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3'이응복, 인간·괴물·신인류의 세계관 여운 남겼다[서병기 연예톡톡]

2024. 8. 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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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욕망이 괴물을 탄생시킨다는 설정과 상상력으로 K-크리처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이 시즌3로 마무리됐다.

코로나가 해제돼 가던 시기에 방송된 시즌2는 호불호가 나눠졌다. 시즌2는 장기화된 괴물화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조명하며 밖으로 나와 생존자들을 따라갔음에도 메인 캐릭터들의 흐름이나 특성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스위트홈'의 완결판인 시즌3까지 보면, 세계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시즌2의 그 부분을 조금더 압축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즌3는 크리처물로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점과 함께 인간과 괴물, 신인류의 세계관을 완성시켰다는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특히 괴물이 된 자들이 새롭게 '신인류'로 다시 태어난다는 새로운 세계관을 구현해나가는 데에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신인류로 부활한 이은혁(이도현)은 죽지 않지만 감정은 없는 존재다. 물론 아픔도 느끼지 않는다.

또한 괴물은 됐지만 스스로 산화하며 스타디움에 갇힌 증상인들의 탈출구가 돼주며 사람들을 구출하게 하는 탁 상사(유오성)를 보면서 많은 걸 느끼게 했다. 탁 상사는 직속부하인 김영후(김무열) 중사에게 "영후야! 나는 어떤 괴물이 될까. 최소한 너희들이 써먹을 수 있게"라고 말한다.

'스위트홈'은 욕망을 추구하다 괴물이 된다고 했다. 인간들은 욕망을 추구하다 편하게 살게는 됐지만, 더 큰 위험이 닥치고 있다. 자동차 사고가 훨씬 더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인간이 욕망을 끊임없이 추구한 결과다. 기후위기, 환경문제, 전쟁도 마찬가지다. 모두 인간이 자초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서 욕망을 거세시키면 어떨까?

하지만 그렇게 괴물이 되었어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을 탁 상사 등의 캐릭터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인간, 괴물 과정을 거친 신인류 은혁과 괴물을 사람으로 되돌리는 능력을 지니며 인간의 편에 서온 특수감염인 현수(송강)의 엔딩 대사는 그 연장선에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날 우리는 한 무리의 신인류를 발견했다. 그들 존재를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걸렸고, 아직까지도 의문을 품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적어도 한가지는 동의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괴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차현수)

"그래도 나는 기다린다. 끝나지 않는 시간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에게는 기다릴 곳과 돌아갈 곳이 필요하다. 그 곳을 우리는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스위트홈"(이은혁)

이렇게 아포칼립스를 완성하며, 돌아오지 않지만, 옥상을 걷고 있는 이은유(고민시)와 현수, 은혁 세 명을 재회하게 해 한 화면에 잡히게 함으로써 여운을 남긴다. '스위트홈'은 아직 미완으로, 해결된 '스위트홈'이 아니다. 그래서 몽환적이다.

이응복 감독.

'스위트홈'의 강점은 캐릭터의 선악 구분을 없애기 좋다는 점이다. 좋은 역할과 빌런의 경계가 분명한 드라마가 많지만, '스위트홈'에서는 그 구분이 모호해진다. 임 박사 같은 인간은 오히려 괴물보다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욕망을 무한대로 추구하다 자가당착에 빠진 인간들이 공존하는 걸 생각하게 한다.

'스위트홈3'는 공개 2주차에도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를 달성했다. 5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감한 이응복 감독은 "보람도 느낀다. 감동적 작업이었다. 개척은 못한 것 같고 흔적은 남긴 것 같다. 유사장르인 판타지가 많아지고, 이런 프로그램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 동료후배들이 새로운 길을 갔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금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연출해온 이응복 감독은 "제 입봉작이 KBS '전설의 고향'이다. 귀신, 요물은 익숙하다. '스위트홈'은 사람, 가족, 인류애가 중요한 가치다. 그래서 시즌1은 그런 부분이 극대화 되도록 했는데, 신파라 공격 받기도 했다. 특정 시청자 구미에 맞게 요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가장 큰 의미가 훼손되지 않게 스토리를 전개하고 탐구해나가면서 시즌3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인물이 극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고민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잔혹성에 대해 거부감이 있지만, 극복해야 할 숙제이기도 했다. 슬픈데, 잔혹하다. 그런 '센캐'를 해치울 때 보람도 느꼈다.

"인간이 코피를 흘리면서 괴물이 되고, 욕망에 따라 변신하고,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해 메타포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욕망을 거세하는 게 좋은 방식일까? 욕망을 완전 거세시키면 인간이 아니지 않나. 거세된 욕망은 인간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가 등등에 관한 작품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 그런 내용을 다룬 웹툰 자체의 이야기가 좋아 끝까지 갔다. 과학적으로는 말이 안되지만, 코로나 시기에 시즌2, 3의 세기말적인 기획을 했다. 시기가 지나면서 공감 차이가 생겼을 듯하다. 격리된 삶을 살아야 했던 팬데믹 기간에는 같이 사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면, 지금은 두고두고 읽히면서 질문 자체를 봐주시면 좋겠다."

이응복 감독은 "사람이 괴물로 변하고 고치가 돼 신인류가 되는데, 이들은 현수와 적이 아니며 공존이 가능하다. 현수는 과거 기억을 가지고 있어 되돌아올 수 있다. 이게 '스위트홈' 룰 안에서 움직인다"고 말을 이어갔다.

'스위트홈'은 스릴러, 공포, 액션, 다크 판타지, 드라마, 괴수, 크리처, 재난, SF, 어드벤처, 고어 등 수많은 장르가 섞여있다. 하지만 해외 반응도 국내처럼 천차만별이다. 한국 시청자와 해외 시청자의 반응이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이 감독은 "보편적 세계관을 펼쳐놓고 소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크리처 시리즈물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게 된 이응복 감독은 "선봉장은 아니고 저도 선배에게 도움받은 것처럼 이후에 하게 되는 분들에게 응원해주고 싶다. 좋은 원작과 소재로 좋은 배우랑 해보고싶다"면서 "VFX 하는 사람한테는 이걸 하는 것만으로도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경험이었다. 저는 '잘 실패해'라는 말을 했다. 주변 스태프들과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CG 작업에 200명이 넘게 참여했다. 미국에는 1천명이 넘는다. 스코롤이 안넘어간다. 이번이 좋은 경험이 됐다"고 전했다.

이응복 감독은 이진욱, 이시영, 오정세 등 관록 있는 소수의 배우를 제외하면 거의 신인들로 캐스팅해 성장을 이뤘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도현, 고민시, 송강, 박규영 등은 당시만 해도 신인으로 리딩에서 바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또한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를 통해 많은 곳에 뿌려지고, 표현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자본, 제작비의 힘이 발휘됐다. 예전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걸 이제 가능하게 해준다. 경쟁자를 키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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