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몰라도 이 학원은 보내야지”...큰맘 먹고 아이 데려갔더니 이게 웬일 [초보엄마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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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애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학원 뺑뺑이' 도는 게 생각만 해도 불쌍한데, 남편은 고학년이 되기 전에 학군지(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완강해요. 일단 어느 시점에 학군지에 가기로 남편과 얘기를 나눴지만 아직도 두려운 마음이 커요."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모자라 저녁에 학원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이 안쓰럽지만, 남편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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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워킹맘은 최근 내게 이 같이 털어놨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들어가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열 살도 안 된 아이들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하루 종일 학원에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자녀가 어렸을 땐 배우자와의 육아·가사 분담을 두고 싸우는 일이 종종 있지만,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녀 교육’을 두고 싸운다는 말을 최근에서야 실감한다고 했다.
이 같은 고민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 우리집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모자라 저녁에 학원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이 안쓰럽지만, 남편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수학학원만 해도 그렇다. 남편은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습지든 학원이든 시작하길 바랐지만 나는 연산 문제집을 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남편이 하루 2장씩 풀도록 지도해준 덕분에 열 살이 되도록 부족함이 없지만, 교육 분야를 취재하며 수학학원 등록을 더는 미룰 수 없음을 깨달았다. 교육학과 교수도, 대치동 학원 원장도, 입시 전문학원 관계자도, 자녀를 최상위권 대학에 보낸 선배도 모두 입을 모아 “다른 건 몰라도 수학학원은 보내야 된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기 때문이다.
한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10명 중 9명이 학원에 다니는 상황에서 내 아이만 안 다니는 게 (입시에) 유리한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3학년 2학기, 4학년 1학기 때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많이 나오니 그 전에 보내라”고 조언했다. 육아 선배도 “마라톤도 선두그룹에서 뛰고 있어야 치고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했고, 대치동 학원 원장은 “요즘 아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콜택시를 타고 수업을 들으러 오기도 한다”고 했다.
큰 맘 먹고 동네 수학학원에 갔다. 저녁 8시가 돼서야 레벨테스트를 볼 수 있었다. 강의실에서 홀로 40분 동안 문제를 푸는 아이의 모습이 짠했다. 10명이 풀면 9명은 틀린다는 수학 문제를 맞혀서 선생님이 놀랐다고 했다. 집에서 문제집 한 권 풀면서 3년을 공부해온 것 치고 기본이 탄탄하다는 총평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1시간 가량 늦은 시간까지 상담해준 것이 고마워 당장 학원비를 내겠다고 하니 웬걸,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 대기자가 많아 언제 등록이 가능할 지 기다려봐야 한다. 여름방학 동안 수학학원에 보내겠다는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첫 날부터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아이도 나도 미지의 세계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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