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층 비서실’ 확 바꾸고 큰길 나서는 오세훈, 韓과 맞대결 준비?

이원석 기자 2024. 8.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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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 개편 방향은 홍보·메시지·정무에 방점…대권 플랜 가동
오세훈표 안심소득,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차별화’ 가능성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정에서도 '오세훈표' 정책들에 박차를 가하는 건 물론 중앙정치, 심지어 외교·안보에 대해서도 광폭 행보를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어떤 잠룡보다도 빠르게 대권 준비에 돌입한 모습이다." 여당의 차기 권력 구도와 관련한 여권 핵심 관계자의 관측이다. 전대미문의 4선 서울시장 임기를 보내며 여권의 유력한 차기 잠룡으로 분류되던 오 시장의 정치적 존재감이 최근 더욱 조명되는 모양새다.

특히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오 시장은 최근 '시청 6층'의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시장실과 비서실 등이 위치한 시청 6층은 시장의 핵심 참모 그룹을 일컫는다. 개편의 방향은 홍보와 메시지, 정무 기능 강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전해진다. 오 시장이 본격적으로 2년 후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참모진 강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월 국민의힘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지낸 김병민 정무부시장을 임명한 것도 그 일환이란 관측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전당대회 중이던 7월5일 서울 용산구 쪽방촌 동행식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표' 정책 치적 쌓기로 존재감 과시

여권의 대권 시계는 이미 한층 빨라진 상황이다. 그 계기는 7월23일 국민의힘의 한동훈 신임 대표 선출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한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당선을 이뤄내며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즉 '한동훈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입지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정치 도전에 나섰지만, 총선에서 참패하며 아직까지 정치력에 의구심이 존재한다. 임기 초반부터 친윤(親윤석열)계의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암초로 남아있다.

오 시장의 행보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두가 흔들리면 뒤따르던 선수들은 냉정하게 추월을 노리기 마련이다. 오 시장이 아직은 '불안정한' 선두주자인 한 대표를 앞지르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대권의 지름길'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의 네 번째 임기를 지나고 있는 오 시장이 과연 한동훈의 '맞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실제 오 시장의 최근 행적은 그야말로 광폭이다. 우선 시정에서 여러 오세훈표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오세훈표 복지 모델인 '안심소득' 등 이른바 '약자와의 동행' 정책이다. 안심소득은 소득이 부족한 가구를 대상으로 일정 비율을 채워주는 소득보장제도로 실시된 지 2년이 됐다. 2022년 500가구에서 지난해 1600가구로 대상을 늘렸고, 올해 4월엔 저소득 위기 가구를 지원 대상으로 추가 선정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교육 기회와 지원을 제공하는 '서울런'도 오세훈의 약자 동행 정책 중 하나로 성공적인 교육복지 정책으로 조명된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기본사회 시리즈와도 추후 뚜렷하게 대비될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러한 오세훈표 복지정책들을 전국화한다는 포부를 밝히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들 정책뿐 아니라 내놓자마자 사업자 100만 명을 넘어서며 이른바 밀리언셀러 정책으로 꼽히는 '손목닥터9988' '기후동행카드' 등도 오세훈표 핵심 정책들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그림자도 엿보인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모아타운' 등 여러 개발정책도 임기 내내 주력하는 가운데 예산 문제, 주민 갈등과 투기 문제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 또 서울 내 여러 랜드마크를 건설한다는 계획하에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다 거센 반발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나기도 했다. 지나친 치적 쌓기에 몰두하다 오히려 치명적 약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경계 대상이다.

그럼에도 오세훈표 정책들이 정치적으로 잠룡으로서 오 시장의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당권 주자들이 잇따라 오 시장을 만나 그의 약자 동행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특히 한동훈 후보(현 당대표)는 서울 용산구 쪽방촌 인근 동행식당에서 오 시장과 만나 "시장님이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꽃피우고 계시는데, 당 정강·정책을 보니 약자와의 동행이 명시돼 있더라"며 "성공하고 검증된 아이디어를 주시면 서울런 같은 것을 전국으로 펼쳐나가 보겠다"고 밝혔다. 동행식당은 쪽방촌 주민의 식비 부담을 덜고 공동체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정한 민간 식당이다. 서울시장으로서 당내 오 시장의 존재감이 입증된 것은 물론 유력 경쟁자의 '인정'을 받은 장면으로도 해석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월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본사업 시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사 정치'에 현안마다 메시지도 

오 시장의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가 중앙정치와 관련해 메시지를 내는 빈도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특별히 지난 5월 오 시장은 총선 직후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나 있던 한동훈 대표와 메시지로 신경전을 벌여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오 시장은 여권 내에서도 논쟁거리로 떠올랐던 정부의 해외직구 KC(국가통합인증마크) 인증 의무화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한 대표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을 향해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明察秋毫·빈틈없이 살피다) 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고, 여기에 한 대표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5월말 한 대표가 SNS에 '지구당 부활론'을 띄우자 곧장 두 사람은 다시 충돌했다. 지구당 폐지는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 시장이 주도한 것으로 이른바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계기가 됐다. 오 시장은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이라며 한 대표의 지구당 부활론을 정면 반박했다. 두 사람의 연속적인 충돌에 여권 내에선 '차기 대권 잠룡들 간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동행식당에서 만나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미묘한 탐색전'이란 인상도 남겼다.

오 시장은 얼마 전 주자들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향해선 "배가 난파 상황인데 선장이 된들 미래를 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나"라며 "전당대회가 이렇게 공멸의 길로 간다면 승리자 또한 절반은 패배자"라고 경고 메시지를 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를 견제하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7월15일엔 SNS에 "이 대표 기본사회의 본질은 '반(反)청년'이다. 무상복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면서도 국가재정이나 미래세대의 부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며 "당대표를 당보다 우선시하는 정당에서 당대표가 내놓은 비전에 대한 생산적 토론이 가능할 리 없다"고 썼다. 

오 시장의 '식사 정치'도 중앙정치권에선 유심히 보고 있다. 그는 총선 이후 수도권과 강원, 부산 지역의 당선자, 낙선자들을 두루 공관으로 초청해 식사를 한 데 이어 6월엔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를 초청해 만찬을 하기도 했다. 식사 정치는 여당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엔 서울 지역 민주당 당선자 10여 명과 오찬을 가졌고, 가장 최근엔 이준석·이주영·천하람 의원, 허은아 대표 등 개혁신당의 핵심 정치인들과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전해졌다. 오 시장이 메시지 정치에 이어 식사 정치를 통해 중앙정치와의 스킨십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오 시장이 얼마 전 정치·외교와 행정·법조·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가 포진한 '시정 현안 조언' 고문단을 위촉하면서 참모진 강화 외에도 대선에 대비한 전문가 그룹 강화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고문단에 포함된 강철원 직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오 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로 지난 6월말 부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외곽에서 오 시장 대권 준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부족한 오세훈계'와 '차별화의 딜레마'

오 시장 측이 최근 국민의힘 밖의 다른 진영 인사들과도 부쩍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민주당 인사들, 개혁신당 인사들을 식탁에 초대한 것도 그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이 자신의 강점인 외연 확장력을 매개로 극단화하는 중앙정치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차별화 전략이 상대적으로 잘 먹혀들지 않는 최근의 정치 환경 속에서 자칫하면 실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개혁신당과의 합당 등 정계개편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외연 확장성, 현재 주류와 결이 다른 정치 행보는 오 시장의 최대 강점"이라면서도 "결국 대권주자가 되려면 당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지나친 차별화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딜레마"라고 견해를 밝혔다. 2021년 서울시장으로 복귀하기 전 10년간 야인으로 지내며 중앙정치권에서 멀어져 세(勢)가 부족하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작지 않은 고심거리다.

오 시장은 현재로선 대권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그는 7월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 하라고 뽑아놨는데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어느 자리에 가냐가 아니라 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해왔다"며 "높은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더 낮은 곳에서 일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에게는 한 번 더 연임의 기회가 있다. 그러나 오 시장 주변에선 연임 도전보다는 대권 도전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는 분위기다.

오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통화에서 최근 오 시장을 향한 여러 시선과 관련해 "대선을 준비라는 건 시기상조다. 최근 들어 뭘 새롭게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전부터 꾸준히 다 해왔던 것들"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인사는 "오 시장도 정치인으로서 (대권의) 꿈이 없다고 하면 그것도 이상하다. 대통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하겠다고 도망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현재로선 서울시정이 최우선의 대선 준비다. 시장직을 충실히 수행하는 게 대통령 준비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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