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죠? 아무래도 면접관이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면접관이 모두 정상적일 수 없다. 우리가 사회에서 또라이를 만나듯 면접장에서도 그럴 수 있다."
책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시드니 지음·시공사 펴냄·296쪽)의 저자는 자신의 면접관 경험을 바탕으로 면접을 준비하는 지원자들과 자신처럼 처음으로 면접에 투입돼 당황하는 실무자급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신입 사원 채용 뿐 아니라 경력 사원 면접관 경험도 생생하게 담았다.
면접관으로서의 조언이 가득 담겼지만 다른 회사, 다른 업종 면접 등과의 비교 없이 개인 경험을 담은 에세이라는 점을 감안해 금과옥조로 여기기보다 특정 '면접관의 속내'를 엿보는 기회로 참고하는 것이 더 유용해 보인다.
회사 생활 10여 년, 30대 실무자로서 처음으로 신입사원 면접에 투입된 저자는 지원자들보다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내 문제 인물들, "또라이"들을 동료 면접관으로 만나게 된다. 여기서 저자의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면접관은 회사가 엄선해서 내보내는 실력이 가장 뛰어난 인재들도, 인격이 가장 훌륭한 인재들도 아니다. 채용 외 현업 부서의 일상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면접장과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면접관으로 차출되는 경우까지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 얼마든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면접관이라고 다 정상은 아니다"라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로 "흥분한" 면접관을 만나면 일단 "차분해지려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만약 "면접관이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면 "죄송합니다"라고 "재빨리 수긍하는 걸 추천한다"고 한다. 면접관은 회사와 면접 문제에 관한 정보에 있어 지원자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으므로 "죄송하지만 그 부분까지는 고려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면접관의 말에 수긍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사람이든 일단 '죄송합니다'라는 말에는 흥분을 멈출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저자에 따르면 면접 내내 면접관이 무표정이어도, 압박 면접을 당했어도 미리 탈락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면접관도 "6시 퇴근만 바라보는 일반 직장인"이라며 본업과 상이한 면접관 일에 피로가 쌓이고 "옆에는 평소에 잘 모르거나 잘 안 맞는 사람과 같은 면접장에 배정"돼 있어 기분이 좋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면접관은 무표정이 기본값으로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웃는 것도 피곤"한 상태의 면접관이 웃는 경우 대부분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하는 경우"라고 덧붙인다.
동시에 이런 "밀폐된 장소에서 반복된 질문을 하며 매우 피곤해진 상태"의 면접관이 굳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압박"한다면 "해당 지원자가 매우 흥미롭고 궁금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저자가 면접관 업무 중 압박 면접을 했던 이유도 "뽑고 싶어서", "우리 본부거나 아니면 내 옆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지원자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어지는 경력 사원 채용 면접관 경험에선 만일 채용 공고가 났다면 해당 부서는 "대부분 분위기가 최악인 상태"로 "내부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이거나 몰린 업무로 인해 후천적으로 성격이 매우 더러워진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고 자신의 부서 경험을 토대로 설명한다.
신입 사원의 경우 "지원한 회사나 시장에서 기대감이 줄어드는 사업 부문을 신입 사원인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자칫 "회사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이 될 수 있지만 경력 사원의 경우 채용 부문의 "부족한 부분을 자신이 어떻게 채워줄지"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입 면접과 경력 면접의 차이점도 강조한다. 신입 사원이라면 "열정"을 강조하는 것이 "의욕적인 자세"로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경력 사원은 어디까지나 "수치화할 수 있는 성과"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밝혀야 한다고도 설명한다.
업종별로, 같은 업종 내에서도 회사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르고 그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다르며 저자의 기술대로 한 기업에서도 면접관 각각의 성향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면접에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절대적인 책이나 조언은 없을 것이다. 이직과 성장, 능력과 태도에 대한 생각까지도 업종별로 매우 다르다.
이 책의 경우도 모든 면접 상황이나 회사 생활에 대한 절대적 조언으로 여기기보다 "1차 산업부터 4차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을 가진 기업"에서 10년 이상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다는 저자가 몸담고 있는 업종, 담당 분야, 연차, 회사의 규모,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저자의 일과 회사에 대한 가치관 등을 토대로 특정 면접관 혹은 동료를 상상해 읽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업종이 달라도 채용하는 쪽의 공통된 마음은 '함께 일할 좋은 동료'를 찾는다는 점일 것이다. 기업 면접관이 누군가를 평가해 떨어뜨리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료를 찾아 뽑으려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해 너무 떨지 말고 자신을 보여 달라는 조언은 언제나 유효해 보인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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