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숯불맛부터 와사비맛까지…‘검은 반도체’ 김의 변신 [푸드360]

2024. 8. 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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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2~13년 전만 하더라도 김을 시식하면 우리 앞에서 먹던 김을 뱉고 가는 외국인도 많았습니다. '블랙 페이퍼(black-paper)'라며 이걸 누가 먹냐고 했죠. 지금은 전 세계에서 김을 찾습니다."

태경식품이 생산하는 김 제품은 80여 개에 달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미·건조김 등 김 수출액은 전년보다 22.2% 늘어난 7억9000만달러(약 1조858억원)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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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찾은 충남 홍성 태경식품 김 가공 공장
하루 15톤 물량 생산…해외 수출 비중 85%
국가별 선호하는 입맛 달라…80개 제품 생산
기후변화 영향권 커져…김 연구개발 힘써야
1일 오후 충남 홍성 태경식품 김공장.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불과 12~13년 전만 하더라도 김을 시식하면 우리 앞에서 먹던 김을 뱉고 가는 외국인도 많았습니다. ‘블랙 페이퍼(black-paper)’라며 이걸 누가 먹냐고 했죠. 지금은 전 세계에서 김을 찾습니다.”

1일 찾은 충남 홍성의 태경식품 공장. 레일을 따라 네모난 김이 한 장씩 빠르게 줄지어 이동했다. 조미 공정이 진행 중인 구역에서는 기름과 소금을 바른 김이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서해안에서 생산한 원초를 활용해 김을 만든다. 가공은 투입→조미→구이→절단→내포장→외포장 순으로 6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하루 생산하는 양은 약 15톤에 달한다.

태경식품이 생산하는 김 제품은 80여 개에 달한다. 와사비맛, 숯불맛 등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맛이다. 대부분 해외 바이어의 요구에 맞춘 것이다. 현재 태경식품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수출 비중은 85%에 달한다. 해외에서 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품은 ‘트레이더조스(Trader Joe's)’, ‘코스트코(Costco)’ 등 미국 유명 대형 유통채널에서도 판매 중이다. 국내 유통되는 물량은 15% 수준이다.

이성찬 태경식품 대표는 “국가・지역별로 선호하는 맛이 다르다”며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음식을 떠올리면 매우 짠 햄버거가 먼저 생각나지만, 현지인들은 김이 짜면 먹지 않는다”며 “오히려 소금과 기름이 적은 제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또 “동남아 국가는 우리와 비슷한 김을 좋아한다”며 “면적이 넓은 중국에서는 동북 3성은 우리 스타일을, 광둥성은 기름과 소금이 적은 제품을 선호한다”고 했다.

조미 공정이 진행 중인 김. 전새날 기자
태경식품이 생산 중인 다양한 김 종류. 전새날 기자

냉동김밥 등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밥 김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럽은 조미김보다 김밥 김(스시김)을 더 많이 찾는데 비율로 따지면 8대 2 정도 된다”며 “미국은 조미김과 김밥 김 비율이 6대 4 정도인데 김밥 김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 ‘검은 반도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수출 효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김 수출은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미·건조김 등 김 수출액은 전년보다 22.2% 늘어난 7억9000만달러(약 1조858억원)로 집계됐다. 관세청은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일본·중국·태국 등 120여 개국에 김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숙제도 있다. 갈수록 무더워지는 기후는 김 생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실제 해양 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수산재해 발생 가능성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55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약 1.36℃ 상승했다.

서천 김 채취 모습. [충남도 제공]

김은 성육 시기 수온이 5~15℃로 10월부터 이듬해 4월 정도까지 주로 생산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남해와 동해를 중심으로 1년 중 수온이 5~15℃ 범위인 일수는 현재 연간 150일 내외지만, 2100년에는 대부분 해역에서 100일 미만으로 줄어든다.

김은 일평균 수온이 22℃ 이하로 내려가는 채묘(採苗·종자 붙이기) 적정 시기가 9월 초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9월 말 이후로 늦춰졌다. 채묘가 늦어지면 양식 기간이 단축돼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업계도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생산 부족이 국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 현상의 영향이 커 예전 같지 않다”며 “육상 양식과 품종 개발 등 김 산업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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