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절규’ 떠올리게 하는 이집트 미라… 표정의 원인은

박선민 기자 2024. 8. 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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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교수 X(옛 트위터)

3500년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이집트 여성의 미라가 입을 크게 벌린 채 절규하는 듯한 표정으로 발견돼 오랫동안 궁금증을 자아낸 가운데, 이런 모습이 죽음 당시의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하르 살림 카이로 대학교 방사선과 교수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여성의 미라가 왜 입을 크게 벌린 표정을 하고 있는지 컴퓨터단층촬영(CT)과 X선 회절 등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고통스러운 죽음 또는 정서적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미라는 1935년 이집트 룩소르의 고대 이집트 제18왕조 하트셉수트 여왕 시대의 건축가 세넨무트 무덤 아래 나무 관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비명을 지르는듯한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어 고고학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던 바 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 미라는 마치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를 연상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연구팀은 이 미라의 생전 키가 155㎝ 정도였으며, 48세 정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CT를 통해 척추 등에 가벼운 관절염을 앓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여성은 당시 상류층이었을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금과 은으로 된 풍뎅이 모양의 반지 ‘스카라베’를 낀 채 매장됐으며, 방부 처리 재료로 값비싼 향나무와 헤나 염료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다만 동시대 높은 계층의 미라와는 달리 몸 안에 장기가 제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들어있고, 방부 처리를 위한 절개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에선 차이를 보였다.

절규하는 듯한 표정의 이집트 미라. /살림 교수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 여성이 사망 당시 극심한 고통이나 정서적 스트레스를 겪었으며, 즉각적으로 사후 경직이 나타나면서 그 고통의 표정이 그대로 남았을 수 있다고 봤다. 시신이 이완되기 전인 사망 후 18~36시간 사이에 급하게 미라화돼 죽기 직전 표정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살림 교수는 “방부 처리를 맡았던 사람들이 시신의 입을 다물어주지 못했고, 시신이 부패하거나 이완되기 전에 미라화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미라화되는 과정에서 사후 건조, 관의 압력 등의 외부적 요인에 따라 표정이 변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죽기 직전 표정이 그대로 남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이 일부 존재한다. 방부 처리를 맡은 작업자들에게 시신의 입을 닫아줄 수 있는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교의 살리마 이크람 교수는 “사후 경직 때문에 방부 처리를 맡은 사람들이 이 표정을 영원히 놔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라화 중 건조 작업에는 40일이 걸리므로 그동안 충분히 이목구비를 재배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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