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3' 이응복 감독, "송강과 이도현의 조합? 다시 볼 수 없는 훌륭한 앙상블"[인터뷰]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개척까지는 못 한 것 같고 흔적은 좀 남겼어요."
이응복 감독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스위트홈' 시리즈의 대장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위트홈'은 대한민국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 물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에서 펼쳐지는 호러 이야기로, 괴물들이 출몰하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2020년 공개된 시즌 1에서는 송강이 주인공 차현수 역을 맡아, 아파트에 갇힌 주민들과 함께 괴물들의 위협에 맞서며 생존을 도모했다. 이어 2024년 공개된 시즌 2, 3에서는 아파트를 벗어나 확장된 세계관에서 싸움을 이어 나간다. 5년간의 여정을 마친 그는 어떤 기분일까.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데에 겁이 없어선지 후회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을 때 스태프들이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라고 다들 말했어요. 내적 고민도 있었어요. 두려움 속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조용히 하고 끝내자는 생각이었거든요. 하다 보니까 고난도 많이 겪고, 새로운 걸 해 낼 때 기쁨도 있었어요."
'스위트홈 1'은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시즌1은 공개 나흘 만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8국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고, 한 달 만에 전 세계 2,200만 가구 시청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시즌2에서는 거센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이응복 감독은 시즌3을 편집하면서 고민도 많았다.
"시즌2에서 풀지 못했던 매듭들을 잘 풀고, 흐름이 계속 다음에 다음을 넘길 수 있게 서스펜스를 강화하는 거로 편집을 다듬었어요. VFX 부분도 강화했고요. 시즌2에서도 잘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TV로 보니 다르더라고요. 시즌3 때는 테스트를 통해 캐릭터가 잘 드러나게 최선을 다했어요."
트렌드를 빠르게 쫓아가는 OTT 시장에서 시즌 3까지 나온 시리즈물은 드물다. 1편의 대성공이후 2편을 향한 따가운 질책까지 이어졌으니 '스위트홈'을 시즌 3까지 끌고 오면서 느낀 압박감도 있을 터였다.
"압박감보다 부담감을 많이 주더라고요. 대중들이 그렇게 '스위트홈'을 사랑하는 줄 몰랐어요. 부담감도 있었지만, 행복한 질책이었어요.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스위트홈'가 시즌3까지 이어질 동안 송강과 이도현은 햇병아리 신인 배우에서 방송가의 톱스타로 떠올랐다.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또 그들의 성장을 견인해낸 연출자로서 두 배우에 대한 감회도 털어놨다.
"송강과 이도현 배우의 분량은 최대로 넣은 거예요. 많은 분량보다는 정확한 분량을 뽑아서 보여주려고 했어요. 시즌3에서 성숙해져서 만났어요. 멋있더라고요. 커서 다시 만난 느낌이, 흑화된 현수와 신인류가 된 이도현과 동일시돼서 더 좋았어요. 드라마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더라고요. 많은 작품을 찍고 와서인지 내가 따로 디렉팅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잘했어요. 다시 볼 수 없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진욱이 연기한 편상욱(나상원) 역의 결말에 강한 호불호가 갈렸다. 이에 이응복 감독은 편상욱은 액션보다 세계관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욱이라는 인물은 현수처럼 괴물이 되지 않고 지키고 있다가 마지막에 튀어나와서 상원의 악행을 막거든요. 상욱이가 돌아와서 자기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 속으로 들어가는 거로 생각해야 할 지점이 많아요. 슬프고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액션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세계관에 맞는 내적인 힘으로 이겨내는 이야기를 주고 싶었어요."
또 갑작스럽게 '얼음 괴물'로 변한 유오성 캐릭터에 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유오성 캐릭터는 평생 군인으로 살아와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마음만은 따뜻한 인간이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게 대하지만, 진심으로 그들을 위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이에요. 그래서 겉은 차가운 얼음이지만, 마음은 따뜻해서 괴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얼음벽 괴물'이 된 거예요."
이번 작품을 통해 이응복에게는 'K-크리처물'의 아버지, 개척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스위트홈' 이후 OTT를 통해 '경성크리처', '기생수' 등의 크리처물 작품이 연달아 만들어졌다. 이에 '크리처물' 작품을 해보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물었다.
"개척까지는 못 한 것 같고 흔적은 좀 남겼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 선후배분들이 같이 새로운 길을 응원해 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크리처물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어떤 크리처물이건 제일 중요한 건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서사가 뒷받침되는 괴물과 캐릭터를 구현하는 게 우선되어야 하죠. 그런데 크리처물이라는 게 시간이나 비용이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에요. 그리고 단계별로 천천히 가야 하는 작업이고. 우리나라에서 크리처물의 시작은 '스위트홈'이었지만, 외국의 경우 크리처물의 역사가 몇십 년이에요. 그 세월 동안 쌓아 놓은 기술적 인프라가 있기에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몇 년이에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구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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