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6회 출전’ 스페인 농구 레전드의 쓸쓸한 라스트 댄스…24년 만에 조별리그 ‘광탈’ [파리올림픽]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8.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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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파리올림픽 ◆

너무도 쓸쓸한 마지막이다. 올림픽 6회 출전에 빛나는 남자의 라스트 댄스가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릴의 피에르 모루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2024 파리올림픽 남자농구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85-88로 패배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1승 2패, ‘죽음의 조’ A조 4위로 추락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사진=FIBA 제공
21세기 들어 미국 ‘드림팀’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던 스페인. 오랜 시간 유럽 최강으로서 군림했던 그들이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이다.

스페인이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24년 만이다. 다음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으나 다시 ‘광탈’의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스페인은 호주, 그리스와 함께 1승 2패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다자간 득실차에서 밀리며 결국 조별리그 탈락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다(1승 2패 동률 다자간 골득실 / 호주 +6, 그리스 -1, 스페인 –5).

‘황금세대’가 끝난 후 세대교체에 어려움을 겪었던 스페인. 그들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중심을 이뤘다. 그러나 과거 ‘가솔 형제’와 같은 확실한 NBA 리거가 없었고 이로 인해 NBA 리거로 무장한 다른 팀들과의 격차를 느꼈다.

실제로 스페인의 세르히오 스카리올로 감독은 탈락 이후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NBA 팀이다. 여러분도 알 것이다. NBA 피지컬을 갖췄고 NBA 스타일의 게임을 한다”며 “조르디(캐나다 감독)는 팀을 다루고 또 그들을 하나로 유지하는데 매우 능숙한 지도자다. 그러나 캐나다 자체만 봐도 순수한 NBA 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유럽 선수들이 NBA를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서 스페인은 흐름을 맞추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몰락했고 24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인정해야 했다.

스페인의 이른 탈락만큼 아쉬운 건 ‘황금세대’의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는 루디 페르난데스의 라스트 댄스가 매우 쓸쓸하게 끝났다는 것이다.

사진(릴 프랑스)=AFPBBNews=News1
페르난데스는 스페인 농구의 리빙 레전드로 19세였던 2004 아테네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 파리올림픽까지 6회 연속 출전한 백전노장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故코비 브라이언트를 제치고 드와이트 하워드를 상대로 인 유어 페이스를 성공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황금기 그 중심에 있었던 페르난데스다. 1985년생, 어느새 노장이 된 그는 파리올림픽이 선수 커리어의 라스트 댄스였다.

페르난데스는 파리올림픽 직전 인터뷰에서 “나는 파리를 즐기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약속했다. 파리에서의 여행을 이어가 팀원들과 즐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는 20년 동안 국가대표팀에 있었다.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 그 시절의 선수들, 그리고 감독들에게 대표팀 정신을 배웠다. 베테랑이 된 지금 어린 선수들에게 대표팀 경기의 중요성, 그리고 헌신에 대해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팀에 스타 플레이어가 없더라도 항상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파리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아직 이곳에 있기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와 함께한 스페인은 단 한 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앞서 언급한 2번의 은메달, 1번의 동메달을 함께했다. 농구월드컵에선 2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유로바스켓은 4번이나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올림픽을 끝낸 건 처음이다.

사진=FIBA 제공
아쉬움이 대단히 클 터. 그러나 스카리올로 감독은 페르난데스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스카리올로 감독은 “나는 페르난데스를 직접 지도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 많은 대회, 많은 경기에서 지도했다. 그는 선수 시절 내내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그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경쟁심이 강했고 또 헌신적이었다. 개인적인 상황, 건강 등을 떠나 항상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며 “페르난데스가 보여준 모습은 동료들, 그의 뒤를 따라가는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선수에게 좋은 예가 된다. 모든 사람이 좋은 점프, 좋은 재능, 좋은 기술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수한 정신력, 정서적 노력으로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페르난데스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한편 2연패로 ‘광탈’ 위기였던 그리스는 호주를 상대로 77-71 승리하며 간신히 3위가 됐다. 아직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건 아니다. 3위에게 주어지는 2장의 8강 티켓 중 1장은 브라질이 가져갔다. 남은 1장의 운명은 남수단과 세르비아 경기 결과로 결정된다.

그리스의 에이스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20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자신의 올림픽 첫 승리를 자축했다.

그리고 바실리스 툴리오풀루스가 13점 3리바운드, 토마스 워크업이 18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디노스 미토글루가 13점 7리바운드를 기록, 승리에 일조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경기에선 독일이 개최국 프랑스에 85-71로 승리, 3전 전승을 거뒀다.

독일은 데니스 슈로더가 26점 4리바운드 9어시스트, 프란츠 바그너가 26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 활약했다.

프랑스는 빅터 웸반야마가 14점 12리바운드 2스틸, 에반 포니에가 10점을 기록하는 등 분전했지만 첫 패배를 당했다.

사진=FIBA 제공
사진(릴 프랑스)=AFPBBNews=News1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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