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탄핵, 결말은 MBC장악 저지? 민주당 역풍?

금준경, 박서연 기자 2024. 8. 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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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방송통신위원장 직무정지, 여야 득과 실 그리고 MBC의 운명은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지난 2일 가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6개 야당은 이진숙 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탄핵소추안을 준비했고, 이진숙 위원장은 임명 첫날 KBS 이사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기습 선임한 데 이어 이튿날 산하기관장들을 임명하는 등 전례없는 속도를 보였다. 양측의 수 싸움이 이어진 가운데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방통위원장 탄핵 사유는?

민주당 등 야6당의 탄핵 사유를 보면 이진숙 위원장이 5인 정원인 방통위에서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주요사안을 의결한 점, 기피 신청 당사자인 이진숙 위원장이 의결에 참여해 기피 신청을 각하한 점,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상의 문제, 과거 MBC 노조탄압 행보 등 공정하게 이사 선임을 할 수 없는 점 등이다.

왜 이진숙은 사퇴하지 않았나?

지난해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사임하며 탄핵소추를 무효화했다. 이어 임명된 김홍일 방통위원장, 이상인 직무대행도 탄핵소추를 앞두고 같은 방식으로 사임했다. 반면 이진숙 위원장은 2일 입장을 내고 “악순환을 더 이상 지속할 수는 없다”며 “탄핵소추라는 횡포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전 방통위원장들과 처한 상황에 차이가 컸기에 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의 힘은 탄핵 결정이 아닌 직무정지에 있다.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6~7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를 멈춰 세울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전 직무대행이 이사 교체를 위한 절차를 한단계씩 밟아나간 다음 사직했기에 이진숙 위원장이 출근 첫날 기습적으로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단행할 수 있었다. 연말까지 방통위에 정치적 쟁점이 될 만한 주요 현안이 없기 때문에 직무정지 시간을 버틸 수 있다.

▲ 지난 2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투표 당시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다. 사진=미디어오늘

헌재 결정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헌재가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전임 위원장들과 달리 임명 사흘 만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다 보니 2인 체제에서 처리한 안건 자체가 많지 않다. 헌재가 2인 체제를 문제 삼더라도 탄핵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을 수 있다.

민주당은 왜 탄핵소추에 나섰나

민주당 일각에선 탄핵소추에 나서면 이진숙 위원장도 사퇴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 탄핵소추안 발의를 앞두고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윤석열 정부의 인재 풀이 고갈될 때까지 (탄핵)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진숙 위원장이 사퇴하면 다음 위원장이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때까지 한 달 동안 방통위가 자동 공백이 되고, 부적격이라 판단한 이진숙 위원장이 물러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진숙 위원장이 사퇴를 하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얻는 정치적 이익은 불분명해졌다.

민주당에선 탄핵소추가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기보단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진숙 위원장은 노조탄압과 불공정 방송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사인 데다 청문 과정에서 극단적인 성향이 문제가 됐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까지 무리하게 강행한 점을 고려하면 탄핵소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MBC는 무조건 파국을 맞나

변수는 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이사 교체를 당분간 무효화할 수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공모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조능희, 송요훈, 송기원 3인은 지난 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대상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이들은 “후보자로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권리, 평등권 및 이사 임명 기대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사 선임 과정을 문제로 보고 있다. 2인 체제에서 의결을 강행한 데다 이진숙 위원장이 임명 당일 무리하게 이사 선임을 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과거 MBC 출신이면서 일부 후보자와 악연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피신청이 있었으나 이진숙 위원장이 이를 각하한 점도 문제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추진하면서 이진숙 위원장이 탄핵소추 전 의결을 위해 전례 없이 급박하게 일을 처리했고, 그 결과로 발생한 절차적 문제가 법적으로 인정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가처분 카드가 통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탄핵소추 압박 전략은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다만 가처분 결과를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는 어렵다.

▲ 방문진 이사선임 보도자료 갈무리. 9명의 이사 중 6명을 임의로 정해 교체 대상으로 판단했다. 그 결과 야권 추천 이사 6명 중 3명이 교체됐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이사 3인은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자동으로 임기가 연장된다.

특정 이사만 교체 대상으로 놓고 일부만 선임한 점도 가처분 및 소송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진숙 위원장은 그간 관행적으로 여권이 임명한 몫(9명 중 6명)만 선임했는데 야당 추천 위원과 협의가 없는 상황이라 임의로 6명만 선임한 근거가 불확실하다. 이전 정부 때 3명에 불과했던 현 여권 추천(당시 야권) 이사를 6명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야권 추천(구 여권) 이사 중 전임자와 교체 대상자를 임의로 지정한 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일 “관행에 따라 야당 추천 몫을 남겨둔 거라면, 야당 추천 방통위원 없이 대통령이 임명한 2인만으로 공영방송 이사회 전체를 새로 구성하는 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라고 했다. 또한 “교체 대상을 지정한 것도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어떤 기준으로 전임자와 후임자를 결정하고, 교체와 보류대상으로 분류했는지, 왜 일부 이사는 후임자를 뽑지 않거나 못했는지, 적격자가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가처분 기각되면 MBC는 어떻게 되나

가처분이 인용되면 MBC 입장에선 현 체제에 힘이 실리고 이사 교체도 지연시킬 수 있지만 기각된다면 당장 변화는 불가피하다. 8월 중순부터 새로 임명된 다수의 여권 이사들이 MBC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야권 추천 이사 해임으로 여야 구도가 역전된 KBS이사회는 김의철 사장을 해임하고 박민 사장을 새로 앉혔다. MBC를 향한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면 사장 교체 전후 큰 충돌은 불가피하다. 2012년과 마찬가지로 파업 등 거센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MBC 힘내라 콘서트'가 지난달 11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광장에서 열렸다. 사진=김용욱 기자.

탄핵 인용 또는 기각되면?

탄핵이 인용되면 민주당 입장에선 탄핵소추가 효과적인 정치적 승부수가 된다. 이진숙 위원장 체제가 무너지면 방통위원장 후보를 다시 선임해야 돼 공백이 길어지는 데다가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고 탄핵소추까지 기각되면 민주당은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탄핵소추 카드를 다시 꺼내기도 어렵게 된다. 최악의 경우 헌재가 단기간에 각하 결정을 내리면 직무정지 시한 조차도 짧아질 수 있다. 그간 캐스팅보트를 자처해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일 “(이진숙 위원장 업무가) 하루치 내용인 데 탄핵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숙고해서 판단을 내리는 게 아니라 각하시켜버릴 수도 있다. 이 위원장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라고 했다.

크게 두 갈래의 경우의 수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탄핵소추가 인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결과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탄핵심판 자체가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고, 헌재가 보수 우위 구도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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