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 손나은, '재벌 3세' 손나은을 지워낼 수 있을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배우 손나은이 'K-장녀'라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한다. 지난해 '대행사'에서 맡았던 재벌 3세 역할과 비교하면 극과 극에 있는 캐릭터다. 호평을 받았던 '대행사'와 달리 평가가 갈렸던 손나은의 연기가 이번에는 합격점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손나은은 오는 10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극본 김영윤, 연출 김다예)에 출연한다. '가족X멜로'는 11년 전에 내다 버린 아빠가 우리 집 건물주로 컴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피 튀기는 패밀리 멜로다. 연이은 사업 실패로 가족들에게 손절당한 뒤 이들이 살고 있는 빌라의 건물주가 되어 다시 나타난 변무진 역에는 지진희, 무진과 이혼 후 산전수전공중전을 모조리 겪으며 남매를 키워낸 금애연 역은 김지수가 맡는다.
손나은은 사업병 말기였던 아빠가 가게와 집을 말아먹었을 때, 가족의 평범한 일상 재건을 위해 몸을 바치기로 결심한 변미래 역을 맡았다. 대형마트 PB식품팀의 MD가 되어 가장 역할을 수행하던 'K-장녀' 변미래는 11년 만에 돌아온 아빠 무진에게 가족의 재결합이 얼마나 허황되고 어리석은지 피 튀기게 일깨워준다.
엄마 김지수를 둘러싼 'X-아빠' 지진희와 딸 손나은의 치열한 삼각관계는 '가족X멜로'가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다. 특히 재결합에 실패할 시 빌라를 넘긴다는 현실적인 조건까지 더해지며 이들의 대립은 더욱 피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 최민호와 보여줄 멜로 케미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민호는 태권도 사범이자 손나은이 일하고 있는 JPLUS의 보안요원 남태평 역을 맡았다. 변미래와 남태평은 각자가 가진 치명적인 비밀을 친절한 무관심으로 지켜주게 된다. 또한 가족사 때문에 힘들어하는 서로에게 쉼터가 되어주며 멜로의 싹을 틔우게 된다. 두 아이돌 출신 배우의 설레는 비주얼과 풋풋한 멜로 케미는 '가족X멜로'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손나은이 그동안 맡은 캐릭터는 K-장녀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작만 해도 그렇다. 손나은은 전작 JTBC '대행사'에서 재벌 3세이자 VC기획 상무 강한나를 맡았다. 희생 정신으로 무장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변미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강한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성을 가지고 있다. 손나은으로서는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시키기 위해 앞선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통해 '대행사'에서 엇갈렸던 반응도 지워내야 한다. 최고 시청률 16%를 돌파한 '대행사'는 기업물의 클리셰를 따라가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별개로 손나은은 극 초반 아쉬운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반응이 많았다. 중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초반의 아쉬움으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된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역할 자체가 크게 호감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데 영향을 미쳤다.
손나은은 2012년 영화 '가문의 귀환', 드라마 '대풍수'를 기점으로 그룹 에이핑크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했다. 드라마 데뷔작인 '대풍수'에서도 연기력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2018년 영화 '여곡성'에서도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어느덧 배우로서 활동한지 12년이 지난 손나은으로서는 이러한 연기력 논란을 지워내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는 게 급선무다.
물론, 손나은의 모든 연기가 아쉬웠던 건 아니다.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준이 더욱 높아졌다. 손나은은 2021년 YG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기고 이듬해 그룹을 탈퇴했다. 가수보다는 배우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다. 손나은의 배우 활동 집중 선언에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손나은에게는 절실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과연 'K-장녀'로 돌아온 손나은은 아쉬웠던 전작의 모습을 지워내고 자신의 연기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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