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싸움이 촉발한 내홍 장기화…울산시의회 한달째 '개점휴업'
후반기 원구성, 임시회도 못해…"산업수도 대의기관 수준 부끄럽다" 목소리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제8대 울산시의회가 후반기 의정활동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넘도록 사실상 의회 기능을 전혀 못 하는 불능 상태에 빠졌다.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이 수습되기는커녕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간 계파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소송전 비화, 전·현직 의장 상호 비방 등 온갖 잡음만 만들고 있다.
이번 갈등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후반기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촉발됐다.
울산시의회는 소속 시의원 22명의 소속이 국민의힘 20명, 더불어민주당 2명으로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 조율만 원활하다면, 의장 선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후반기에 돌입하는 7월 이전에 의장 내정자를 미리 선정하고자, 지난 6월 18일 의원총회를 열었다.
당시 이성룡 의원과 안수일 의원이 의장직 도전 의사를 밝혀 두 사람을 두고 표결이 이뤄졌는데, 1∼3차 투표에서 모두 '10대 10' 동수가 나왔다.
이에 '결선투표 결과 득표수가 같을 때는 최다선 의원을 당선자로 한다'는 울산시의회 회의 규칙 조항에 따라 3선의 이 의원이 재선인 안 의원을 제치고 후반기 의장 내정자로 선출됐다.
그러나 의원총회 결과에 불복한 안 의원이 시의회에 의장 후보로 등록했고, 결국 본회의에서 치러진 의장 선거에서 이 의원과 안 의원은 다시 맞대결을 벌였다.
이 선거에서도 재적의원 22명이 3차에 걸친 투표에서 '11대 11'로 갈렸으나, 선수(選數)에서 앞선 이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를 뽑은 투표지 중 기표란에 기표가 두 번 된 투표지 1장이 발견됐고, 안 의원은 이를 근거로 의장 선출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맞서 의장으로 선출된 이 의원은 "당 의원총회 결과에 불복해 선거 후보에 등록한 자체가 해당 행위"라면서 "당원들에게 사죄해야 할 사람이 투표지 기표 운운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국민의힘 전체를 모욕하는 일"이라며 안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일련의 과정에서 책임이 있는 시의원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조만간 징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의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은 시의회 의정활동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 의장과 안 의원을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되면서, 의원들은 두 편으로 갈려 대립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상임위원장 중 운영위원장이 선출되지 못했고, 그 후속 절차인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운영위원장 선출을 위해 7월 중 예정됐던 임시회는 두 차례 연기됐다가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5일로 개회 날짜를 잡았으나, 그마저도 시의원 간 조율 난항에 따라 9일로 다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후반기가 시작된 7월에 의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한 채 '개점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7대 전반기와 8대 후반기가 시작된 2020년 7월과 2022년 7월에 원구성, 조례안 처리, 집행부 업무보고 등을 위해 각각 약 보름간 임시회가 열렸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급기야 전현직 의장이 서로 '네 탓'이라고 주장하는 공방까지 벌어졌다.
제8대 전반기 의장을 지난 김기환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반기 원구성을 할 때, 전반기 의장단은 후반기에 모두 물러나는 조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신의를 짓밟고 의장단 선거에 나선 분들이 오늘의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이 의장을 직격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이성룡 후반기 의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의장은 전반기에 부의장을 지낸 뒤 후반기 의장직에 다시 도전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전반기 의장단을 구성할 때부터 저는 '후반기에 의장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었다"면서 "그런 사실을 왜곡하고 지금에 와서 전반기 의장이 저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정면 반박했다.
일련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시의회는 의욕적으로 후반기 의정활동을 시작해야 할 7월 한 달을 사실상 허송세월로 보낸 셈이 됐다.
내홍이 더 길어진다면 이달 말에 예정된 울산시와 울산시교육청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오롯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시민은 3일 "당사자들이 무슨 대의명분을 내세우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내가 그 자리에 앉고 싶다'는 싸움이 핵심 아니냐"면서 "산업수도임을 자부하는 울산의 시민 대의기관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허탈해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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