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봉주, '앙금은 영원하다'? [정치 인사이드]
이재명 강성 지지층 "17년 전부터 반명"
정봉주, 적극 해명하며 좋은 인연도 소개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지배하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전 대표가 최고위원 선거와 관련한 '명심'을 명확하게 드러낸 뒤의 일입니다.
'명심'을 타고 급부상한 후보는 김민석 의원입니다.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는 이재명 전 대표의 '화끈한 밀어주기' 직후 김민석 의원에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자신이 콕 찍은 김 의원이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의도적으로 '명심'을 드러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김 의원과 함께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며 김 후보에게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 제 선거도 하느라 본인 선거를 못 해서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지지자들을 향해 김 의원 지지를 당부한 것입니다. 김 의원은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김민석 밀어주기'가 정봉주 후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정 후보의 매서운 전투력 때문입니다. 정봉주 후보가 '수석 최고위원'이 되어서 이 대표의 바로 옆자리에 앉는 모습이 안 그래도 '강성 일변도'인 민주당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이 전 대표는 '중도 확장'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강성 이미지'나 '막말 리스크' 때문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각종 막말 논란 이후에도 별 탈 없이 금배지를 달았었기 때문입니다. '이대 성 상납 발언'으로 고초를 치렀던 김준혁 의원을 이 전 대표가 감쌌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이재명 전 대표와 정봉주 후보의 '과거 악연'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은 약 17년 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당시로 돌아갑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정동영 후보 편에, 정 후보는 손학규 후보 측에 섰습니다. 당시 경선은 폭언은 기본, 난투극까지 벌어질 만큼 격앙된 분위기에서 치러졌습니다. 정동영 후보 측은 '차떼기' 등 동원·조직 선거 의혹에 휩싸였고, 손학규 후보 측은 이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부산·경남 경선이 열린 9월, 결국 폭행과 막말 공방까지 벌어졌습니다. 정동영 캠프 인사들이 모여 있던 부산의 한 식당에 정봉주 당시 의원을 비롯한 당시 손학규 캠프 소속 의원들이 들이닥쳤고, 선거인 명부 등 증거 사진을 찍고 이를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양측은 몸싸움까지 벌였습니다.
당시 양측에서 대표로 나서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사과를 요구했던 게 바로 이재명 전 대표와 정봉주 후보입니다. 두 사람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까지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말싸움을 벌였었습니다. 이 전 대표와 정봉주 후보가 정동영 후보와 손학규 후보를 대신해 '대리 충돌'한 셈입니다.
17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을 떠도는 '앙금은 영원하다'는 격언을 떠올리면, 두 사람이 그때의 일을 깨끗하게 잊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재명 전 대표의 화끈한 '김민석 밀어주기'의 뒷면엔 정봉주 후보와의 악연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당시 상황을 공유하며 정 후보를 향해 "17년 전부터 반명이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도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 전당대회가 '명심'에 달렸다는 것을 아는 정 후보는 이런 내용을 직접 공유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선 상황입니다. 정 후보는 이 대표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17년 전이다. 대표님도 저도 푸릇푸릇했다. 그때부터 대표님과 인연이 되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지금은 (성질) 다 죽었다"며 이 대표와의 좋은 인연을 애써 강조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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