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으로 얼룩진 스포츠계… 페어플레이 기대한 팬들 배신감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김동환 2024. 8. 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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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한승규 檢 송치
사설 스포츠토토 등에 총 4억원 쓴 혐의
연맹, 정식 징계 전까지 60일 활동정지
전문가 “프로 선수들에 도덕성 요구돼”

주어진 시간 안에 선수들의 실력과 땀만으로 순수하게 결과를 빚어내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우리는 각종 스포츠에 열광한다. 반칙 행위에는 무거운 처벌이 떨어진다는 원칙을 믿고, 정정당당한 승자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나 팀의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인다면 결과를 떠나 그 과정이 공정했다는 인정 때문이리라.

언제 어디서나 ‘페어플레이’를 펼치리라 기대했던 프로 선수의 범죄에 팬들이 분노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돈을 지불하고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에 대한 배신으로 여겨져서다. 최근 불법 도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국내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 한승규에게 쏟아진 축구팬들의 거센 분노도 같은 맥락이다.

불법 도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한승규와의 계약 해지를 알린 국내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 공지에 달린 팬들의 댓글. FC서울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FC서울 한승규, ‘불법 도박’ 혐의 檢 송치

앞서 한승규는 2021~22년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바카라 등을 하고 사설 스포츠토토에 베팅하는 등 불법 도박에 총 4억원 상당을 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한승규의 검찰 송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승규의 소속 구단 FC서울은 선수단 품위 훼손으로 보고 즉각 그의 계약을 해지했는데, 경찰 수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된 후에도 한승규가 해당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관중 기만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6일, 한승규에게 경기 출장 금지를 의미하는 활동정지 60일 조치를 내렸다. 정식 징계 전까지의 임시조치다. K리그 상벌규정 제23조는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는 비위행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한국프로축구의 위신 손상 우려가 있으나 즉시 상벌위원회 징계 심의를 마치기 어렵다고 인정할 때 대상자의 활동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밝혀둔다.

활동정지 기간은 결정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할 수 없으며,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30일 이내에서 한 차례 정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축구도 야구도…불법 도박 엄중 처벌

국민체육진흥법은 경기 주체인 선수와 감독·코치·심판 그리고 경기 단체 임직원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구매를 금지한다. 스포츠토토를 산 선수 등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승부조작 유혹의 개연성 원천 차단이다.

프로야구도 선수들의 청렴을 강조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은 승부조작 행위와 불법 스포츠 도박 등을 금지한다. 품위손상 행위에 해당하는 불법 인터넷 도박 등에는 1개월 이상 활동정지나 30경기 이상 출장정지 또는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물리도록 한다. 각 구단 선수와 감독·코치는 연봉계약을 체결하면서 ‘도박·승부조작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

2021년 두산베어스는 스포츠토토에 베팅한 구단 소속 투수와 포수의 자격정지 선수 지정을 KBO에 요청했었다. 두 선수는 베팅과 법이 금지한 사행성 사이트 접속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농구에서도 과거 불법 도박에 가담한 선수들의 제명 사례가 있다. 이처럼 프로 선수의 도덕성은 운동 종목에 상관없이 필수로 강조된다.

◆‘프로’라는 이름…도덕성 기대하는 사회

한승규의 불법 도박 혐의에 관한 축구팬들의 실망은 땀과 노력이라는 스포츠 근간을 훼손했다는 여론과 통한다. 팬들은 ‘속았다’며 쏘아붙였고, ‘다시는 그라운드에 서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프로 선수의 위법행위에 관한 사회적 분노는 높아진 도덕성을 기대하는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윤리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며 “운동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이 적지 않은 프로 선수들에게는 도덕성도 함께 요구된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처럼 불법 도박 등의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만큼 프로 선수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남용 STN 스포츠 해설위원은 “불법 도박은 팀보다는 개인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이름 있는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린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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