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논란 더 키우는 정치권 [김기자의 여의도경제카페]

김유성 2024. 8. 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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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한국의 금융·투자 시장, 이미 약속된 금투세
"페지냐 존치냐" 정치권이 더 논란을 지피는 모습
피할 수 없다면 가장 좋은 대안 마련이 필요하지만...
대화·타협 사라진 국회 내 또다른 정쟁 요소될 듯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2000년대 초반 국내 대형 커뮤니티 업체가 유료화를 단행합니다.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 ‘서비스에 따른 요금’을 사용자들한테 요구한 것입니다. 배너 광고 외에는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었던 해당 서비스사는 고육지책으로 유료화를 시작했지만, 당시 사용자들의 반발은 컸습니다. 결국 이 유료화 도전은 악수가 됐고 그 업체는 사양길에 접어듭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요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중 구독료가 한 형태입니다. 구독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미국 등에서는 언론사들도 구독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젠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고정된 인식을 바꾸기 쉽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롭게 신설되는 세금은 ‘조세 저항’에 맞닥뜨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안착하게 됩니다.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투자세도 이런 과정을 겪는 것 같습니다. 없던 세금이 새로 생긴다고 하니 저항은 당연할 수 밖에 없죠. 이를 설득해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최근의 상황은 정치권이 논란을 더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갈등 조정 기구라는 국회의 본래 기능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금융투자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초래?

금투세에 대한 요구는 시대적 변화와 관련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재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세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현행 소득세법의 한계를 뛰어 넘어 ‘세금’을 걷고자 하는 정부의 필요도 있었습니다.

현 과세 체계에서는 기본적으로 금융상품의 이자나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고 있습니다. 주식 등을 팔면서 생기는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는 일부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두 과세 모두 금융투자소득이라는 점에서 일원화하자는 요구가 나왔고 2020년말 금투세를 도입하게 됩니다. 당초 시행 시점은 2023년 1월이었으나, 대통령선거 등과 맞물려 2025년 1월로 그 시행시점이 미뤄지게 됩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금투세법은 순조롭게 가결됩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의원들도 “여야합의로 이뤄진 법인데, 이를 다시 뒤집을 수 없다”라고 합니다. 여권에서도 금투세의 필요성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이죠. 금투세 시행을 위해 증권투자세도 대폭 낮추게 됩니다.

다만 조세 저항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주식은 물론 채권과 펀드 등 대다수 투자자들에게 면세되던 금융상품의 양도소득이 과세 대상에 편입됐기 때문이죠. 내지 않던 세금을 내게 됐으니, ‘금융상품 매각 대금에는 비과세’가 당연하다고 인식했던 투자자들은 저항을 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실제 세율은 과세표준(소득 - 공제)이 3억원 이하인 경우 20%(3억원 이상이라면, 그 초과분에만 25%) 적용을 합니다. 공제 기준은 국내 상장 주식 및 국내 주식 공모형 금융투자소득에는 연 5000만원이 됩니다. 쉽게 말해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을 팔거나 혹은 배당으로 얻게 된 소득이 연 5000만원을 넘게 된다면 금투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금융 소득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5000만원 미만이라면 금투세를 납부세액은 0원이 됩니다.

만약 매해 2억원을 금융 소득으로 벌어들이는 사람이라면 40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됩니다. 만약 4억원이라며 하면 3억원 까지는 6000만원(20% 세율), 초과분인 1억원에 대해서는 2500만(25% 세율)이 부과됩니다.

이렇게 보면 꽤 많은 세금 부담을 투자자들이 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당장은 대규모 자본을 갖고 투자를 하는 법인·외국인투자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날 게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1월초 윤 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명분으로 금투세 폐지 명분을 내세운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금투세 도입으로 큰손 투자자들이 떠나거나 거래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여려가 반영된 것이죠.

경제학적으로 봐도 조세는 거래의 감소, 시장의 축소를 야기합니다. 세금이 거래가액을 높이면서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가 감소하고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고전경제학자들의 입장이자 신자유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감세 정책의 이론적 배경이 됩니다.

野 “금투세보다 꽉막힌 기업구조가 더 문제”

이 같은 지적에도 민주당이 완강하게 금융투자세 도입을 추진했던 이유는 과세 대상자가 적다는 데 있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금융소득 5000만원을 거둘 정도의 투자운용 규모를 가진 투자자는 상위 1%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 1440만명 중 15만명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금융투자협회가 2019~2021년 주요 5개 증권사 실현 손익 현황을 조사한 결과 3년 평균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 수익을 낸 투자자는 6만7000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5000만원 이상의 운용수익을 내려면 기본적으로 자산 규모가 ‘보통 사람’보다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수익률 10%라면 순수 금융 자산이 5억원이 되어야 하고 5%라면 10억원 정도가 됩니다. 부동산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순수 금융자산만 10억원이 넘는다면 ‘부자’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전형적인 부자감세’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떻게 해결해야한다고 볼까요? 민주당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친화적인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수 재벌의 논리에 따라 기업이 주주가치에 반하는 결정을 하거나(예컨대 LG화학의 LG엔솔 분할 상장) 배당 등 주주 가치 환원에 인색한 습성을 개선해야한다고 보는 것이죠.

전세계적으로 봐도 금투세는 주요 금융선진국을 중심으로 존재합니다. 지난 2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자료(금융투자소득세 쟁점과 개선과제)를 보면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이 주식자본 이득에 과세하고 있습니다. 과세 방식에 있어서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 원칙을 갖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상황에도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없던 세금이 생기는 이유’외에 고액 투자자들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1989년 금투세격인 주식양도소득세를 대만이 시행 1년만에 폐지한 것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주당은 기업들이 주주친화적인 구조로 바뀐다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균열 생긴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주목

금투세 시행을 놓고 완강했던 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중심으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귀추가 주목됩니다. 여권에서 제기하는 금투세 폐지 논의와 달리 완화 혹은 유예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를 반영하듯 이재명 후보는 금투세 공제 한도를 연 5000만원에서 연 1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제안했습니다.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에 나온 제안이지만, 제1야당의 유력 후보가 말했다는 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민주당의 당론(금투세 예정대로 시행)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금투세 유예 혹은 완화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주주 요건 하향 조정, 금투세 전면 시행’과는 상당부분 거리가 있게 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큰 문제를 삼는 분위기는 아닌듯 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금투세에 대한 토론이 국회에 오면서 이념 대결 양상을 띄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금융선진국에서 금투세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무조건 폐지는 옳아 보이지 않습니다. 현행 금투세가 허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여야 양측이 견해차를 줄여가면서 주주에 친화적이면서 우리 기업을 성장시킬 방안을 살펴봐야하는데, 또다른 이념 대결의 양상이 되는 듯 해 걱정스럽습니다. 국민을 안심시켜야할 국회가 되레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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