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갖춘 ‘한동훈호’, 순조롭게 출발… 계파 갈등 ‘불씨’는 여전
김상훈 정책위의장 내정…진용 구축 속도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계파갈등’ 숙제
곳곳에 암초 가득…한동훈 리더십 시험대
한 “당내 절차대로 설득하겠다” 특검 속도조절
차주 중진들과 ‘릴레이 오찬’서 우군 확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과 친윤(친윤석열)계의 줄다리기에서 한 대표가 승기를 잡았다. 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물러난 자리에 계파색이 옅은 김상훈 의원이 내정되며 최고위 구성은 친한(친한동훈)계가 과반을 점하게 됐다. 진용을 갖춘 ‘한동훈호’의 순조로운 출발과 달리, 눈앞의 여정은 곳곳이 암초다.
정점식 의원은 지난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며 “향후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사임했다.
앞서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라는 초강수에도 정 의원이 침묵 속 버티기로 일관하며, 변화를 내세운 한 대표 측과 정책위의장 몫을 지키려는 친윤계 간 긴장 수위가 고조됐다. 하지만 정 의원이 전격 사퇴하며 친한계과 친윤계의 샅바싸움에서 외견상 한 대표가 우선 승기를 잡은 것이다.
당내 불거진 내홍은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친윤계 일각에선 정책위의장은 임기가 있고 당 대표자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일방적 사퇴 요구는 부당하다고 강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대표가 교체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동훈호’의 본격 출발 소식과 함께 ‘채 상병 특검법’도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6월23일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제로 던졌다.
당시 채 상병 특검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표는 “제가 그 부분을 조금 길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 “우리 보수는 안보에서는 다른 정치세력에 뒤지면 안 된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도 실기했다”라며 “그럼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공수처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법 발의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 대표 출사표와 함께 던진 안인 만큼,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한동훈 안)’은 변화와 혁신의 기치를 내건 한 대표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에 야당은 “당장 오늘이라도 한 대표가 생각하는 특검법을 발의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하는 ‘채 상병 특검법’의 주도권을 한 대표에게 쥐여주면서 여당 내 분열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에선 ‘한동훈 안’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힘겨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거쳐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막은 지 얼마 안 됐을뿐더러, 다수의 의원은 “특검은 사안이 뭐든 야당에 물어뜯을 판을 깔아주는 꼴”이라며 ‘무조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의 압박 수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 대표가 변화의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 당내 화합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는 다음 주부터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릴레이 오찬’을 추진하며 우군을 늘려갈 예정이다. 원외인 한 대표가 원내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당 쇄신 방안들을 설득하며 리더십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표가 의원들을 공식 초청해 식사하는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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