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임지연의 자존감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8. 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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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 임지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어떻게 보면 간단한 것 같지만, 다른 의미로는 세상 제일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용기 내 알을 깨고 나와 마침내 자신을 사랑하게 된 배우 임지연이다.

7일 개봉되는 영화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임지연은 극 중 유흥업소 마담 정윤선을 연기했다.

오승욱 감독의 팬이었던 임지연은 ‘리볼버’ 시나리오를 받고 “올레!”를 외쳤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마음먹었단다. 오승욱 감독의 전작인 ‘무뢰한’의 김헤경(전도연)의 젊은 버전이라고 느낀 정윤선을 매력적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임지연은 기꺼이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겼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 임지연이 정의한 정윤선이다. 임지연은 정윤선을 이루는 가장 큰 부분을 산전수전이라는 키워드로 잡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배신도 해보고, 사람을 이용해 보고 온갖 인간 군상을 겪은 정윤선에게 하수영은 처음만 해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용해 먹을 인간’ 중의 하나였다. 이에 임지연은 “처음에는 하수영에게 뜯어먹을 게 있을 것 같아 접근했지만, 보다 보니까 쿨하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하수여의 모습을 보고 정윤선도 모르게 응원하고 도와주다가 또 습관처럼 배신하려고 움직이는 등 그 간극이 묘하게 드러났음 했다”라고 설명했다.

‘리볼버’의 정윤선은 임지연이 지금껏 연기해 왔던 방식과는 다르게 표현한 인물이다. 늘 철저하게 분석하고 계획한 대로 연기해 왔던 임지연은 수영의 얼굴을 한 전도연의 눈빛에 계획을 내려두고 감각적으로 연기하려고 마음먹었다. 임지연은 “잔뜩 졸아서 현장에 갔는데 전도연 선배님이 촬영하기 전에 제 눈을 빤히 보시더라. 그 눈에서 ‘너 정윤선이지, 나 하수영이야’라는 기운을 느꼈다”면서 “선배님 앞에서 연기를 잘하고 싶은 후배가 아니라 서로 그 인물로 연기하고 있는 현장에 있었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 큰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용기를 내서 감각적으로 연기하며 임지연은 그간 자신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던 자격지심을 조금씩 떨쳐내기 시작했다. 계산하지 않으면 연기를 못했던 과거의 나에게서 벗어나 본능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정윤선으로 행동했다.

임지연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에는 오승욱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 오승욱 감독은 임지연이 대사나 인물 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너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단다. 임지연이 스스로 생각하고 연기하길 바랐고, 그 생각을 전적으로 믿었기에 가능했던 디렉팅이었던 것이다. 이에 임지연은 “그래 나도 한 번 나를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정윤선으로서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부분을 본능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통화하는 사람에 따라 바뀌는 정윤선의 목소리 톤은 임지연이 계산한 것이다. 임지연은 “정윤선은 상대방과의 관계성이 중요한 인물이다. 굽힐 사람에게는 굽히고, 무시할 사람은 무시하면서 살아왔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얼마나 나쁜 사람들을 많이 보고 살았겠나. 그래서 목소리 톤은 제가 해석한 것이다”라고 했다.

‘리볼버’를 촬영하며 조금 더 자신을 믿고 연기할 수 있게 된 임지연의 자신감은 전작과의 비교에 대한 질문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박연진과 ‘리볼버’의 정윤선은 스타일링 면에서 조금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강렬한 색채와 화려한 화장 등으로 인해 정윤선에게서 사람들은 쉽게 박연진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임지연은 이러한 생각들에 대해 비교적 산뜻하지만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임지연은 “예고편 공개 이후 연진이 같다는 평을 보고 저는 솔직히 자신 있었다. 연진이와 윤선이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지연은 “연진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비교들이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저는 연진이를 일부러 떼어낼 생각도 없고, 그런 걱정도 안 한다. 전혀 다른 인물이지 않나”라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리볼버’는 ‘더 글로리’만큼이나 임지연에게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어낸 작품으로 남았다. 틀에 가둬놓듯 연기했던 임지연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선물해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계획과 계산 없이 본능적으로 연기해도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할 수 있다는 해방감과 나아가 자신감을 줬다. 이에 임지연은 “저에게는 너무 큰 도전이었지만, 한 단계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다”라고 큰 만족감을 보였다.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게 된 임지연은 이제 자격지심에 괴로워했던 과거의 자신을 온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먹고 자란 자신감으로 재밌게 놀아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웃었다. 자신감으로 충만한 임지연이 제대로 놀아볼 수 있는 다음 무대를 기분 좋은 설렘으로 기다려지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리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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