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ERA 0 실화? 151km 돌직구로 한여름 평정…제2의 오승환, 어떻게 방황 끝냈나

이후광 2024. 8. 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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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영현 / OSEN DB
KT 박영현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후반기 평균자책점 0. 시속 150km가 넘는 돌직구. 냉정한 승부사 기질까지. '제2의 오승환' 박영현(21·KT 위즈)이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프로야구 KT 위즈 클로저 박영현은 지난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11차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8번째 구원승을 챙겼다. 멀티이닝을 든든히 소화하며 팀의 연장 끝 9-7 승리 및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박영현은 7-7로 팽팽히 맞선 9회말 김민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선두타자 김형준과 박한결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내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최고 구속 151km의 직구를 기반으로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적재적소에 곁들여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어 김주원을 7구 승부 끝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박시원을 3구 헛스윙 삼진 처리,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KT 타선이 연장 10회초 선두타자 장성우의 솔로홈런과 김민혁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뽑으며 박영현은 9-7로 앞선 가운데 10회말을 맞이했다. 팀이 3연패에 빠져 있었던 터라 이강철 감독은 나흘을 쉰 박영현에게 과감히 멀티이닝을 맡겼다. 

10회말에는 선두타자 박민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막은 뒤 맷 데이비슨 상대 좌전안타를 내줬다. 이후 권희동을 만나 7구 끝 안타성 타구를 맞았고, 우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다이빙캐치에 실패했지만, 2루수 김상수가 떨어진 공을 재빨리 주워 2루에 송구해 1루와 2루 사이어 머뭇거리던 데이비슨을 포스아웃시켰다. 안타를 우익수 앞 땅볼로 만든 김상수의 재치 있는 플레이였다.

박영현은 계속된 2사 1루에서 이날 홈런을 친 김휘집을 헛스윙 삼진 처리,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투구수 42개였다. 

KT 박영현 / OSEN DB

신인 시절(2022년)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로 전국구 스타가 된 박영현은 지난해 한층 향상된 기량을 앞세워 68경기(75⅓이닝)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의 호투를 선보였다.

베테랑 노경은(SSG 랜더스)을 2개 차이로 따돌리고 KBO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했고, 노경은, 임기영(KIA 타이거즈), 김명신(두산 베어스)에 이어 불펜 최다 이닝 4위에 올랐다. 여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라는 귀중한 경험까지 쌓았다.

박영현은 2024시즌 KT 뒷문을 책임질 클로저로 전격 발탁됐다. 부동의 마무리투수였던 김재윤이 스토브리그서 4년 총액 58억 원에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며 공백이 생겼고, 이강철 감독은 장고 끝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박영현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박영현의 전반기 퍼포먼스는 기대 이하였다. 3월 3경기 평균자책점 14.73의 악몽을 겪은 뒤 4월 4.22, 5월 0.68로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6월 8.71로 흔들리면서 시즌 평균자책점 4~5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팀이 자주 이기지 못하면서 마무리투수 등판 일정이 불규칙해졌다. 박영현은 자주 던지면서 감을 잡는 스타일인데 가끔 나오다보니 기복을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또 풀타임 마무리를 처음 맡다보니 거기에서 오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KT 박영현 / OSEN DB

박영현은 7월 들어 우리가 아는 박영현으로 돌아왔다. KT가 치른 19경기 가운데 11경기에 등판해 13⅔이닝을 소화하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11경기 중 6경기에서 1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헌신했고, 그 결과 8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해당 부문 월간 1위를 차지했다. 박영현은 지난 2일 KBO가 발표한 7월 월간 MVP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7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끝으로 7월을 마친 박영현은 나흘의 휴식을 거쳐 전날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를 뽐내며 8월 전망까지 밝혔다. 

이강철 감독은 KT의 후반기 1위(12승 6패) 질주 요인을 묻자 주저 없이 “박영현이 살아났기 때문이다”라고 답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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