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끝나고도 휴가지에서 일할 수 있다면?
여름 휴가 기간을 맞아 전국의 휴양지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휴가가 끝나고도 휴가지에서 계속 머물며 일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올 여름 ‘워케이션’을 다녀왔거나 갈 계획인 300인 미만 중소기업 5곳을 인터뷰했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가 합쳐진 말로, 일정 기간 업무 공간을 여행지 숙박 업소 등으로 옮겨 일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업무를 보던 사무실 등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창의력을 높이고 업무 동기를 부여한다는 의의가 있다.
중소기업 5곳에 “중소기업인데 어떻게 워케이션이 가능했냐”고 묻자 “작은 지원만 있어도 워케이션을 떠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숙박 시설, 업무 공간, 비용 지원 등을 받았다. 직원들은 “워케이션을 다녀오고 이직할 생각이 싹 없어질 정도로 회사가 좋아졌다”고 했고 기업 대표들은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복지”라고 했다.
워케이션이 가능했던 기업들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원격 업무가 가능한 시스템과 업무 공간, 그리고 비용 지원이다.
HR솔루션 기업 ‘휴먼컨설팅그룹’은 사내 메신저와 인트라넷 등을 활용해 서로 원격으로 소통하며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 회사 직원 이하진(33)씨는 작년 가을 전남 여수로 워케이션을 다녀왔고, 올 여름엔 강원 속초로 워케이션을 갔다. 이씨는 “평소에도 근무 환경에 있어 제약이 적은 편이라 워케이션을 가서도 업무에 지장이 없었다”며 “오히려 퇴근 후 휴양지에서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일을 최대한 시간 내 마치려 하다보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내용증명, 지급명령 등 법률 서비스를 1만원대로 제공하는 기업 ‘유니폭스’도 이번 여름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 3명이 함께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황준선(29) 대표는 “우리 기업은 업무 특성상 문서를 인쇄할 수 있어야 하고 근처에 우체국이 있어야 하는데 SBA가 제공한 숙소에 두 가지 모두 갖춰져 있었다”며 “직원 수가 적어서 함께 이동하면 되니 오히려 업무 환경을 바꾸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SBA는 워케이션을 떠나는 기업이 업무에 지장을 줄일 수 있도록 숙박 시설 내에 공용 사무실을 제공한다. 참여 기업들은 “인터넷, 인쇄 시설, 회의실 등 시설이 갖춰져 있어 업무 환경을 옮기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케이션을 추진한 기업 대표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복지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BA가 숙박비 등을 지원해줘 기업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직원 1인당 10만원 정도다.
노인 대상으로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브라이블리’는 최근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 5명이 충남 보령으로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지창대(29) 대표는 “소규모 기업은 적은 인원으로 많은 성과를 내야 할 때가 많은데 새로운 장소에서 일을 하니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며 “직원들에게 복지가 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입사 지원자들에게도 개방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이직·퇴사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웹소설·웹툰 플랫폼 ‘조아라’ 박명규 이사는 “최근 몇 년 간 직원 65명 중 절반 정도가 워케이션을 다녀왔는데 그중에선 퇴사한 사람이 없다”며 “다른 회사에 있다가 이직해 온 직원들도 ‘이런 게 가능할 줄 몰랐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워케이션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복지를 증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며 “향후 다른 지자체로도 확대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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