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뷔페, 더 깊게 느끼고 싶다면…50년 전 미술 덕후가 지은 ‘여기’ 어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오롯이 집중하며 감각에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미술 투어가 진행된다. 오는 9월28일부터 30일까지 2박3일간 일본으로 떠나는 ‘베르나르 뷔페 미술 투어’가 개최된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베르나르 뷔페 전시와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일본 시즈오카의 ‘베르나르 뷔페 뮤지엄’ 등 유명 미술관을 둘러보고 후지산의 경치와 온천을 누릴 수 있는 예술과 휴식이 포진한 이색 투어다.
앤디 워홀이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유명한 화가”라 극찬한 베르나르 뷔페(1928~1999)는 프랑스 현대 실존주의 대표 화가이자 전쟁 포화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은 드라마틱한 사연을 품은 작가다.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릴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던 프랑스 미술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천재였다. 매일같이 12시간씩 그림을 그리며 생애 8000여점의 작품을 남긴 열정의 작가는 국내에서는 2019년에야 첫 회고전이 열릴 정도로 뒤늦게 안면을 텄지만, 당시 15만명이 찾을 정도로 호응을 얻으며 탄탄한 팬덤을 형성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 두 번째 회고전에서는 대표작 ‘광대의 얼굴’을 비롯한 유화뿐 아니라 수채화, 판화, 잉크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활용한 뷔페의 작품 120여점을 볼 수 있다. 단테의 <신곡> 한 대목을 그린 폭 4m 이상의 대형 유화 작품 ‘단테의 지옥, 지옥에 떨어져 얼음에 갇힌 사람들’은 백미로 꼽힌다.
뷔페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관객이라면 이번 투어를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뷔페의 작품 2000여점이 있는 ‘베르나르 뷔페 뮤지엄’이 개관 50주년을 맞아 기념 전시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일본의 금융가이자 컬렉터인 기치로 오카노가 1973년 설립한 세계 유일의 베르나르 뷔페 미술관으로 뷔페의 아내이자 평생의 뮤즈 아나벨이 개관 당시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아름다운 주변 풍광으로도 정평이 났다.
‘본격 미술 투어’ 콘셉트에 걸맞게 (사)한국미협 학술평론분과 위원장을 맡은 김종근 미술평론가가 동행해 관람객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예정이다. 파리1대학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사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 평론가는 지난 36년간 미술평론과 강의 외에도 아트페어 감독, 전시기획자 등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샤갈, 내 영혼의 빛깔과 시> <피카소> <마음에 품는 현대미술> 등 집필 및 번역으로 현대미술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투어는 소수 인원이 참여하는 프리미엄 투어로 꾸려진다. 여행 출발 전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는 사전 강연회가 마련되는 만큼 미술 문외한이라고 겁먹을 필요가 없다. 참가자들은 베르나르 뷔페가 그렸던 후지산이 보이는 숙소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일본 최초 야외 조각 미술관인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에서 미술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는 거장의 작품 6000여점을 보유한 도쿄의 ‘국립서양미술관’과 현대미술에 중점을 둔 ‘롯폰기 모리미술관’ 방문 일정도 포함돼 있다.
김 평론가와 함께하는 베르나르 뷔페 미술 투어는 오는 9월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며 선착순 20명의 참가자를 모집한다. 투어 비용은 239만원이며 문의는 하나투어(백혜정 팀장 070-4610-5505)로 하면 된다.
한편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베르나르 뷔페 회고전은 9월10일까지 이어진다.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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