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봉떡'으로 '딸기 모찌' 이겨보고 싶었어요” [귀농귀촌애]
6년 전인 2018년 어느 가을날, 전남 여수시 돌산읍 지인의 초대를 받고 하룻밤을 묵었다.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도 그날의 별밤을 잊을 수가 없다. 농업회사법인 고마리 양소영 대표는 그날 결심했다. 이 곳에서 귀농의 삶을 살기로···. 양 대표의 귀농 계기는 단순했다. 그냥 하룻밤 묵은 별빛의 황홀함을 잊지 못해 농촌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칭찬 덕분일까?. 양 대표는 귀농 후 ‘고마리’라는 농업회사 법인을 차렸다. 고마리는 야생화다. 고마리는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식물로 물을 정화하는 기능이 탁월하다. 또 약용으로도 쓰이는 고마리는 자생능력이 뛰어나다. 농업법인 고마리는 ‘식물 고마리처럼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악착같이 견디고 살아남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양 대표는 귀농의 목표를 세웠다. “전주에는 초코파이 빵이, 군산에는 이성당 제과점이···” 그럼 여수하면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를 “내가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귀농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그게 바로 ‘동백 봉떡’이다. 여수의 시화인 동백의 봉우리 모양을 형상화한 떡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여수를 대표하는 떡을 만드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떡집을 해온 지인이 도움을 주겠다는 얘기에 덥썩 떡을 만드는 기계를 구입했다. 하지만 그 지인은 이후 연락을 끊어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양 대표는 전남 영광의 모싯잎 떡 가게를 무작정 찾아갔다. “지푸라기도 잡은 심정으로 떡집이라면 어디든 가야했어요” 영광에서 10일간 숙식을 하며 떡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전주도 갔다. 떡을 배울 수 곳이라면 어디든 발벗고 찾아다녔다.
양 대표는 동백 봉떡이 나오기까지 2년 가량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여수만의 특별한 떡을 만드는 것은 여간 힘들지 않았어요” 여수만의 재료로, 여수를 대표하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창작의 고통이었다고 그는 돌아봤다.
동백 봉떡의 주 재료는 찹쌀이다. 찹쌀을 떡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않았다. 찹쌀은 찰기가 많아 동백의 봉우리 모양을 내기가 어려웠다. 동백 봉떡의 재료는 지역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이다. 친환경 인증쌀과 가마솥으로 삶은 국산 팥, 여수돌산갓 분말가루, 동백 허브 오일을 재료로 쓰고 있다. 해풍쑥과 옥수수 분말, 비파 등 열매를 이용해 다양한 색을 내고 있다.
양 대표는 2022년 당시 유행하던 여수딸기 모찌와의 경쟁에 나섰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찌에 딸기를 넣은 ‘딸기 모찌’가 여수를 찾은 관광객과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소문이 나면서 대박이 났다.
“동백 봉떡으로 딸기 모찌를 이겨보고 싶었어요” 여수 시내에 가게를 내고 본격적인 광고와 마켓팅에 나섰다. 모찌보다는 여수 특산 프리미엄 떡 동백 봉떡을 사서 먹자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미 포털 사이트에 딸기모찌 검색이 자리를 잡으면서 봉떡 마켓팅은 쉽지 않았다. “동백 봉떡에 딸기 모찌처럼 딸기를 넣었어요” 딸기모찌를 잡기위해 봉떡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딸기를 넣었다. 딸기를 베이스로 동백 봉떡의 변신을 꾀한 전략은 적중했다.
동백 봉떡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연간 매출이 6억원 정도다. 딸기 모찌만을 찾던 손님도 이젠 동백 봉떡으로 갈아타고 있다.
양 대표는 체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 6차산업인 동백 봉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장 체험이 필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떡 만들기와 갓김치 만들기, 라벤더 체험을 할 수 있는 치유관광농원을 준비하고 있다.
양 대표는 귀농할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사업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당부했다. 일정 정도의 자부담을 하면 귀농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비 귀농인들에게 그는 어느 정도의 자금을 준비할 것도 조언했다. “귀농할 경우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요” 양 대표는 수익이 나올 기간을 버티지 못해 역귀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적어도 2년간 귀농 수입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귀띔했다.
양 대표는 원주민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조언했다. 그도 처음엔 ‘나홀로 귀농’에 마을사람들의 곱지 않는 시선에 당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서로 이해하고 상생하는 길이 생겼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여수=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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