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뤼팽’은 ‘유도가’? 리네르의 프랑스는 유도의 나라

문영규 2024. 8. 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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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도 최중량급의 간판스타 김민종의 결승전 상대는 개최국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였다.

리네르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숱한 금메달을 따낸 프랑스의 영웅인 것도 한몫했지만, 프랑스의 유도 인기 자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프랑스 유도 연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경중, 예의, 우정, 겸허, 성실, 명예, 극기, 용기'라는 8가지 단어가 한자로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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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도 인구는 일본의 4배인 무려 53만 명이 넘는다 (=프랑스 유도 연맹 홈페이지)


한국 유도 최중량급의 간판스타 김민종의 결승전 상대는 개최국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였다.

김민종은 만만치 않은 상대는 물론 프랑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상대해야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직접 리네르를 찾아와 격려했을 정도다.

리네르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숱한 금메달을 따낸 프랑스의 영웅인 것도 한몫했지만, 프랑스의 유도 인기 자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프랑스 유도 연맹에 따르면 프랑스의 유도인구는 53만 명이 넘는데 이는 유도 종주국 일본에 무려 4배에 달하는 숫자다.

세계유도선수권에서도 지금까지 일본(금 170개, 총 395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메달(금메달 61개, 총 185개)을 수확하고 있어 실력도 일본 못지 않다.

프랑스 유도 연맹 홈페이지엔 유도의 8가지 ‘모럴 코드’를 강조하고 있다.


■ '경중, 예의, 우정, 겸허, 성실, 명예, 극기, 용기' 오리엔탈리즘과 유도

프랑스 유도 연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경중, 예의, 우정, 겸허, 성실, 명예, 극기, 용기'라는 8가지 단어가 한자로 적혀있다. 이른바 '모럴 코드'다.

프랑스에서 유도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유도를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정신적 수양의 도구로 받아들였다.

유도의 이념인 '정력선용(精力善用)', '자타공영(自他共榮)'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지 않고 세상의 도움을 주며 모두가 번창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이다.

또,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유능제강(柔能制剛)' 같은 유도의 사상들이 당시 프랑스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자극했던 것이다. 동양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프랑스인은 유도를 신비한 정신 수양의 도구로 여겼던 모양이다.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 프랑스 화가 모네의 1876년 작품이다


특히, 프랑스는 일본의 민속화 우키요에(浮世絵)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이 많은 영향을 받는 등 이른바 '쟈포니즘'이 크게 유행을 했던 나라이다. 동양에 대한 근거 없는 환상이나 선입견이 유도의 전파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실제로 1906년 출간된 '뤼팽, 탈옥하다'에서 주인공 아르센 뤼팽이 유술이나 유도의 기술을 쓰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현대 유도 자체가 1882년 창시돼 1889년 만국 박람회 때 유럽에 처음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프랑스는 상당한 얼리 어답터 국가였다.

프랑스 유도의 아버지 가와이시

이런 배경 속에 유도가 가와이시 미키노스케가 유도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와이시는 1930년대 프랑스로 건너가 유도 전파에 힘썼다. 가와이시는 유도를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먼저 7까지 색깔의 띠를 고안했다. 당시 일본 유도의 띠는 검은색과 흰색 두 가지뿐이었다. 나이와 수준에 따라 '흰색, 노랑, 주황, 초록, 파랑, 밤색, 검정' 색의 띠를 만들어 유도를 시작하는 사람이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했다.

또, 프랑스인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술의 이름도 바꿨다. 복잡한 일본어 기술에 '발기술 1호' 같은 알기 쉬운 명칭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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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규 기자 (youngq@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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