왜 하늘은 주유를 보내고 공명을 세상에 보냈는가”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에서도 주유의 한탄이 들리는 듯 했다. 한국 유도 최중량급 간판인 김민종(23·양평군청)은 4강에서 일본의 ‘난적’ 사이토 다쓰루를 상대로 시원한 업어치기로 한판승을 따내며 결승에 진출했다. 사이토는 1984 로스앤젤레스, 1988년 서울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일본 유도의 전설’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이다.
지난 5월 한국 유도 최중량급 선수로서 39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랭킹 1위이자 올림픽 랭킹 1위인 김민종은 최중량급 ‘G.O.A.T’(Greatest Of All Time)를 상대로 잘 싸웠다. 신장 203cm인 리네르를 상대로 신장 184cm의 김민종은 신체적인 조건부터 불리했다. 리네르는 관록을 앞세워 정규시간 종료를 16초를 남겨두고 김민종의 오른쪽 어깨를 잡더니 기습적으로 오른다리를 걸어 김민종을 공중에 띄워 매트에 꽂아버리며 한판승으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김민종으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패배였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 들어선 김민종은 패배 후 흘린 눈물의 여파를 다 수습하지 못했다. 울먹거리며 그는 “너무 아쉽다. (한국 유도 최중량급의 새 역사를 썼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아쉬움만 남는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믹스트존에 들어선 뒤 울먹거리며 아쉬움을 토로했던 김민종이지만,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2020 도쿄에선 16강에서 탈락한 반면 3년 뒤 열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은메달로 몇 걸음 더 올라섰다. 이에 대해 김민종은 “국가대표라면 당연히 성장해야 한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만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메달만으로 최중량급의 새 역사라고 하지만, 아직은 역사를 썼다고 하기엔 숙제가 많이 남은 것 같다. 유도를 시작하면서부터 잡은 목표가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그래서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금메달을 따서 그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프랑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김민종을 흔들지 못했다. 그는 “프랑스 여자 선수가 경기할 때 들려오던 프랑스 관중들의 소리를 듣고 ‘진짜 좀 크긴 크구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래서 ‘이 응원 소리는 나를 위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리네르 선수와 맞붙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응원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아직 4년이나 남았다. 김민종이 하늘을 감동시키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과연 4년 뒤에 김민종은 만나는 상대들로부터 “왜 하늘은 나를 낳고 김민종을 세상에 보냈는가”라는 한탄을 들을 수 있을까. 이번 패배에서 많은 것을 배운 김민종에게 4년 뒤 LA에서의 결말은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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