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갖춘 ‘한동훈호’, 순조롭게 출발… 계파 갈등 ‘불씨’는 여전

김나현 2024. 8. 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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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샅바싸움 끝, 한동훈 측 승기 잡아
김상훈 정책위의장 내정…진용 구축 속도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계파갈등’ 숙제
곳곳에 암초 가득…한동훈 리더십 시험대
한 “당내 절차대로 설득하겠다” 특검 속도조절
차주 중진들과 ‘릴레이 오찬’서 우군 확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과 친윤(친윤석열)계의 줄다리기에서 한 대표가 승기를 잡았다. 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물러난 자리에 계파색이 옅은 김상훈 의원이 내정되며 최고위 구성은 친한(친한동훈)계가 과반을 점하게 됐다. 진용을 갖춘 ‘한동훈호’의 순조로운 출발과 달리, 눈앞의 여정은 곳곳이 암초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출사표와 함께 던진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야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권 내 반대 여론은 여전히 높다. 또 친윤계와의 꺼지지 않은 ‘갈등 불씨’도 안심할 수 없다. 한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대변인단 등과 오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열흘간 샅바싸움 끝, 한동훈 승기

정점식 의원은 지난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며 “향후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사임했다.

앞서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라는 초강수에도 정 의원이 침묵 속 버티기로 일관하며, 변화를 내세운 한 대표 측과 정책위의장 몫을 지키려는 친윤계 간 긴장 수위가 고조됐다. 하지만 정 의원이 전격 사퇴하며 친한계과 친윤계의 샅바싸움에서 외견상 한 대표가 우선 승기를 잡은 것이다.

미뤄둔 지도부 인선에도 속도가 붙었다. 박정하 비서실장, 서범수 사무총장에 이어 2일 한 대표는 대구 4선 중진의 김상훈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내정했다. 한 대표는 “저는 친소관계를 따지지 않는다. 김 의원과 가까운, 개인적인 우정을 나누지 않았다. 전당대회에서도 저를 위해 뛰던 분이 아니다”라며 “다만 대단히 정책적으로 뛰어나고 안정감이 있고 우리 당 정책에 있어 내로라할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지명된 김상훈 의원이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면한 민생 현안 법안 처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위의장 인선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던 계파 갈등에 대해선 “저는 계파 프레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내 불거진 내홍은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친윤계 일각에선 정책위의장은 임기가 있고 당 대표자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일방적 사퇴 요구는 부당하다고 강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대표가 교체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교체하고 싶더라도 한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와 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초선 의원도 “한 대표가 정 의원한테 직접 얘기하고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없었을 줄 몰랐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의원들 삐진다”고 했다. 정 의원도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헌상 임기(1년)를 재차 강조하며 “의원들도 당헌과 배치되기 때문에 물러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계파 간 인식 차를 남겼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재의결 안건에 대한 무기명 투표 결과지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발의” 野와 “절대 반대” 與 사이에 선 韓

‘한동훈호’의 본격 출발 소식과 함께 ‘채 상병 특검법’도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6월23일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제로 던졌다.

당시 채 상병 특검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표는 “제가 그 부분을 조금 길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 “우리 보수는 안보에서는 다른 정치세력에 뒤지면 안 된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실기했다”라며 “그럼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공수처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법 발의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 대표 출사표와 함께 던진 안인 만큼,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한동훈 안)’은 변화와 혁신의 기치를 내건 한 대표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에 야당은 “당장 오늘이라도 한 대표가 생각하는 특검법을 발의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하는 ‘채 상병 특검법’의 주도권을 한 대표에게 쥐여주면서 여당 내 분열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난 지 열흘이 다 됐는데, (한 대표가) 특검법을 발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며 “계속 발의하지 않고 뭉갠다면 국민은 한 대표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지난 1일 CBS 라디오에서 “천하람 원내대표가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 개혁신당에서 한동훈 안 그대로 한번 발의를 해보겠다”며 “한동훈 안이라는 게 결국 대법원장이 추천을 하고 독소조항을 없앤다 하는데, 독소조항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아마 언론 브리핑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거 없애고 한번 해보자”고 압박했다.

반면 여권에선 ‘한동훈 안’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힘겨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거쳐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막은 지 얼마 안 됐을뿐더러, 다수의 의원은 “특검은 사안이 뭐든 야당에 물어뜯을 판을 깔아주는 꼴”이라며 ‘무조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동훈호의 정책을 총괄할 김 의원 역시 “채상병 특검법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완결되고 나서 미진할 경우 그 필요성이 가려지는 것이다. 관련해 당내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 수사 결과를 발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는 한 대표 의사와 배치되는 부분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 두번재)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반발을 의식한 한 대표도 2일 “제가 당내 설득하겠다고 했고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 상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대안을 말한 것이고 거기 대해서 왜 필요한지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명이 다 마음대로 하는 민주당 같은 정당이 아니잖느냐”라며 “당내 절차를 통해서 당대표로서 설명 드리겠다”고 말했다. 특검 추진 입장은 고수하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야당의 압박 수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 대표가 변화의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 당내 화합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는 다음 주부터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릴레이 오찬’을 추진하며 우군을 늘려갈 예정이다. 원외인 한 대표가 원내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당 쇄신 방안들을 설득하며 리더십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표가 의원들을 공식 초청해 식사하는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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