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가 스캔들' 정지훈, 내려놓음의 미학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8.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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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가 스캔들 정지훈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악착같이 쥐고 있을 땐 놓치면 죽을 것 같았지만, 때로는 내려놓아야지만 편안에 다다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독기 가득했던 젊은 날의 정지훈은 이제 안녕이다. 더는 수치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행복한 ‘오늘’을 살고 있는 정지훈이다.

지난 31일 종영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김하늘)와 그녀의 경호원 도윤(정지훈)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로, 정지훈은 극 중 서도윤을 연기했다.

정지훈은 김하늘 서이숙 윤제문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에 ‘화인가 스캔들’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정지훈이 서도윤이 된 이유였다.

지금까지 유머러스한 면이 섞인 캐릭터들을 주로 해왔던 정지훈에게 서도윤은 20여 년 전 출연했던 ‘이 죽일 놈의 사랑’ 이후 다시 만난 진중한 캐릭터다. 서도윤은 친구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오완수의 경호원이 돼 화인가를 파헤치며 암투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정지훈은 서도윤의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적극적으로 연기에 임했다. 특히 서도윤이 친구 주혁의 죽음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수염을 길러 그간 서도윤이 어떻게 지냈는지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정지훈은 “수염이 호불호가 있는 설정이지만 서도윤의 처절함 몸부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저의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도윤의 지난 시간들을 보여주기 위해 근육을 감량하기도 했다고. 정지훈은 “제가 헬스 트레이너 같은 몸이었는데, 감독님이 근육을 빼달라고 했다. 3개월 동안 친구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매달렸던 사람의 몸이 특수부대 요원처럼 근육이 많으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서도윤에게 친구 주혁만큼이나 오완수에 대한 감정은 중요한 축 중에 하나다. 경호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친구의 죽음과 연관돼 있지 않을 거란 의심 사이에서 서도윤은 오완수와 줄다리기하듯 감정을 넘나 든다. 사랑인 듯 아닌 듯한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화인가 스캔들’을 이끌어가는 힘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지훈은 “서도윤과 오완수의 텐션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둘 사이에 달달한 분위기를 보여주지 말자고 했다. 처음에는 친구를 죽인 사람이라고 의심했지만, 정작 화인가 사람들이 완수 만을 죽이려고 든다. 그걸 보면서 왜 이 여자는 이렇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고,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면서 “완수가 힘들 때 기대어 울 수 있는 존재로 표현해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정지훈은 서도윤과 오완수의 관계가 불륜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중반부 두 사람의 키스신은 불륜 미화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함께 생사의 고비를 넘은 서도윤과 오완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키스를 하며 감정을 나눈다. 이에 대해 정지훈은 “이 여자와 남자가 연민에 의해서 벌인 한 번의 일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지훈은 서도윤이 왜 그렇게까지 오완수를 지켜주려고 하는 건지에 대한 명분이 되어주는 장면이라며 외도까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 내 여자 할래요?”라는 서도윤의 대사는 정지훈에게 미션과도 같았다. 대놓고 오글거리는 대사이기는 하지만, 오완수를 향한 서도윤의 연민이 어느 정도의 깊이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사이기도 하다. 정지훈은 김하늘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가의 의도대로 대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 대사의 대한 반응은 시청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며, 자신은 그저 최선을 다해 표현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디즈니+에 있는 회원들만 ‘화인가 스캔들’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작품으로 새로 유입되는 회원들은 없을지라도, 지금 있는 회원들만이라도 본다면 너무 감사하죠.”라고 했다.

데뷔 초와는 다르게 지금의 정지훈은 여유롭고 한결 편안해진 태도였다. 순위와 시청률에 연연하며 독기 가득하게 목표 지향적으로 살았던 옛날과는 다르게 한없이 유하고 그저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와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웃는 정지훈만이 있었다.

물론 정지훈이 이러한 편안에 이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느 날 불현듯 목표를 세운다고 해서 다 이룰 수 없고, 모든 것에는 타이밍이 있다는 걸 깨달았단다. 정지훈은 “저는 옛날에는 모든 것에서 잘 되고 싶었다. 욕심도 많았다. 그 욕심이라는 게 뭘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제가 목표한 바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것이 안 이뤄지면 노력했던 게 억울했던 때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처절한 독기와 욕심으로 솔로 가수로서, 또 배우로서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정지훈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내려놓음의 미학을 되새기며 계속해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함을 느끼며 편안해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가족은 정지훈이 목표들을 내려놓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이끌어 준 고마운 존재들이기도 하다. 정지훈은 “좋은 날이라는 것에 대해 심오하게 생각하게 됐다. 드라마나 영화가 잘 되는 게 좋은 건지, 가족들이랑 있는 게 행복한 건지 생각했을 때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정지훈의 삶의 첫 번째 목표는 ‘좋은 아빠’였다. 정지훈은 “제 가족이 무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열심히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고 싶다며 ‘연예인 정지훈’의 소망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화인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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