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해도 몇백원" 재주는 소비자가 부리고 돈은 앱이 버네

이혁기 기자 2024. 8. 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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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앱테크 두 얼굴➊
불황에 인기 끄는 앱테크
앱테크 전문 앱 늘어나
손에 쥐는 건 몇백원 고작
이마저도 편히 쓰기 어려워
포인트로 살 수 있는 상품들
시중 판매가보다 훨씬 비싸

# 100걸음마다 1원, 물 마실 때마다 5원, 영수증을 찍어 올리면 10원…. 요즘 앱들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잡아끕니다. 자투리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 많은 사람이 기발한 이벤트에 동참합니다. 앱으로 돈을 버는 이른바 '앱테크'입니다.

# 아예 앱테크만을 목적으로 하는 '리워드앱'도 우후죽순으로 생겼습니다. 수많은 이용자가 리워드앱에서 시간을 보내며 포인트를 쌓습니다. 열심히 걷고, 광고도 보고, 퀴즈도 맞힙니다. 하지만 이들이 노력한 대가로 손에 넣는 금액은 몇십원에서 몇백원이 고작입니다. 앱테크 업체들이 이벤트를 발판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쓸어 담는' 꼴입니다.

# 앱테크는 정말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리워드앱은 또 어떨까요? 더스쿠프가 냉정한 시선으로 이들의 가치를 따져봤습니다. 더스쿠프 視리즈 '앱테크 두 얼굴' 1편입니다.

리워드앱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기 전에 네이버 포인트 65원 받아가세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던 A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돈을 받아 가라'는 게시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게시물에는 5개의 링크가 적혀 있었는데, 이를 터치하면 새로운 화면이 뜨면서 광고가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광고 5개를 보면 간편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 페이' 앱에 현금처럼 쓰는 포인트 65원이 적립되는 원리였습니다. 공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A씨는 광고를 모두 시청했습니다. 그리곤 네이버 페이 앱에 접속해 확인해 보니 정말로 65포인트가 적립돼 있었죠.

A씨는 작성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겸 댓글을 쓰려고 했는데, 게시물엔 이미 십수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오늘도 고마워!' '나 이거 받고 내집 마련에 가까워졌다' '조금만 더 모으면 햇반 살 수 있다'…. 재치 있는 댓글 내용에 A씨는 피식 웃었지만, 한편으론 허탈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품을 들여 하루에 몇십원씩 모으는 게 과연 의미 있는 행동인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앱으로 돈을 버는 '앱테크'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앱테크는 앱(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앱에서 요구하는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포인트로 앱에서 제공하는 물건으로 바꾸거나 환전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앱테크를 하는 건 당연히 한푼이라도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인크루트의 2021년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앱테크를 하는 이유로 '자투리 시간에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서(32.3%)' '소액이라도 저축하고 싶어서(30.1%)' '모은 적립금을 생활비로 쓸 수 있어서(19.0%)' 등을 꼽았습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는 9.1%에 그쳤죠.

'틱톡라이트'는 앱테크 서비스를 도입해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렸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물론 재테크란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서 거창한 활동을 하는 건 아닙니다. A씨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가 자주 쓰는 앱에서도 앱테크 서비스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앱에 접속하면 출석 보상으로 포인트를 준다거나, 구매 후기를 남기면 적립금을 주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앱테크에 속하죠.

지난해 말 한국에 론칭한 '틱톡라이트'가 앱테크로 재미를 본 대표 사례입니다. 틱톡라이트는 쇼트폼 동영상 서비스 '틱톡'에서 업로드 기능을 없애 가볍게 만든 버전인데, 최근 대규모 현금 보상 이벤트를 진행해 소비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이용자가 지인을 앱에 초대하고, 초대받은 지인이 모든 미션을 완료하면 적게는 10만원(2명)에서 많게는 24만원(4명)까지 지급했죠. 이 이벤트 덕분에 틱톡 라이트는 지난 5월에만 213만건에 달하는 신규 앱 설치 건수를 기록했습니다(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앱테크 열기가 뜨겁다 보니 아예 앱테크에 특화한 서비스도 많이 출시됐습니다. 바로 '리워드(reward)앱'입니다. 이곳에서 이용자들은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보상(리워드)을 받습니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열 때마다 보상을 주는 '캐시슬라이드', 걸을 때마다 보상을 얻는 '쓰리투고' 등이 대표적인 리워드앱입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계속되고 있는 탓인지 리워드앱 이용자 수는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2년 841만명에서 지난해 10월 1022만명으로 10개월 새 21.5% 증가했습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리워드앱 운영사도 몰라보게 성장했습니다. 이 업계에서 1위로 꼽히는 '엔비티'가 대표적입니다. 앞서 언급한 캐시슬라이드로 2012년 리워드앱 시장에 발을 들인 엔비티는 토스·카카오톡·네이버웹툰 등 굵직한 앱들의 앱테크 서비스를 도맡아 운영하면서 몸집이 확 커졌습니다. 그 덕분에 2021년 1월 코스닥에 상장했고, 지난해 1094억원의 매출도 올렸습니다.

걸음 수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리워드앱 '캐시워크'도 인기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지난해 캐시워크의 일간활성화사용자 수(DAU)는 36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누적 걸음 수는 총 13조2000억보로, 지구와 태양을 29회 왕복할 수 있는 정도란 게 캐시워크의 설명입니다. 그 덕분인지 운영사인 넛지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 1056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웃픈 리워드앱 수익 = 그렇다면 리워드앱으로 열심히 앱테크를 한 소비자들은 어땠을까요? 이들 업체처럼 '쏠쏠한 수익'을 올렸을까요? 과거엔 어땠는지 한번 살펴보죠.

앞서 본 인크루트의 2021년 설문조사에서 앱테크 이용자들이 밝힌 하루 수익은 평균 312원이었습니다. 한달 기준으론 '3000원 미만'이 37.2%로 가장 많았고, '5000원 이상 1만원 미만'이 21.1%로 뒤를 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수입이 짭짤해 보이진 않네요.

요즘은 어떨까요. 리워드앱 '허니스크린' 운영사인 '버즈빌'이 지난 1월 발표한 '2024 버즈빌 리워드 광고 트렌드 리포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버즈빌은 지난해 총 1700만명의 이용자가 버즈빌의 리워드 광고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광고 참여 횟수도 일평균 25회, 연평균 839회로 무척 많았습니다. 이런 이용자들에게 버즈빌은 총 250억원 상당의 보상을 지급했습니다.

겉으로 볼 땐 보상 정도가 괜찮아 보입니다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버즈빌이 리워드로 지급했다는 250억원을 광고 참여자 수(1700만명)로 나눠볼까요? 그러면 한사람당 평균적으로 1470원의 리워드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루 25번, 1년 839번을 광고에 참여하고 받은 대가가 1500원이 채 안 되는 셈입니다.

버즈빌 관계자는 "호기심에 이끌려 한번 참여했다가 그만둔 이용자도 있으므로 광고 참여 정도별 수익으로 따져야 한다"면서"이용률 기준 상위 20%의 리워드 수익은 한달 평균 4000원쯤 된다"고 말했습니다. 1500원보다 액수가 크긴 합니다만, 이 역시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턱없이 적은 보상에 불만을 터뜨리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캐시워크 이용자 B씨의 사례를 살펴보죠. 캐시워크는 100걸음을 걸을 때마다 자체 가상화폐인 '캐시'를 1개씩 하루 최대 100개까지 지급합니다. 또 포인트 획득을 위한 상자 누르기, 퀴즈 풀기 등 여러 미션도 있습니다.

물론 걷기나 미션만으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캐시워크 앱을 설치하면 광고가 붙어 있는 잠금화면이 스마트폰에 추가됩니다. 이용자는 잠금화면을 해제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광고에 노출되죠.

B씨는 캐시워크를 열심히 활용해 두달 동안 총 4000캐시를 모았습니다. 캐시를 모으면 커피나 빵,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상품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B씨가 4000캐시로 살 수 있는 건 '메가MGC커피'의 아메리카노(2400캐시)가 고작이었습니다.

리워드앱 내에서 파는 상품 가격은 대부분 시중 가격보다 비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이중 가격 논란 = 게다가 B씨가 모은 4000캐시는 실제로 '4000원'이 아닙니다. 교환 가능한 제품의 캐시 가격이 시중 가격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메가MGC커피 아메리카노의 오프라인 판매가는 2000원으로, 캐시워크에선 이보다 20%가 더 비쌉니다.

다른 제품은 가격 차이가 더 심합니다. 배스킨라빈스 싱글레귤러 아이스크림(3900원→6240캐시), 맘스터치 싸이버거 세트(6900원→1만1040캐시) 등은 시중 가격보다 60% 비쌉니다. 이러니 이용자 입장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B씨는 "두달 간의 노력이 커피 한잔이라고 생각하니까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면서 "구매에 필요한 캐시 수가 실제 가격과 맞지 않아 속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소비자가 시간 외에도 스마트폰 데이터와 전력, 개인정보 등 투자하는 게 적지 않다는 점도 따져봐야 합니다. 리워드앱이 갑작스럽게 규정을 바꾸거나 판매를 막아버리는 경우도 있죠. 앱이 서비스를 중지하기라도 하면 그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지만, 이를 보상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앱테크 두 얼굴' 2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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