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XY염색체' 선수와 경기 앞둔 여자 복서, 상대를 괴물로 묘사
유병민 기자 2024. 8. 3. 11:54
▲ 헝가리 여자복서 허모리가 올린 이미지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인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의 8강전 상대가 SNS에 칼리프를 '뿔난 괴물'에 비유해 또 다른 논쟁거리를 만들었습니다.
호주 신문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외신은 오늘(3일) 헝가리 여자 복싱 언너 루처 허모리가 SNS에 칼리프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관해 불만을 드러내며 적절치 않은 이미지를 게재했다고 전했습니다.
허모리가 올린 게시물은 뿔이 달린 근육질의 괴물과 날씬한 여성이 복싱 경기장에서 글러브를 끼고 서로를 노려보는 그림입니다.
일부 팬과 언론은 허모리가 칼리프를 괴물에 빗댔다며 이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허모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칼리프가 여자 종목에서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 상황에 관해 계속 신경 쓸 순 없다. 상황을 바꾸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난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가능하면 끝까지 싸워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허모리가 속한 헝가리복싱협회는 칼리프의 2024 파리 올림픽 정상 출전에 관해 항의했고, 헝가리올림픽위원회는 이 문제에 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별 논란을 겪는 또 다른 여자복싱 선수인 린위팅(타이완)의 다음 상대도 비슷한 입장을 냈습니다.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는 "수많은 사람이 현재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여자 복싱에 좋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불가리아 복싱협회는 "우리는 모든 대회, 특히 올림픽에선 모든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칼리프는 여자 66㎏급, 린위팅은 여자 57㎏급에서 뛰는 여자 복서로 두 선수는 '올림픽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고,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두 선수의 성별을 결정지을 수 없다며 칼리프와 린위팅의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빼앗지 않았습니다.
칼리프는 비난 여론 속에 지난 1일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66㎏급 16강전에 출전했고,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를 상대로 46초 만에 기권승을 거뒀습니다.
카리니는 경기 직후 칼리프의 악수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다음 날 이 행동을 사과했습니다.
린위팅은 3일 여자 57㎏급 시토라 투르디베코바(우크라이나)와 16강 경기에서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투르디베코바는 패배가 확정된 뒤 린위팅과 악수를 거부하고 링을 떠났습니다
칼리프는 4일 새벽 0시 22분에 허모리와 8강전을 치릅니다.
린위팅은 4일 오후 6시 투르디베코바와 준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겨룹니다.
한편 칼리프와 린위팅을 겨냥한 비난과 조롱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IOC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칼리프, 린위팅의 출전 자격엔 문제가 없다며 "두 선수가 받는 학대 행위에 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사진=허모리 소셜미디어 캡처, 연합뉴스)
유병민 기자 yuballs@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BS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올림픽] 금메달에 청혼도…중 배드민턴 선수 '함박웃음'
- [풀영상] "그때마다 우진이 오빠가" 흔들리던 임시현 꽉 붙잡아준 김우진의 말
- [풀영상] 눈물 가득한 얼굴 닦으며 '울먹'…김민종 "하늘을 덜 감동시켰다"
- [풀영상] "한 발짝만 더 갔으면 됐는데" 김원호-정나은, 첫 올림픽 메달에도 가득한 아쉬움
- [올림픽] 일본 선수 비난 SNS 악성댓글에…일본 올림픽위 법적조치 검토
- '무차별 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로'…길가던 아동 폭행 30대 집유
- [뉴스토리] 빌라를 어쩌나?
- [Pick] '진짜 왕실 진상품일까'…170년 전 난파선서 최고급 샴페인 '가득'
- '기성용 성폭력 의혹' 폭로자, 기성용측 변호사에 손배소 패소
- 김정은, 수해 관련 대남 비난…"인명피해 날조, 적은 변할 수 없는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